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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보정리뷰] 스케일엔 '웃는 남자' 스토리에서 '우는 남자'

175억 투자·제작기간 5년 창작뮤지컬…돋보이는 무대 위에 허술한 이야기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2018-07-23 00:01 송고
뮤지컬 '웃는 남자' 주인공 그윈플렌 역 맡은 박강현 (제공 EMK)© News1

'웃는 남자'는 이엠케이(EMK, 대표 엄홍현)가 175억을 투입해 5년 만에 완성한 창작뮤지컬이다. 지난 10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서 초연한 '웃는 남자'에 관한 평가를 요약하면, 세계 수준의 화려한 무대가 뛰어나다는 찬사와 이야기가 허술하다는 혹평이 엇갈린다.

혹평 대부분은 이야기가 작위적이며 울림이 없는 메시지에 그쳤다고 지적한다. 원작자인 프랑스 소설가 빅토르 위고가 이런 혹평을 무덤에서 책임질 필요가 없다.

EMK는 입이 찢어진 광대 그윈플렌이 귀족으로 벼락출세한 과정을 통해 당시 유럽 사회를 비판한 원작 장편소설을 2막으로 각색했다.

각색 과정에서의 취사 선택이 혹평의 원인이다. EMK는 공작부인과 소녀 데아와의 삼각관계, 양부 우르수스와의 가족애 등의 곁가지(서브 플롯)가 '빈부 대립'이라는 뼈대(메인 플롯)를 방해하는 것을 '알면서도 놔두는 실수'를 범했다.

호화 캐스팅이야말로 각색 과정에서의 실수를 일으킨 핵심이다. 우르수스(정성화·양준모)와 공작부인(신영숙·정선아)은 다른 작품에서 주인공을 꿰차는 정상급 배우들이다.

이들은 1막에서 입이 찢어진 주인공 '그윈플렌'(박강현·박효신·수호)보다 여러 장면을 이끌었다. '웃는 남자'는 극의 흐름에 영향을 주면서까지 주연급 조연들에게 노래 1곡이라도 더 부르게 하려다가 길을 잃었다.

삽입곡(넘버)의 비율을 살펴보면 명확하다. 1막 넘버 22곡 중에서 조연들은 15곡을 부르지만 주인공이 혼자 부르거나 함께 한 노래는 7곡에 그친다. 반면에 2막에선 주인공이 부르는 노래가 전체 20곡 중 절반에 해당하는 9곡이나 된다.

특히, 그윈플렌이 1막에서 뼈대인 '빈부 갈등'을 직접 노래하는 넘버가 1곡뿐이다. 나머지 21곡을 애정관계·가족애·출생의 비밀 등으로 허비하고선, 2막에서 그윈플렌이 귀족사회와 싸우는 장면을 절정에 배치한 구성이 혹평을 자초한 셈이다.

실패한 각색이지만 이 작품의 관람을 추천하는 이유는 하나다. 모두가 호평하는 화려한 무대 때문이다. 인신매매단 콤프라치코스에 의해 찢어진 그웬플렌의 입 모양은 극을 여닫는 무대 전체 가림막을 시작으로 공작의 작위를 내던지는 상원의회의 무대까지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하게 변주된다.

'웃는 남자'의 추천을 망설이는 이유는 각색 때문이 아니다. 작품 속 반복하는 위고의 명 문장 "부자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진 것"이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도 해당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부자라면 가난한 자는 대사 하나 없는 단역이나 무대 뒤 스텝들이다. 이들의 임금 격차는 뮤지컬 시장의 기형적 구조나 제작비 거품을 지적할 때마다 늘 꼽히는 대목이다. 가수 출신의 주인공들은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 주역으로 출연한 휴 잭맨보다 1회당 출연료가 비싸다고 알려졌다.

이들 주인공이 극 중 상원의회에서 귀족의 비싼 월급을 서민에게 돌리자고 주장하는 대사에서 현실 뮤지컬과의 괴리감을 느꼈다. 어쩌면 뮤지컬 '웃는 남자'야말로 '부자들의 낙원'일지도 모른다.

혹여, 관람 예정인 독자라면 이름값에 치우쳐 관람일을 고르기보다 박강현이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날짜를 추천한다. 그가 무대에 섰을 때야말로 '우리 오빠의 콘서트'가 아니라 단역과 스텝이 '웃는 남자'에 쏟은 땀과 열정까지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확신한다.

뮤지컬 '웃는 남자'는 오는 8월2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이어 9월4일부터 10월28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로 공연장을 옮겨서 공연한다.

뮤지컬 '웃는 남자' 공연장면 (제공 EMK)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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