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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수사하다 좌천' 박형철 비서관은 왜 울컥했나?

'공안통 검사' 2012년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로 검찰 떠나
40여분간 막힘없이 설명…반박엔 자신·김태우엔 몸 낮춰

(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2018-12-20 13:30 송고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저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반부패비서관으로 제 명예를 걸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해 왔습니다"

'제 명예를 걸고…'.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인 김태우 수사관의 제보와 관련해 전날(19일) 처음으로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 연단에 선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이렇게 말하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자유한국당이 제기한 김 수사관 첩보 목록을 조목조목 반박하기 위해 노란 서류파일을 한 손에 들고 연단에 선 박 비서관은 기자들을 둘러본 후 간신히 눈물을 참고 숨을 크게 들이마신 후 첩보 목록을 하나씩 언급하며 설명해 나갔다.

보고가 남아있지 않아 기억을 토대로 논리적으로 설명한다는 박 비서관은 10개의 첩보에 대해 거침없이 설명을 이어갔다. 그런 박 비서관이 '법과 원칙'을 언급하고는 말을 잊지 못했다. 박 비서관에게서 '면도날 검사'의 면모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한다"는 말은 검사들이 주문을 외우듯 자주 쓰는 말이다. 검찰을 떠난지 2년이 됐지만 그에게서 옛 친정이 엿보이는 순간이었다.

박 비서관은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비위 혐의자의 일방적 주장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비서관은 대검찰청 공안2과장과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장을 지낸 선거법 전문 '공안통' 검사로, 2013년 4월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 부팀장을 지냈다. 당시 팀장은 대검 중수1·지과장 등을 지낸 '특수통' 윤석열 여주지청장(현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윗선 지휘부와 마찰을 빚었다. 수사팀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수뇌부의 반대에도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박 비서관은 윤 팀장과 함께 징계에 이어 문책성 인사발령을 받아 수사 일선에서 배제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박 비서관은 원세훈 전 원장의 공판유지를 맡아오다 2016년 1월7일 사표를 제출하고 검찰을 떠났다.

그와 함께 일했던 한 검사는 당시 "검찰 조직내에서 누구도 그를 싫어하지 않았고 그의 능력에는 아무도 의심을 품지 않았다"며 "선거법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고 박 비서관을 평가하기도 했다.

법무법인 담박에서 변호사로 새 출발한 박 비서관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의 초대 반부패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수사와 관련해 좌천성 인사를 받아도 웃으며 공판 유지 업무를 담당했던 박 비서관이 이날 청와대 연단에서 울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해석이다.

그는 "사찰이라는 말에 대해서 다시 한번 정의한다"며 "사찰은 지시에 의해서 어떤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자기가 반대하는 사람을 지속적으로 따라다니는 것, 그것이 사찰이다"라며 "저희는 김 수사관에게 어떤 지시도 한 적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에 이어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 재판까지 이끌었던 선거법 전문 공안통 검사가 자신의 부하가 민간인을 사찰했는 내용의 제보를 반박하기까지 이른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이 한꺼번에 떠올랐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더욱이 함께 일했던 부하직원이 '서운하다' '분하다'고 자신을 직접 겨냥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비서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감사관에 지원했던 사실이 드러나 근신처분을 받은 김 수사관에게 일일상황보고를 받는 등 근태관리를 해왔다면서도 "하지만 결과가 이렇게 된 부분에 있어서 책임이 없다고는 말씀드릴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몸을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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