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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보조잖아" 정교사 갑질 하소연 乙에…"등 돌리고 업무보라"

학교현장 갑질횡포에 무사안일 대응…피해자들 분통
갑질 징계받은 학교장도 여전히 직무수행…2차 피해 호소

(부산=뉴스1) 조아현 기자 | 2019-05-11 08:00 송고 | 2019-05-11 10:47 최종수정
부산시교육청 전경사진.@News1 DB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갑질 행위에 문제를 제기하는 교사와 교직원에 대한 보호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오히려 2차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통해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올해 2월에는 가이드라인을 교육부에 통보했다. 하지만 정작 교육청과 학교 현장에서는 갑질 개념에 대한 이해부족과 함께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부산교육청과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부산지부, 부산 모 공립여고 등에 따르면 부산 서구에 있는 한 여고 교육실무원 A씨는 지난달 12일 학교에 갑질 피해를 호소했지만 한 달 가까이 아무런 보호조치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날 오전 A씨는 화장실에서 정규직 교사 B씨로부터 '왜 선생님으로 명패를 만들어' '선생님 아니잖아, 근거는?' '목적이 뭔데'라는 질문을 받았다.

A씨는 '학교 회계직원 사기 진작과 업무 효율성 확산 때문'이라는 취지로 대답했지만 '나보다 나이도 어린데' '선생님도 아닌데 말이 안된다'는 항의섞인 대꾸가 돌아왔다. 인쇄실에 근무하는 직원은 주사라고 부르는데 교육실무원을 왜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같은 날 교직원 식당에서 B씨는 점심식사를 하던 A씨가 자신의 질문에 얼굴을 제대로 보고 대답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두가 듣는 자리에서 '선생'이라는 호칭이 부당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A씨는 "교직원 식당에서 식사 도중 '당신 선생 아니잖아, 선생님 아니라고 해서 그래? 기분 나빠서 얼굴 안보는거야' '보조잖아 보조'라는 말을 해 순간 주위 분위기가 차갑게 식었다"며 "그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같이 식사하던 선생님께 식판 정리를 부탁드리고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났다"고 말했다.

이 사례의 경우 정규직 교사 B씨가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지난 2015년 부산교육청이 발표한 교육실무직원 관리종합계획에 따르면 기관실정에 따라 상호존중할 수 있는 호칭을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직종명에 '보조'사용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A씨가 이같은 피해 사실을 학교측에 알렸지만 가해자와 피해자간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A씨는 지난달 30일 현장조사를 나온 시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와 5월2일 학교측에 분리조치를 요청했지만 여전히 같은 공간에서 등만 마주 돌린 채 업무를 보고있다.

시교육청은 성희롱 피해가 발생했다면 가해자와 피해자를 즉각 분리조치하는 것이 의무사항이지만 갑질과 관련해서는 별도 규정이 없다고 해명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사안의 경중을 판단하는 역할을 할 뿐 1차적인 현장조치는 학교장이 해야한다"며 "현재까지 갑질 관련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 조치한 사례도 없고, 가이드라인을 보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 조사를 진행했고 사실관계를 조사하는 중"이라며 "학교에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거기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월 국무조정실에서 발표한 공공기관 갑질 종합대책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기관의 장은 가해자나 제3자에 의해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가 없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피해자 보호 조치를 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 피해자가 가해자와 격리를 요청하면 피해자의 의견을 반영해서 전보나 휴가, 재택근무, 근무장소 변경, 일정 조정 등 다양한 방법으로 피해자나 가해자에 대해 조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학교장은 "갑질이라고 하는데 평교사와 교육실무직원 간의 관계고 동료끼리 벌어진 일"이라며 "가해자라 지칭되는 선생님은 그럴 의도가 아니었고 사과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조치 시기가 늦은 것은 인정한다"며 "가해자로 지칭되는 교사와 피해 교육실무원이 서로 책상을 마주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좌석을 반대 방향으로 바꿨다"고 했다.

정규직 교사 B씨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이 사안이 확대되길 원하지 않는다"며 "질문에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윤종설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이같은 사례는 명백한 갑질에 해당하고 하급자에 대한 인격비하의 한 행태로 볼 수 있다"며 "학교 내 다른 공간적 여유가 있고 자리를 옮길 수 있는 환경인데도 단순히 등만 마주보게 했다는 건 분리조치가 제대로 된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는 상급기관인 교육청과 감독기관에 재차 개선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데 규정에 없다고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는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피해자 보호대책과 사후관리도 매우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부산의 한 사립고 학교장이 갑질을 일삼다 지난 3월 부산교육청으로부터 징계처분을 받았지만 학교장 직무를 계속 수행해 학생과 교사들이 2차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9일 오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산지부와 학교 교사들은 학교 재단 앞에서 규탄 집회를 진행했다. 학교장이 갑질을 전횡적으로 일삼은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제대로 된 인사조치를 하지 않고 학교장을 비호한다는 이유에서다.

교사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학교장을 그대로 존치시키는 과정에서 피해 교사들과 피해 학생들에 대한 적절한 보호조치는 아무 것도 없었다"며 "학생들이 학교의 부당함을 규탄하는 대자보를 붙였으나 철거당하고 배후에서 조종한 교사가 누군지 자백하도록 강요당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한 교사는 "학교장은 교육청 감사 이후 징계 처분이 내려진 뒤에도 이의제기와 재심을 신청해놓고 '나는 잘못한게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며 "학교 교장에 대한 직위해제로 학교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9일 오후 부산 북구 서원유통 본사 앞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산지부와 A사립고등학교 교사들이 '갑질교장 비호하는 갑질재단 각성하라'는 구호를 내걸고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독자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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