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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이렇게 생겼다…인류 최초로 실제모습 포착

EHT연구진, 지구만한 가상망원경으로 포착에 성공
처녀자리 은하단 중심부 'M87' 거대은하에서 관측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2019-04-10 22:07 송고 | 2019-04-11 14:04 최종수정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 프로젝트 연구진이 전파망원경 8개로 구성된 EHT를 통해 처녀자리 은하단 중심부에 있는 'M87' 거대은하 가운데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을 인류 최초로 관측하는데 성공했다. 사진은 최초 관측된 블랙홀 모습.(EHT 누리집 제공)© 뉴스1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 프로젝트 연구진이 전파망원경 8개로 구성된 EHT를 통해 처녀자리 은하단 중심부에 있는 'M87' 거대은하 가운데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을 인류 최초로 관측하는데 성공했다. 사진은 최초 관측된 블랙홀 모습.(EHT 누리집 제공)© 뉴스1

지금까지 이론으로만 제기됐던 '블랙홀'(Black hole)의 실제 모습이 포착됐다. 인류 역사상 최초다. 이번에 포착된 블랙홀은 100여년 전 아인슈타인이 제기했던 '상대성 이론'을 입증하는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10일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EHT·Event Horizon Telescope) 프로젝트 연구진은 전파망원경 8개로 구성된 EHT를 통해 처녀자리 은하단 중심부에 있는 'M87' 거대은하 가운데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을 관측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EHT'는 블랙홀을 포착하기 위해 전세계 곳곳에 있는 전파망원경을 마치 하나의 망원경처럼 연결하는 가상 망원경을 만드는 프로젝트이자 가상 망원경의 이름이다. 이 가상 망원경의 크기는 지구만하다. 이 프로젝트에는 전세계 34곳의 천문대와 대학교가 참여하고 있다.

'이벤트 호라이즌'은 블랙홀에서 탈출이 불가능해지는 경계이자 블랙홀의 안팎을 연결하는 지대를 의미한다. 우리말로는 '사건지평선'이라고 표현한다.

블랙홀은 빛조차 탈출할 수 없을 정도로 빨아들이는 중력이 강력하다. 이벤트 호라이즌 바깥을 지나가는 빛도 휘게 만든다. 그래서 블랙홀 뒤편에 있는 밝은 천체나 블랙홀 주변에서 내뿜는 빛은 왜곡돼 블랙홀 주위를 휘감는다. 왜곡된 빛은 우리가 볼 수 없는 블랙홀을 비춰 블랙홀의 윤곽이 드러나게 하는데 이 윤곽을 '블랙홀의 그림자'라고 한다.
연구진은 지난 2017년 4월5~14일에 6개 대륙에 있는 8개 망원경으로 관측을 시작했다. 그 결과, 서로 다른 망원경을 통해 들어온 블랙홀의 전파신호를 컴퓨터로 종합분석해 이를 역추적하는 방식으로 블랙홀의 모습을 영상에 담는데 성공했다. EHT의 원본 데이터를 영상으로 바꾸기 위해 독일 막스플랑크 전파천문학연구소(MPIfR)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헤이스택 관측소에 있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했다.

관측자료 보정과 영상화 작업 등을 통해 연구진은 M87의 초대질량 블랙홀 구조와 중심부의 어두운 지역인 블랙홀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연구진이 공개한 이미지는 처녀자리 은하단 중심부의 거대은하 M87에 위치한 블랙홀이다. 이 블랙홀은 지구로부터 5500만 광년 떨어져 있다. 무게는 태양 질량의 65억배에 달한다. 연구진은 M87의 이벤트 호라이즌이 약 400억㎞에 걸쳐 드리운 블랙홀의 그림자보다 80% 작다는 것을 밝혔다.

1915년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어떤 물체가 존재하면 그 주변 시공간은 그 물체의 질량에 영향을 받아 휘고 질량이 크면 클수록 주변 시공간이 더 많이 휘어져 더 큰 곡률을 갖게 된다'는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 이후 1919년 영국 천문학자 에딩턴과 두 탐험대가 개기일식 때 태양 주변 빛이 1.61초 휘는 것을 관측해 일반 상대성이론을 검증했다. 상대성이론이 검증된 지 딱 100년이 되는 올해 이 상대성이론을 진짜 증명하게 된 것이다.

블랙홀 관측에 동원된 '가상 망원경'은 파리의 카페에서 뉴욕에 있는 신문의 글자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높은 민감도와 분해능을 가지고 있다. 이런 가상 망원경은 지구의 자전을 이용해 합성하는 기술로, 1.3㎜ 파장 대역에서 지구만한 크기의 망원경이 된다. 이런 가상 망원경을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라고 한다. 

가상 망원경에 동원된 전세계 8개 망원경은 △아타카마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전파간섭계(ALMA) △아타카마 패스파인더(APEX) △유럽 국제전파천문학연구소(IRAM) 30m 망원경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망원경(JCMT) △대형 밀리미터 망원경(LMT) △서브밀리미터 집합체(SMA) △서브밀리미터 망원경(SMT) △남극 망원경(SPT)이다.

한국천문연구원 소속 연구자 8명도 동아시아관측소(EAO) JCMT와 ALMA의 협력 구성원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한국이 운영 중인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과 동아시아우주전파관측망(EAVN)도 이번 연구에 기여했다.

손봉원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궁극적인 증거로, 그간 가정으로 존재했던 블랙홀을 이제부터 실제로 연구하게 되는 시대가 된 것"이라며 "앞으로 EHT 관측에 대한 한국의 기여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류가 블록홀을 최초로 관측할 수 있었던 데는 긴밀한 국제협력 덕분이었다. 셰퍼드 도엘레만 EHT 프로젝트 총괄 단장(하버드 스미스소니안 천체물리센터 박사)은 "블랙홀 관측은 천문학 역사상 매우 중요한 발견"이라며 "2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의 협력으로 이뤄진 역사적인 과학성과"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10일 미국 천체물리학저널 레터스 특별판에 논문 6편으로 발표됐다.




soman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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