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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최영미 '고은 성추행' 주장, 허위사실 아니다"(종합)

"최영미 진술, 구체적·일관적…허위 의심 안 돼"
박진성 시인 제기한 성추행 의혹은 "허위사실 해당"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박승주 기자 | 2019-02-15 15:03 송고 | 2019-02-15 16:43 최종수정
고은 시인. 2017.11.10/뉴스1 © News1 주기철 기자
고은 시인. 2017.11.10/뉴스1 © News1 주기철 기자

고은 시인(86)이 과거 여성문인들을 성추행했다는 최영미 시인의 주장에 대해 법원이 "허위사실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박진성 시인이 제기한 성추행 의혹은 허위사실이라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이상윤)는 15일 고 시인이 최영미 시인과 박진성 시인, 이들의 주장을 보도한 언론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고 시인이 1992~1994년쯤 탑골공원의 공개된 장소에서 자위행위 등 부적절한 행위를 하면서 성추행을 했다는 최 시인의 주장에 대해 "허위사실이라고 의심할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를 언론사에 제보한 최 시인의 진술은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특별히 허위로 의심할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반면 해당 사건이 허위사실이라는 고 시인 측의 입증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고 시인이 2008년 한 뒤풀이 술자리에서 참석한 여성문인을 성추행하고 본인의 성기를 노출하는 등 성추행했다는 박진성 시인의 주장에 대해선 "허위 내용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 시인 측은 이를 반박할 만한 증거를 제출했고 이 입증은 수긍할 만하다"며 "박 시인의 제보 내용은 허위라는 것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시인 제보의 공익성이 인정되긴 하지만, 진실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박 시인에 대한 고 시인의 손해배상 청구액 1000만원을 전부 인용했다.

다만 박 시인의 주장을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선 "보도 내용이 허위이긴 하지만,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고 시인의 손해배상 청구를 각하했다.

재판부는 "고은 시인이 원로문인이라는 점과 의혹의 성격 등은 국민적 관심사가 되는 공공의 이해에 대한 사항이고, 목적도 공익을 위한 것"이라며 "언론사는 박 시인의 제보를 나름대로 검토했기에 허위임을 밝히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영미 시인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고은 시인이 자신과 언론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판결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19.2.1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최영미 시인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고은 시인이 자신과 언론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판결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19.2.15/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판결 이후 최 시인은 기자들과 만나 "이 땅에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준 재판부에 감사한다"며 "성추행 가해자가 피해자를 뻔뻔스럽게 고소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면 안 된다"고 소감을 말했다.

여성변호사회도 판결 직후 성명을 내고 "피해자가 피해를 말하길 두려워하고 가해자가 스스럼없이 잘못을 부인하고 옹호하는 분위기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며 "진실을 말하는데도 가해자로부터 2차 피해를 당하는 일은 일어나선 안 된다"고 밝혔다.

최 시인은 2017년 9월 한 인문교양 계간지에 고 시인을 암시하는 원로문인의 성추행 행적을 언급한 '괴물'이라는 제목의 시를 실었다. 이후 최 시인은 방송 뉴스에 출연해 고 시인의 성추행이 상습적이었고, 그가 바지 지퍼를 열고 만져달라고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첫 한국인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매년 거론되던 고 시인이었기에 파장이 컸다. 고 시인의 삶과 문학을 조명한 서울도서관 전시공간이 철거됐고, 고은문학관 건립 계획도 무산됐다. 고 시인은 한국작가회의 상임고문, 카이스트 석좌교수 등 모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고 시인은 최 시인과 자신의 성추행을 목격했다고 주장한 박진성 시인, 이들의 폭로를 보도한 언론사 등을 상대로 10억7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고 시인 측은 성추행을 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는데도 최 시인 등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최 시인 측은 재판 과정에서 "성추행 장면을 똑똑히 보고 들었다"며 반박했다.

'미투(MeToo) 운동'으로 성추행·성폭행 등 의혹이 제기된 문화예술계 인사는 고 시인을 비롯해 이윤택 전 연희거리단패 예술감독, 영화감독 김기덕씨, 배우 조민기씨(사망), 조재현씨 등이 있다. 이 전 감독은 1심에서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2심 재판 중이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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