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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떡펄떡 생동하는 수묵화…김호득 "단순해지는 과정"

"나는 경계인, 그냥 현재 미술 충실히 하는 작가"
학고재갤러서 신작 수묵화, 설치작품 20점 전시

(서울=뉴스1) 여태경 기자 | 2019-03-06 17:00 송고
김호득 '흐름' Flow, 2018, 광목에 먹 Ink on cotton fabric, 159x248cm'© 뉴스1
김호득 '흐름' Flow, 2018, 광목에 먹 Ink on cotton fabric, 159x248cm'© 뉴스1

펄떡펄떡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이 붓의 힘찬 기운이 화면 밖까지 느껴진다. 춤을 추듯이 내리찍은 붓은 사방으로 먹물을 흩뿌렸다.
물고기가 물살을 가로지르는 듯 생동하는 이 작품은 수묵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김호득 작가(69)의 작품이다.

10년여 만에 서울 삼청동 학고재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김호득 작가를 5일 만났다. 작가는 35년간 오로지 지필묵을 고집해왔지만 전통 수묵화의 형식에만 얽매이지는 않고 다양한 기법과 재료, 새로운 표현을 탐구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김 작가는 3년 전 24년 동안의 대학교수 생활을 끝내고 여주 산속 작업실에서 작품활동에만 전념하고 있는 지금의 생활이 너무 좋다고 했다.

김호득 작가가 6일 학고재갤러리에서 작품 '산–아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김호득 작가가 6일 학고재갤러리에서 작품 '산–아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뉴스1

그는 "작업만 하는 생활을 하다 보니까 예전보다 점점 절제해 나가는 과정으로 변화가 됐다. 절제라는 게 마음을 가다듬는 것도 있지만 그림을 복잡하게 많이 그리고 싶었던 생각을 버리고 한 그림에서 핵심적인 요소를 찾으면서 될 수 있는대로 여백을 많이 남기고 단순하게 그리는 것으로 마음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김호득은 어린시절 여러 학교를 전전하고 고등학교와 대학시절에는 서양화와 동양화 사이를 오락가락 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작가노트에서 자신을 '경계인'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사실 아직까지도 엄밀하게 말해 어느 쪽이라고 말할 수도 없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도 싫다. 그냥 현재를 살고 있는 현재 미술을 충실히 하는 작가로 불리고 싶다"라고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2년 반 동안 그린 수백점의 작품 중 '폭포', '계곡', '흐름' 연작을 중심으로 광목에 그린 수묵 18점을 엄선해 소개한다. 힘이 넘치면서도 군더더기가 없고, 강렬하면서도 단순한 그의 작품 세계를 잘 보여준다.

특히 산수풍경을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대작 '산–아득'(2018)은 작가가 손가락을 이용해 반복적으로 그려 나간 지두화(指頭畵)로 형상이 있으면서도 평면적으로 산수를 담았다.

김호득 설치 작품 '문득–공간을 그리다'© 뉴스1
김호득 설치 작품 '문득–공간을 그리다'© 뉴스1

또 이번 전시에서는 김호득이 처음 선보이는 형태의 설치 작업 '틈–사이'를 만나볼 수 있다. 먹물이 칠해진 여러 장의 광목 천 위에 부딪히는 파도는 사색과 명상의 세계로 이끈다.

작가는 대학시절 돈이 없이 비싼 캔버스 대신 동대문 시장에서 구한 싸구려 광목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작품을 세계를 가장 잘 드러내는 소재가 됐다. 그는 "광목은 스며듦과 튀는 것이 한지와 캔버스의 중간으로 좋은 작업 소재"라고 말했다.

지하 3층에는 시선을 압도하는 대형 설치 작품 '문득–공간을 그리다'(2019)를 배치했다. 지난해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 아트스페이스에서 선보여 큰 주목을 받은 작품으로,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했다.

전시는 4월7일까지.


h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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