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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쿨파]"No"라고 말할 줄 아는 마하티르, 문대통령은?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2019-03-13 17:44 송고 | 2019-03-14 08:27 최종수정
필자는 30년 가까이 기자생활을 하면서 최근 20년을 국제부에서 보냈다. 지난 20년간 해외 언론 지면을 가장 많이 장식한 아시아 정치인은 누구일까?

일단 중국은 제외하자. 덩샤오핑 이후 중국 지도자들은 나라가 G-2 반열에 올랐기 때문에 해외 언론 지면을 많이 장식했지 개인적 능력으로 해외언론을 수놓은 인물은 없었다.

일본도 제외하자. 일본은 아시아 국가임에도 아시아의 이익이 아니라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고 리콴유 싱가포르 총리다. 그는 한마디로 동양의 대변인이었다. 광둥 출신 화교인 그는 중국을 태생적으로 잘 알고 있었고, 영국 런던 정경대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서구의 사상도 완벽하게 꿰고 있었다. 그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당대의 지성’이었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 AFP=뉴스1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 AFP=뉴스1

1970년대 초반 헨리 키신저 미 국무장관이 미중 데탕트 시대를 열기 위해 동분서주할 때 가장 먼저 찾아갔던 사람이 바로 리콴유였다. 동갑내기였던 이들은 즉시 의기투합했고, 리콴유는 미국과 중국 지도자들을 연결해 주는 등 미중 데탕트 시대를 여는데 음지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

리콴유는 닉슨 등 서방 지도자들의 ‘중국’ 가정교사였다. 그는 서방 지도자들에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에게 민주주의를 강요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의 논리는 간단했다. 중국인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민주화가 아니라 중국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아시아에서 민주주의는 가능한가’로 논전을 벌인 일화는 너무도 유명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아시아에서도 민주주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고, 리콴유는 유교적인 아시아에서 민주주의 실현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맞섰다. 김대중과 리콴유의 논쟁은 20세기 아시아 지성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정도로 수준 높은 논전이었다.

생전에는 승패가 갈리지 않았다. 그러나 2017년 한국은 촛불혁명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킴으로써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민주주의 기본원리를 전세계에 드라마틱하게 보여주었다.

한국의 촛불혁명은 유교적인 아시아에서도 완벽한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전세계에 과시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리콴유에 대한 김대중의 승리라고 할 수 있겠다.

김대중은 200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함으로써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를 대표하는 정치 거물로 거듭났다.

김대중 노벨 평화상 기념관. (기념관 제공)© News1
김대중 노벨 평화상 기념관. (기념관 제공)© News1

김대중과 리콴유 이외에 아시아 정치 거물은 마하티르 모하메드 말레이시아 총리일 것이다.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 © AFP=뉴스1 © News1 자료 사진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 © AFP=뉴스1 © News1 자료 사진 

원래 의사였던 마하티르는 정치에 입문, 교육장관, 통상산업장관 등을 거친 뒤 1981년부터 2003년까지 무려 22년 동안 말레이시아 총리를 지냈다. 

그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정치가로 부상한 계기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였다. 한국 태국 등이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을 때,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이 너무 가혹하다"며 아시아의 이익을 대변했다.

그는 이와 함께 말레이시아 링깃화를 고정 환율로 묶어 버림으로써 환 투기세력의 말레이시아 공격을 막아냈다.

이후 마하티르는 미국에 할 말은 하고, 아시아의 이익을 대변하는 아시아 대표 정치인으로 급부상했다. 여기까지였다면 한때의 정치 스타로, 김대중 리콴유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거물은 못됐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다시 돌아왔다. 그는 2018년 총리에 당선됐다. 그의 나이 93세였다. 

그는 복귀하자마자 엄청난 존재감을 뽐냈다. 그는 지난해 8월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은 차관급이 공항 영접을 나가는 관례를 깨고 장관급인 왕이 외교부장이 직접 공항에 나갔다. 그리고 리커창 총리가 아니라 시진핑 국가주석이 그와 회담했다. 외국 총리는 중국 총리가 회담하는 것이 중국의 외교관례다.

특히 그는 회담에서 절제된 언어로 중국 지도부에 일대일로 주변국의 우려를 전달하자 중국 지도부가 이를 곧바로 수용했다. 그는 말레이시아가 부채를 값을 능력이 없다며 대규모 인프라 투자도 보류했다. 그러면서도 받을 대접은 다 받았다.

그가 미국을 비판하는 것은 별것 아니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에 대해 할 말을 다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면서도 대접은 대접대로 다 받은 것은 더욱 쉽지 않다.

말레이시아 국내총생산(GDP)은 3145억 달러(2017년 기준)에 불과하다. 한국의 GDP는 1조5000억 달러다. 말레이시아는 한국 경제의 5분의 1에 불과한 것이다. 그럼에도 마하티르는 중국에 할 말은 다 한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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