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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로 열풍]①"백투더퓨처"…새해 '메가트렌드' 더 거세진다

옛날식 인테리어·식품·패션… '퀸'에 열광 1020세대 '주도'
'보헤미안 랩소디' 신드롬 타고 열풍 확산… "새로워요"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2018-12-29 07:00 송고
편집자주 전문가들은 내년 소비문화 트렌드로 '뉴트로(New-tro)'를 제시한다. 말 그대로 새로움을 뜻하는 'New'와 회상·추억 등을 의미하는 '레트로(Retro)'의 합성어다. 뉴트로는 레트로와 비슷한 듯하지만 다르다. 레트로는 30~50대가 과거에 대한 그리움으로 복고에 빠져드는 현상이다. 반면 뉴트로의 주체는 10·20세대다. 이들이 경험하지 못한 '옛 것'에서 새로움을 느껴 복고에 열광하는 현상이 뉴트로다. <뉴스1>은 새해를 앞두고 중구 을지로·종로 익선동·홍대·청담동 등 '핫 플레이스'를 찾아 2019년 소비주역으로 떠오른 '뉴트로족'을 만났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박성순씨(25·용산구)와 권현주씨(여·23·마포구)는 '뉴트로족'이다. '복고 감성'을 추구하는 대학생 커플이다. 박씨는 1990년대 유행했던 헤어밴드를 머리에 자주 착용한다. 당시 압구정동 '패피(옷 잘 입는 사람)'들이 입던 세미 힙합스타일로 멋을 한껏 부린다. 그는 "카메라도 디지털 대신 '아날로그'를 선호한다"며 "필름 카메라를 소장해 즐겨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의 여자친구 권씨는 요즘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퀸'에 푹 빠졌다.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 일대기를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아서다. 권씨는 퀸이 주로 활동하던 1970~80년대가 지난 1990년대 중반 태어났다. 퀸 노래가 촌스럽거나 어색하지 않을까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

권씨는 "요즘 음악과 비교해 오히려 신선하고 매력적"이라며 "퀸 노래 중 '섬바디 투 러브(Somebody to love)'에 꽂혔다"고 말한 뒤 활짝 웃었다.

◇ "90년대 잡지 구해 꼼꼼이 연구… 매력적인 스타일"

크리스마스를 맞은 지난 25일 오후, 박씨 커플을 만난 을지로 3가는 '뉴트로 열풍'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뉴트로는 내년 소비·문화 트렌드로 주도할 '메가톤급 현상'으로 꼽히고 있다. 을지로 3가 음식점·간판·거리 분위기에서 복고 감성이 물씬 풍겼다. 옛날식 인테리어와 소품, 음식이 도드라졌고 과거 유행했던 옷차림을 한 10~20대들이 가득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990년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여성 아이돌 그룹 '핑클' 멤버의 귀고리(큰 원형 귀고리)를 착용한 강모씨(여·21·경기도 남양주시)는 "90년대 패션 잡지를 구해 꼼꼼히 연구하며 옷 코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가 가끔 '옷을 왜 그렇게 입으냐'고 핀잔을 주지만 나는 이 스타일이 참 마음에 든다"며 "가공되지 않은 느낌에서 풍기는 투박함이 90년대 패션 스타일의 특징"이라는 나름의 평도 내놨다.

1990년대 중후반 유행했던 헤어밴드를 착용하는 등 세미 힙합 스타일로 멋을 부린  박성순씨(25·용산구). 그는 "카메라도 디지털이 아닌 필름 카메라를 선호한다"며 '복고 감성'을 드러냈다.2018.12.25 © News1이승환 기자

10~20대가 소비 주역으로 떠오른 점이 최근 복고 열풍의 특징이다. 기존에는 30·40·50대가 옛 것에 대한 그리움으로 복고를 추구했다. '레트로'다. 최근에는 10~20대들이 옛 것에서 새로움을 느껴 복고를 추구한다. '뉴트로'다. 레트로의 소비 코드가 '향수'라면, 뉴트로의 소비 코드는 '새로움'인 셈이다.

◇ SNS통해 확산… "옛 것을 어떻게 재해석하느냐 중요"

뉴트로는 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 감성의 결합물이다. 10~20대는 복고 감성이 풍기는 패션·식품·음식점·거리 사진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다. 아날로그 감성을 좇는 동시에 디지털 시대 소통 창구인 SNS를 즐겨 이용하는 셈이다. 젊은 세대가 일상적으로 접속하는 SNS 문화가 뉴트로 열풍에 큰 영향을 줬다는 게 트렌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뉴트로 바람은 패션·유통·예술·인테리어·여가 등 전방위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지난 10월 개봉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은 '뉴트로' 열풍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이 영화는 입소문을 타고 '역주행' 흥행 바람을 일으키며 관객수 800만명을 돌파했다. 퀸 세대가 아닌 10~20대들 중 '보헤미안 랩소디'를 두 차례 이상 관람했다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산업계는 적극적으로 '뉴트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명품 시계 업체들은 1900년대 초 창립 당시 출시한 제품과 같은 디자인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패션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나이키를 비롯한 슈즈 업체들은 과거 유행했던 운동화 에어맥스 90·95·97와 반스 올드스쿨을 주력 상품으로 내놨다. 유통·식품 업계도 과거 포장지를 내세우는 전략으로 '뉴트로족'을 공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뉴트로가 내년 소비트렌드를 주도하며 메가트렌드(거대한 시대적 조류)로 자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과 영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뉴트로는 일시적인 소비 현상이 아니라 지속·발전하는 현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미영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과거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인기에서 보듯 복고 열풍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면서 "뉴트로 열풍이 과거 복고 열풍과 다른 점은 10·20대가 주축이 돼 새로운 시각으로 '옛 것'을 즐긴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전 위원은 "소비자의 복고 호감도가 높아 뉴트로는 지속 발전하는 트렌드로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다만 유통·패션 업체들이 유행에 편승하기보다 소비 주체자의 취향을 고려해 옛 것을 참신하게 재해석한 제품으로 승부해야 시장에서 성과를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리스마스인 지난 25일 오후, 을지로 3 한 음식점 앞에 줄을 선 10·20대. 롱코트에 헐렁한 팬츠 등 1990년대 유행했던 패션스타일이 눈에 띈다. 2018.12.25© News1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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