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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북한특수부대? 황당"…지만원 지목 '73광수' 증언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2018-05-20 15:42 송고
"이따위 황당한 사진을 올린 X이 누구이며 '광수'가 무슨 말인가 알고 싶어 왔다."

19일 오후 광주 5·18기념문화센터에 70대 한 시민이 찾아왔다. 광주 서구 금호동에 사는 지용씨(76). 지씨는 임종수 기념문화센터 소장과 만나 "무지하게 열받는다"며 흥분했다.

지씨는 임 소장과 만난 자리에서 지만원씨가 책자에서 지목된 '광수73'이 자신이라고 밝혔다. '광수'는 극우 세력인 지만원씨가 제멋대로 지칭한 '광주에서 활동한 북한특수부대'라는 의미다.

지만원씨는 5·18을 북한 특수부대 600여명이 내려와 일으킨 폭동으로 왜곡하며 5.18민주화운동 당시 촬영된 사진 속 인물을 제1광수, 제2광수, 제3광수 등으로 지목하고 있다.

정상적인 시민들은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고 무시하지만 극우 성향의 일베저장소나 극우 매체 뉴스타운 등에서는 아직도 신봉하고 있다.
극우주의자인 지만원씨가 '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북한 특수부대 600여명이 내려왔다'고 주장하며 광주시민 지용씨를 '제73광수'로 지목한 사진. 지용씨는 1980년 5월 당시 시민군으로 참여했고 이후 사업을 하며 38년 동안 5.18과 관련해 침묵해왔으나
극우주의자인 지만원씨가 '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북한 특수부대 600여명이 내려왔다'고 주장하며 광주시민 지용씨를 '제73광수'로 지목한 사진. 지용씨는 1980년 5월 당시 시민군으로 참여했고 이후 사업을 하며 38년 동안 5.18과 관련해 침묵해왔으나 "이번 '역사 왜곡'을 계기로 진실을 밝히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5.18기념문화센터 제공)2018.5.20/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지씨는 임 소장과 만나 딸이 보내온 카카오톡 내용을 보여줬다. 카톡에는 지만원이 제75광수 '리선권'으로 지목한 5·18 사진 속 주인공 홍모씨(남·59)의 인터뷰 내용과 함께 실린 한 장의 사진이 담겨 있었다.

5·18 당시 사진에 '제73 광수'로 지목된 인물도 있는데, 젊은 시절 아버지의 모습을 알아본 딸이 지씨에게 카톡으로 보내준 것이다.

지씨는 "말도 안되는 사진을 퍼뜨린 사람이 누구이고 '광수'의 뜻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8년 간 꼭 눌러 담아왔던 속얘기를 꺼냈다.

임 소장에 따르면 1980년 당시 사업을 하고 있던 지씨는 5월18일 계엄군의 만행을 보고 울분을 참지 못해 광주항쟁에 참여했다.

그는 "시내에 나왔다가 충장로 3가에서 공수대원들이 당구장에서 젊은이들을 끌고 내려와 개머리판으로 찍고 무릎을 꿇린 채 대검으로 허벅지를 쑤시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건장한 체구에 대학 시절 레슬링을 한 지씨는 이후 도청에서 박남선 상황실장 등과 함께 총기를 들고 외곽순찰과 도청경계 업무를 봤다.

그는 5월26일 밤 옷을 갈아입기 위해 도청 근방에 있는 집(사동 141번지)에 잠시 들렀다가 계엄군의 진압작전이 시작되면서 도청으로 돌아가지 못해 화를 면했다.

27일 도청이 진압된 후 지씨는 지명수배를 받았으나 29일경 보안대 합동수사본부에 자수했고 사업을 하며 쌓은 인맥과 재산 덕분에 사면돼 풀려났다.

이후 지씨는 자신의 사업과 가족들에게 불이익이 올까봐 38년동안 침묵했다. 5·18유공자 신청도 하지 않고 시민군 참여 소식도 일체 언급하지 않고 사업에만 몰두하며 지냈다.

하지만 지만원씨로부터 북한특수군인 '광수'로 지목된 사실을 알고 나서야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80년 5월 헬기 기총사격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증언을 털어놓았다.
지만원씨에 의해 '제73광수'로 지목당한 지용씨(76)가 19일 광주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임종수 소장을 만나 80년 5월 당시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5.18기념재단 제공)2018.5.20/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지만원씨에 의해 '제73광수'로 지목당한 지용씨(76)가 19일 광주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임종수 소장을 만나 80년 5월 당시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5.18기념재단 제공)2018.5.20/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지씨는 "집근처에 있는 불로동 다리를 지나던 중 헬기가 도청 전일빌딩 쪽을 향해 수십발 쏘는 장면을 생생하게 목격했다"며 "도청 집단발포가 일어난 21일 이후 22일이나 23일경 낮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블로동 다리에서 전일빌딩과의 거리는 500~600여미터로 멀지 않고 당시 전일빌딩은 주변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016년 9월부터 12월까지 3차례에 걸쳐 감식을 통해 80년 5월 당시 전일방송 영상 데이터베이스(DB) 사업부로 쓰이던 10층 내부 기둥과 바닥, 천장 등에서 177개의 탄흔을 발견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헬기 발포와 관련된 명확한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임 소장은 "그동안 침묵했던 5·18에 대해 지씨가 입을 연 것은 지만원의 역사 왜곡 때문"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더이상 침묵하지 않고 5·18진실을 밝히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nofatej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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