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잠자는 해외 신약씨앗이 노다지…메신저 역할하겠다"

[인터뷰]김태억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사업개발본부장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 2019-02-27 07:40 송고 | 2019-02-27 14:56 최종수정
김태억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사업개발본부장이 서울 마포구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김태억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사업개발본부장이 서울 마포구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우리나라 바이오신약 개발 열풍이 해가 거듭될수록 뜨겁지만 여전히 해외기업들의 성과를 쫓아가기엔 힘든 수준이란 지적이다. 바로 신약물질 건수가 턱없이 부족해서다. 전세계 비임상(동물실험 수준)과 임상단계에 있는 신약물질은 현재 약 3만개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800개에 그쳐 세계수준의 2.7% 비중에 불과하다. 다국적제약사 화이자 1곳의 임상 파이프라인수가 200개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글로벌제약사로 가는 길이 아직 멀고도 험한 상황이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대학과 연구기관으로부터 초기 개발단계 신약물질을 국내 기업들에 소개해 서로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신약물질이 부족한 국내 기업들이 앞으로 기술수입(라이센싱 인)에 더욱 집중해 더 큰 규모의 기술수출이나 신약 상용화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길을 터주겠다는 방책이다.

사업단이 해외대학과 연구기관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퍼스트인클래스(최초로 상용화 도전) 신약물질을 훨씬 저렴한 비용에 기술수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태억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사업개발본부장은 27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신약개발에 성공하려면 신약물질 수가 많아야 하는데 국내에선 기술수출에만 관심이 있을 뿐 기술수입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기관들이 연구해 놓은 신약 씨앗을 값싸게 사들인다면 수년이 걸릴 신약 연구기간을 줄일 수 있고 성공가능성도 더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기술수입 업무전담팀을 꾸린 국내 기업은 한미약품과 유한양행, CJ헬스케어, SK바이오팜 등 소수에 불과하다. 국내 기업들 대부분이 수년이 걸리는 초기 신약물질 개발부터 진행하는 기술수출 업무에 신경을 쏟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사업단은 지난해 세계적인 항암연구기관인 영국 캔서리서치UK와 영국 메디컬리서치카운실(MRC) 그리고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호주 멜버른대학교 등 여러 대학·기관들과 이들이 개발한 신약물질을 국내 기업들에게 소개하는 협약을 맺었다.

사업단은 3000여개에 이르는 해외 신약물질 가운데 잠재가치 등을 평가해 30개를 선별하고, 이를 토대로 지난 20일 국내 기업과의 첫 파트너링 미팅을 주선했다. 미팅에는 국내 기업 170곳(250명)이 참여했다. 지난해 참가기업 70곳(140명)보다 2배 늘었다. 이 중 협력 논의가 성사된 건수는 70개에 달해 기술수입이 가시화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신약물질 평가는 사업단이 위탁한 외주 평가 전문위원들이 논문과 특허 등을 검토해 이뤄졌다.

김태억 본부장은 "지난해 국내 소개한 해외 신약물질들은 비싸면서 신선하지 않은 것들이 많았지만 올해는 퍼스트인클래스에 속하는 신약물질이 많고 가치가 더 높아 관심이 많이 쏠렸다"고 설명했다. 사업단은 올해 또다른 3000개 신약물질을 평가하고 선별해 2020년 4월 바이오코리아 행사 때 소개할 예정이다.

김 본부장은 이같은 연구협력 외에도 오픈이노베이션을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투자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본부장은 "국내에선 벤처캐피털들이 신약물질을 발굴한 기업이 임상하기 전후로 주로 투자하지만 앞으로 해외처럼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는 오픈비즈니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각 기업상황에 맞는 모델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호주의 캔서세라퓨틱스CRC가 대표적으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사례다. 이 회사는 다른 기업 혹은 연구기관들이 발굴한 신약물질을 기술이전받아 벤처캐피탈과 정부로부터 투자받고 완전히 새로운 독립법인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대신 출자자들은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빠지고 투자 지분율만큼 수익을 가져간다. 투자자와 경영을 분리한 캔서세라퓨틱스CRC는 현재까지 10개 신약물질 중 5개를 다국적제약사 화이자 등에게 기술이전시켰다. 

또 싱가포르에는 어느 회사로부터 신약물질을 받아 임상을 진행하는 대신 임상실패시 홀로 책임을 지는 기업 형태가 있다. 일반적으로 임상 실패시 책임을 지지 않는 임상시험수탁기관(CRO)보다 연구에 더 긴장감을 줄 수 있는 모델이란 설명이다. 

김태억 본부장은 "국내에선 초기투자에 집중하는 엑셀러레이터의 활성화와 벤처캐피탈이 주도해 신약개발 기업을 창업하는 것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된다"면서 "앞으로 정부의 펀드 형태 투자도 많아져야 신약 연구개발에 더욱 탄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lys@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