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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검토는 대통령 권한…기무사 사실상 '군사반란 음모'

국가비상사태 구체적 발생할 때만 선포 가능
"군부에 악용된 역사…엄중한 법적 심판 필요"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8-07-14 09:00 송고 | 2018-07-16 11:52 최종수정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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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기무사령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비해 계엄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에도 질서정연한 집회·시위로 일관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한국의 민주주의를 기무사가 40년 전으로 퇴보시켰다는 비판을 받는다.

기무사가 검토한 계엄은 비상대권으로 대통령만이 선포할 수 있고 대통령과 군부의 권한을 막강하게 만드는 초법적 제도다.

계엄은 평시가 아닌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만 선포할 수 있다. 계엄령이 선포된 동안에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 개개인의 기본권에 대해 '예외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예컨대 비상계엄지역 내에서는 계엄법에 따라 강제 동원 또는 징발이 가능하고, 작전상 부득이한 경우 국민의 재산을 파괴 또는 소훼할수 있다.(계엄법 9조 2항 및 3항) 

국군 기무사령부 작성 문건/ 제주 4.3사건과  여순사건  등을 '폭동' '반란' 등으로기재하고 있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국군 기무사령부 작성 문건/ 제주 4.3사건과  여순사건  등을 '폭동' '반란' 등으로기재하고 있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기무사가 직접 작성한 문건에 등장하는 9차례의 계엄 사례에서도 '계엄'이 국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 헌정사에 상처로 남아있는 제주 4.3 사건과 여순사건 및 5·18 민주화운동 모두 계엄 하에서 벌어진 일이다. 계엄이 헌법상의 제도라는 이유로 함부로 검토되거나 선포되면 안 되는 이유다. 

계엄 시 국민의기본권 침해 위험은 늘고, 계엄을 빙자한 대통령의 권력 강화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 때문에 계엄 제도는 군부독재의 권력 유지 또는 군부의 권력 찬탈을 위해 오남용돼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처럼 계엄제도가 갖는 막강한 힘에 대한 반성과 우려에 따라 헌법과 법률은 계엄 선포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한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전시 또는 사변이 아닌 '국가비상 사태'는 △전쟁에 해당하지 않는 외적의 침입 △국토참절, 국헌문란 목적이 있는 무장·비무장 집단 또는 군중에 의한 사회질서교란행위 △자연 재난으로 인한 사회질서 교란상태 등이 있다. 계엄법은 계엄령 선포 요건을 "적과 교전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 돼 행정 및 사법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로 조금 더 구체화하고 있다.

법제처가 발간한 헌법주석서는 "계엄을 위해서는 '국가비상사태'가 이미 구체적으로 발생돼야 하며 발생 가능성만 있는 경우에는 제외된다"며 예방적 계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헌법 주석서는 또 "모든 반정부적 활동을 (계엄 선포요건인)비상사태로 규정해서는 안된다"며 "통상 계엄선포가 가능한 사회질서 교란상태는 '국가의 존립 자체에 직접적 위해를 가져오는 정도의 교란상태를 말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계엄 선포에 대한 검토 역시 대통령의 권한이다. 계엄 선포와 계엄제도 시행 등에 대한 검토 권한이 없는 기무사가 작성한 문건에는 '시위대의 과격화 우려' 등이 계엄 선포 사유로 기재돼 있다. 

계엄에 대한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는 기무사가 일어나지도 않은 상황을 가정해 문건을 작성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기무사의 행위가 형법상 '내란음모' 내지는 군형법상 '군사반란 음모'에 해당한다고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 "기무사 계엄 문건은 군부 독재의 잔재"
     
과거 군사쿠데타 이후 선포된 1972년의 유신계엄, 1980년 신군부 계엄 등은 선포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졌다. 당시 계엄을 내릴만한 '사회질서 교란'이 있었다기 보다는 군부가 집권을 위해 '계엄' 제도를 오남용 했다는 역사적 평가가 나온다. 당시에는 계엄 선포의 또 다른 요건인 행정기관 및 사법기관의 기능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해당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대통령이 비상긴급권인 계엄 제도를 남용해 군부가 행정 및 사법기관을 장악하도록 한 쿠데타 성격이 짙었다. 

그럼에도 과거 이뤄진 '계엄'은 군부의 권력 찬탈이 아닌 헌법상 계엄제도의 정상적 시행으로 평가되고 있다.

계엄제도를 연구한 전문가들은 군부가 대통령의 비상대권인 '계엄'을 함부로 검토할 수 있었던 이유로 군부가 과거 계엄제도 오남용에 대해 법적, 역사적 책임을 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고있다.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신계엄이나 10.26이후의 계엄 사례 등을 보면 계엄 제도가 군부 쿠데타를 위해 오남용 됐다는 역사적 평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이번 기무사 문건은 군부가 소요사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없는 시민들의 평화적 시위를 군사력을 동원해 진압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볼수 있다"며 "과거 군부의 계엄제도를 이용한 정치개입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군부의 계엄 제도를 이용한 정치개입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무사의 시위 군사진압 계획 검토에 대해 엄중한 법적 심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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