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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대통령 2명을 가진 베네수엘라

(서울=뉴스1) | 2019-02-12 15:39 송고 | 2019-02-12 15:44 최종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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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가진 나라, 한때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잘 살던 나라. 그 베네수엘라가 파국의 벼랑 끝에 있다.

베네수엘라에는 지금 2명의 대통령이 대치하고 있다. 작년 선거로 대통령에 당선된 니콜라스 마두로가 대통령궁을 차지하고 있는 한편, 올해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후안 과이도 의원이 스스로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언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장성이 2000명이나 되는 베네수엘라 군부의 지지를 업고 철권을 휘두르며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과이도 국회의장은 경제난에 허덕이는 반정부 시위 군중의 지지를 받으며 불법 부정선거로 선출된 마두로는 정통성을 잃었다며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한 나라에 대통령이 둘이 생겼으니, 베네수엘라는 갈 데까지 간 나라꼴이다.

베네수엘라의 오늘을 상징해주는 것이 ‘인플레이션 100만%’다. 작년에 IMF가 발표한 수치다. 올해는 1000만% 인플레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쯤 되면 사실상 돈 가치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베네수엘라 국민 3000만 명 중 90%가 남아메리카 최악의 궁핍에 시달리고 있다. 생존의 기본인 식량과 의약품을 구하지 못해 아비규환이다. 살길을 찾아 브라질과 콜롬비아로 탈출하는 난민이 계속 늘고 있다. 유엔에 의하면 2014년 이후 국경을 넘은 베네수엘라 난민 수가 300만 명을 넘는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올해 난민 수가 500만 명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늘날 베네수엘라의 경제 및 정치적 파국은 우고 차베스의 유산이라고 말할 수 있다. 1999년 대통령에 선출된 차베스는 반미 사회주의 노선으로 베네수엘라를 통치했다. 그는 2013년 암으로 죽으면서 마두로를 후계자로 선택해 권력을 물려줬다. 두 사람은 군부를 등에 업은 독재자들이었지만 권력을 지키는데서 차베스는 행운아였고, 마두로는 불운아인 셈이다. 그들의 성공과 실패를 가른 건 석유 값이다.

차베스의 집권 시기는 석유 값이 폭등하던 고유가 시대였다. 집권한 그는 국내정치에서는 반대파를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철권통치와 사회주의 포퓰리즘 정책, 대외적으로는 쿠바 등 남미 좌파 정권과 연합하여 반미노선을 펼쳤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교육과 의료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하는 등 사회주의 복지주의를 펼쳤고, 그의 카리스마에 경도된 국민들은 열광하면서 그를 네 번이나 대통령으로 밀어주었다. 유가 상승이 이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석유시설 위주의 베네수엘라 경제는 고용을 거의 창출하지 못했다. 빈곤층이 마구 늘어났지만 차베스는 이를 넘쳐나는 오일 달러로 그때그때 땜질하며 대응했다. 필요한 물품은 오일달러로 수입하면 됐지만, 그 대가는 국내산업의 붕괴였다. 차베스는 이 위기를 고유가와 개인적 카리스마로 버텼다.

그러나 마두로 대통령의 집권기간엔 석유 값이 폭락했다. 국가재정으로 대중을 달래던 복지정책은 작동할 수 없었다. 마두로는 차베스와 같은 대중적 카리스마도 없었고, 오일 달러도 고갈되기 시작했다. 먹고살 게 없으면 당연히 민란의 싹이 트기 마련이고, 먹을 것과 일자리를 요구하는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2015년 총선에서 야당이 다수당이 되어 도전적인 반정부 세력이 되었다.  

2017년 1월 야당이 장악한 국회가 ‘대통령직무유기’결의안을 채택하자, 마두로는 측근세력인 대법원을 시켜 의회해산 판결을 내리고, 제헌의회 선거를 실시해서 사실상 두 개의 의회가 존재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마두로는 군부를 장악하고 철권을 휘둘렀다. 2017년 하루아침에 장교 195명을 장군으로 진급시켰고, 장관 도지사 등 정부요직과 국영석유 회사 간부에 현역 및 퇴역 군인들로 채웠다. 그런 권력이 오래갈 수 없는 것은 세계 역사가 증명하는 일이다.

작년 5월 대통령선거에서 마두로는 유력한 야당 후보 레오폴드 로페스를 출마하지 못하게 연금한 후 선거에서 이기고 지난 1월 10일 재선 취임 선서를 했다. 그러나 이보다 며칠 앞서 1월 5일 다수당인 야당은 35세의 운동권 출신 정치인 후안 과이도 의원을 국회의장에 선출하면서 베네수엘라 정치에 변화의 돌풍을 일으켰다. 국회의장에 선출된 과이도는 정당성을 잃은 마두로의 퇴진을 요구하며 시민들의 가두시위를 주도하고 1월 23일 대통령선거를 실시할 때까지 자신이 임시 대통령임을 선언한 것이다.

베네수엘라 사태는 베네수엘라의 국내문제로만 존재할 수 없는 숙명을 안고 있다. 베네수엘라가 세계 최대의 석유매장량을 갖고 있고 남아메리카의 전략적 요충을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미 주변국과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 등이 마두로와 과이도 편으로 갈리며 국제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과이도의 선언이 나오자 즉각 그를 지지하며 경제원조와 군사개입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등 최근 우파 정권이 들어선 남미 주변국가들 역시 과이도를 승인했다. 캐나다와 유럽연합도 과이도 편이다. .

러시아 중국은 미국과 대척을 이루며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고 있다. 남미 국가에서는 멕시코 쿠바 등 여전히 사회주의 노선이 강한 국가들이 마두로 편에 서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베네수엘라의 석유자원을 놓고 이해가 크게 엇갈린다.

아무튼 대통령책임제 국가에서 대통령이 둘이 있다는 것은 바로 내란 상태를 의미한다. 한 사람은 곧 없어질 운명이다. 누가 없어질까. <뉴스1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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