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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보험금 청구 '블록체인' 만나면 쉬워진다?

이론상 '자동청구·자동지급' 가능…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도

(서울=뉴스1) 박병진 인턴기자 | 2019-02-07 14:07 송고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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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을 청구할 때 복잡한 절차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그래서 최근 보험(Inusrance)과 기술(Technology)을 융합한 '인슈어테크'가 주목받고 있다. 간편결제서비스가 현금·카드를 대체하는 것처럼 새로운 기술이 보험금을 청구하고 지급받는 과정의 불편함을 해소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다.
인슈어테크 핵심기술로 '블록체인'이 특히 관심을 받고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보험의 최종 목표는 '자동청구·자동지급'이다. 블록체인에 저장된 계약조건이 충족되면 가입자가 별도로 청구하지 않아도 보험금이 자동으로 지급되는 시스템을 말한다. 편의성만 놓고 보면 '꿈의 보험'이라 할 만하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정보의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특성상 보험사기를 예방할 수 있으니 손해가 아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부터 블록체인을 활용한 '보험금 자동청구 시스템'을 전국 7개 병원에서 시범운영하고 있다. 보험금 지급조건이 충족되면 의무기록 사본과 보험금 청구서가 자동으로 생성돼 보험사에 전달되는 구조다. 교보생명은 이 시스템을 2020년까지 전국 600개 병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보험은 실손의료보험만 있는 게 아니다. 악사손해보험을 비롯해 현대해상,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 등 국내외 보험사와 제휴를 맺은 블록체인 스타트업 '직토'는 기후변화에 따른 손실을 보상하는 '기후리스크 특화 보험상품'을 올 1분기에 출시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직토 관계자는 "기존에는 기후변화의 불확실성에 따른 손해율 측정과 보험금 지급심사의 어려움으로 인해 기후관련 보험상품이 활성화되지 못했다"며 블록체인으로 이를 해결하겠다고 자신했다.

◇"손해사정 없애기 어려워…수익모델도 불분명"
하지만 블록체인을 활용한 '꿈의 보험'이 보편화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먼저 블록체인을 도입한다고 해서 손해사정 과정을 없애기는 아직 무리라는 평가다.

보험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발간한 '보험산업의 블록체인 활용'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 보험상품 상당수는 주보험에 다양한 특약을 부가하는 방식으로 계약이 이뤄지고 있어 약관이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보험연구원은 "이런 복잡한 상품 구조에선 블록체인을 도입하더라도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블록체인 스마트계약 적용에 적절한 보험은 보장금액이 낮은 소액 보험으로 보장위험이 단순하고 표준화된 상품이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교보생명의 자동청구 시스템도 현재 100만원 이하 소액 보험금만 지원하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선 마케팅 효과 외에 새로운 수익모델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보험업계는 2022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 부담이 커지고 있어 블록체인 도입 비용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보험연구원은 "블록체인과 같은 혁신적인 시스템은 상당한 전환 비용이 요구된다"며 "블록체인을 전면도입하는 경우 그 비용은 적지 않을 것"이라 추측했다.

◇"보험금 지급, 굳이 블록체인으로?"

블록체인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또 있다. 보험금 지급 절차를 간소화하는데 굳이 블록체인을 활용해야 하느냐다. 실제로 한 블록체인 솔루션업체 대표는 "요즘 어딜 가도 '굳이 블록체인으로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KB손해보험은 지난해 세브란스병원, 헬스케어 플랫폼업체인 레몬헬스케어와의 3자간 MOU를 체결해 실손보험금을 간편하게 청구할 수 있는 'M-CARE 뚝딱청구' 서비스를 내놨다. 이를 이용하면 세브란스병원의 'My세브란스'(신촌) 앱이나 '강남세브란스' 앱에 접속한 후 간단한 본인인증과 진료내역 선택만으로 실손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다. 블록체인을 접목한 교보생명의 자동청구 시스템과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다.

2017년 2월 출시된 애플리케이션 '보맵'도 스마트폰으로 의료비 영수증, 진단서 등을 촬영한 사진을 올리고 정보를 입력하면 이용자 대신 무료로 보험사에 팩스를 보내주는 등 간편청구를 대신해준다. 보맵의 다운로드건수는 현재 100만건이 넘어섰다. 

보험연구원 이규성 연구원은 이런 의문에 대해 "보험산업에서 블록체인의 의의는 실제 사고율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록체인이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의 기술과 결합될 경우 보험사기·오지급을 막는 단계를 넘어, 아예 사고를 예방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블록체인 도입은 네트워크 구성원간의 시너지 효과를 따져봐야 한다"며 "보험사가 사고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분석하면 실제 사고율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pb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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