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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토종 이동통신 기술 '와이브로' 13년만에 접는다

음성지원 안되고 음영지역 너무 많아 서비스 한계
SKT도 가입자 1만8000명에 불과…사업종료 검토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2018-07-30 13:39 송고 | 2018-07-30 14:40 최종수정
KT가 지난 2011년 하반기 전국 82개 시도 와이브로 전국망을 구축한 이후 대대적으로 와이브로 마케팅을 하는 모습.(KT제공)© News1
KT가 지난 2011년 하반기 전국 82개 시도 와이브로 전국망을 구축한 이후 대대적으로 와이브로 마케팅을 하는 모습.(KT제공)© News1

토종 이동통신 기술로 탄생한 '와이브로'(Wibro)를 KT가 9월말에 공식 종료하기로 했다. SK텔레콤도 서비스 종료를 검토하고 있어 와이브로는 사실상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을 개발한 것처럼 토종 와이브로 기술을 통해 세계 이동통신 시장을 주도할 계획이었지만 글로벌 표준대열에 합류하지 못하는 등 국제 이동통신 '패권경쟁'에서 밀린탓에 자연소멸되는 것이다.

KT는 오는 9월30일자로 와이브로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30일 발표했다. 이 회사가 지난 2006년 4월 상용서비스를 시작한지 13년여만이다.

KT는 와이브로망을 전국 82개 시도에 구축하는 등 가장 적극적으로 와이브로 서비스를 제공했던 사업자다. 하지만 4G 롱텀에볼루션(LTE) 시대로 넘어오면서 와이브로 이용자가 급감해 현재 가입자가 5만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SK텔레콤도 와이브로 사업 종료를 검토하고 있다. SK텔레콤의 가입자는 KT보다도 더 적은 1만8000명 수준이다.

두 회사에 와이브로 용도로 할당된 주파수 2.3기가헤르츠(㎓) 대역 역시 오는 2019년3월로 종료된다. 통신사들은 와이브로용 주파수 할당대가로 매년 51억4000만원(KT), 41억1000만원(SK텔레콤)씩을 지불하고 있으며, 와이브로망 유지보수에 드는 비용 등을 감안할 때 이용자 급감은 큰 폭의 적자를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KT는 오는 2019년3월 주파수 할당기한이 끝나면 재할당을 포기하고 와이브로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다. 공식종료는 9월30일이지만 주파수 이용기한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회사측은 연말까지 단계적으로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도 "현재 서비스 종료 등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와이브로는 이동중에도 접속이 끊기지 않는 이동통신 기술과 유선 초고속인터넷의 빠르고 안정적인 기술을 결합한 것이다. 와이브로는 우리나라 명칭이며, 해외에서는 모바일 와이맥스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당시만 해도 와이브로는 촉망받는 기술이었다. 이동통신에서 인터넷을 접속하는 것은 비용이 비싸고 속도도 느렸기 때문이다.

와이브로는 현재 상용화돼 있는 롱텀에볼루션(LTE) 기술의 핵심인 직교주파수 분할다중접속(OFDMA, Orthogonal Frequency-Division Multiple Access) 기술과 시분할 송수신(TDD, Time Division Duplex) 기술을 사용해 기술적으로도 우수했다. 

그러나 와이브로는 시작부터 뚜렷한 한계를 드러냈다. 유선에서 출발한 휴대인터넷이다보니 음영지역이 너무 많았다. 와이브로 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은 전국망 구축을 통해 음영지역을 없애려 시도해야 했지만 초고속데이터서비스가 가능한 3.5G HSDPA 기술이 등장하면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게다가 음성도 지원되지 않았다.

KT와 SK텔레콤은 와이브로 대신 LTE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토종기술 사수'를 내세우며 와이브로를 제대로 서비스하지 않을 경우 주파수를 회수하겠다는 엄포를 놓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SK텔레콤은 철저히 와이브로 서비스를 3G망 트래픽 폭증의 '부하분산' 용도로만 활용한 반면, KT는 2011년 82개 시도를 중심으로 와이브로 전국망을 구축하며 본격적인 와이브로 확대에 나섰다.

KT가 와이브로에 '사명감'을 갖고 확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당시 SK텔레콤은 LG유플러스와 함께 '세계 최초 LTE 망 구축'에 사활을 기울이고 있었지만 KT는 LTE망 구축을 위한 주파수 확보 경쟁에 실패하면서 6개월정도 LTE 구축이 늦어지게 됐다. 

그 사이 LTE 마케팅이 본격화되자 KT는 LTE보다 기술적으로 와이브로가 우수하다는 마케팅을 내세우며 와이브로 서비스 확산을 내걸었던 것이다. 결국 KT도 LTE 상용서비스 대열에 합류하자 와이브로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한 정보통신정책 전문가는 "와이브로도 CDMA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우수한 기술"이라며 "다만 세계 각국의 이해관계와 우리 기술에 대한 견제 등이 맞물리며 와이브로가 국제표준으로 사용되지 못해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재 정부가 5G 국내표준을 세계 표준으로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처럼 과거 와이브로 시절에도 그런 노력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회고했다.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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