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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겨냥 초유의 '화염병 테러'…사법불신 영향 우려

"사법농단으로 권위실추…재판결과 불복 강력범죄"
"개인 아닌 사법부 전체 향한 것"…대법 언급 삼가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2018-11-27 14:47 송고 | 2018-11-27 15:04 최종수정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70대 남성이 화염병을 던져 김명수 대법원장의 출근 차량을 습격했다. 사진은 블랙박스영상 캡쳐한 사진을 맨 위쪽부터 시계방향 순으로 배열하였다.(김정수씨 제공) 2018.11.27/뉴스1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70대 남성이 화염병을 던져 김명수 대법원장의 출근 차량을 습격했다. 사진은 블랙박스영상 캡쳐한 사진을 맨 위쪽부터 시계방향 순으로 배열하였다.(김정수씨 제공) 2018.11.27/뉴스1

사법부 수장으로 국가 3부 요인 중 한 명인 김명수 대법원장을 상대로 사상 초유의 '화염병 테러'가 벌어졌다.
법조계에선 최근의 사법농단 의혹으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실추된 사법권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대법원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10분께 서울 서초 대법원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남모씨(74)가 출근하는 김 대법원장이 탄 차량에 화염병을 던졌다. 남씨는 현장에서 경찰에 검거돼 경위 등을 조사받고 있다.

2007년 1월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가 학교를 상대로 낸 재임용 불복 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해 당시 재판장인 서울고법 민사2부 박홍우 부장판사에게 석궁을 쏴 부상을 입힌 사건은 있지만 대법원장을 상대로 한 이같은 강력범죄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

돼지 농장을 운영하는 남씨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직원이 위법하게 친환경 인증 갱신 불가 판정을 내려 손해를 입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그러나 1,2심에 이어 이달 16일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에서 원고 패소 판결이 확정되자 재판결과에 불만을 품은 것으로 보인다.
재판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며 법원이나 대법원 근방에서 집회·시위를 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직접 판결에 관여하지도 않은 대법원장을 상대로 테러 사건이 일어난 건 처음이다.

앞서 지난 2010년 1월 보수시민단체 소속 회원들이 대법원장 공관 주변에서 'PD수첩 광우병보도 무죄 판결'과 관련 기자회견 뒤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 출근 차량에 계란 6개를 던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적이 있긴 하다. 

자신의 의사를 관철한다는 이유로 차량에 계란을 투척한 행위 만으로도 이들은 징역형의 집행유예 확정판결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헌법의 근간을 이루는 민주주의나 법치주의를 훼손했기에 엄하게 처벌벋아 마땅하다"고 우려를 담아 선고했다.  

법조계에선 최근 재판거래 등 사법농단 의혹으로 대법원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과, 김 대법원장의 사법개혁이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재판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소송 당사자들이 앞으로 자신을 '사법 피해자'라고 주장할 공산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수사로 확인되고 있는 주요 혐의들을 보면 각급 법원은 물론이고 일부 대법원 판결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여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한 변호사는 강력범죄의 하나인 현주건조물방화로 추정되는 행위가 현직 사법부 수장을 상대로 자행됐다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형법 164조는 주거로 사용하거나 사람이 있는 자동차 등 건조물에 불을 놓은 사람은 이로 인해 아무도 다치지 않았대도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등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석궁 테러와는 다른 게 이번 건은 개인이 아닌 사법부 전체에 대한 테러"라며 "대법원장의 사법개혁 의지가 국민에게 잘 드러나지 않고 사법농단에 대해 법원은 방어적으로만 나오고 하니 사법불신이 김 대법원장에게 향하지 않았겠냐"고 봤다.

이어 "테러를 정당화할 순 없지만 자신의 사건이 잘 처리되지 않은 불만에 더해 사법부가 과거와 달라지지 않았다는 인식도 같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며 "옛날 같으면 법원의 권위가 있어 감히 이런 일을 할 생각을 못 했을 텐데 사법농단으로 권위가 실추된 가운데 법원이 잘못을 바로잡지 못해 이런 일까지 생긴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사태 수습과 조치에 주력하며 이번 테러에 대한 공식적 언급은 삼가는 분위기다. 향후 대법원장에 대한 경호와 청사 보안도 강화될 전망이다.


sm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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