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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어디까지 왔나①]알파고 2년, 생활속으로 파고든 '인공지능'

통번역부터 신입사원 채용까지…"언제 어디서나 '개인비서'"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2018-05-27 07:30 송고 | 2018-05-27 14:26 최종수정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OO야, 책읽어줘~"
"OO야, 치킨 좀 주문해줘~"

지난 2016년 3월 인공지능(AI) '알파고'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했다. 세계 최강의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을 기세좋게 누른 이 존재는 도대체 뭘까. 모습이 없는 이 존재는 스스로 바둑수를 익히고 연습한다고 하니 사람들은 기막혀 했다.

그로부터 2년이 흘렀다. 대한민국은 AI 기술로 '개벽천지'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이곳저곳에서 경쟁하듯 내놓은 AI스피커들은 이제 말대꾸를 하는 수준을 넘어 배달주문까지 해주는 단계로 진화했다. AI 스피커는 'AI의 시작점'일 뿐이다. AI는 가전제품과 접목되면서 스마트홈을 현실화시켜주고, 자동차와 융합되면서 자율주행차 시장을 성큼 다가오게 만들었다. 이뿐만 아니라 AI는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시티 등 경계없이 무한확장하고 있다. AI는 블록체인과도 결합하는 중이다.

이 9단과의 대결에서 4대 1로 압승한 '알파고'는 이제 적수가 없어 지난해 바둑계를 은퇴했다. 은퇴하기까지 알파고에게 일어났던 변화는 실로 놀라움의 연속이다. 알파고의 마지막 버전인 '알파고 제로'는 그 누구에게도 바둑을 배우지 않고 스스로 터득해 바둑 최강자 자리에 올랐다. 이 9단과 맞붙은 '알파고 리'가 인간 바둑기사 기보 16만건을 학습하며 대국을 준비한 반면, '알파고 제로'는 단 36시간만에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 동생뻘인 '알파고 리'에게 100전 100승을 거뒀다.

알파고는 바둑에 특화한 AI여서 생활에서 접하는 것과 거리가 있다. 현재 가장 밀접한 AI는 스마트폰과 스피커에서 경험할 수 있다. 지난 3월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S9에는 카메라에 AI를 탑재해 사물을 비추면 제품 정보를 찾아 가격을 비교해주며 쇼핑을 돕고, 낯선 외국에서 처음 보는 단어나 문장을 즉시 번역한다. 이달 출시된 LG전자의 G7은 AI을 탑재해 '씽큐'(ThinQ) 이름을 덧붙였다. G7씽큐 카메라는 AI가 알아서 최적의 상황을 설정해 최상의 사진촬영을 돕는다. 카메라 외에 각 제조사들은 독자적으로 또는 IT업계와 협력해 AI비서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빅스비' 애플은 '시리' LG전자는 구글 어시스턴트를 채용해 날씨나 길찾기 등 간단한 생활 속 정보를 빠르게 제공한다.

최근 급속도로 성장하는 AI스피커 시장은 '홈 IoT'의 허브 역할을 하면서 중요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은 자사의 인터넷TV(IPTV)를 바탕으로 집안의 가스와 전기, 보안 등을 하나로 연결하는 홈IoT에 주력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사들은 쇼핑과 금융결제 시장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AI스피커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는 지난해 8월 AI 상품추천 '에이아이템즈'를 적용한 후 광고주가 급증하며, 광고매출이 전년대비 15.4% 늘어난 2조1530억원을 거뒀다. 에이아이템즈는 AI가 고객의 요구를 미리 예측하고 상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통·번역시장에서의 AI 활용을 생각하면 더는 외국어를 배울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 느꼈던 어색함은 AI가 문맥을 파악하기 시작하면서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능력을 발휘했던 한글과컴퓨터의 '지니톡'이나 네이버의 '파파고'는 이제 해외여행 시 꼭 내려받아야 할 애플리케이션이 됐다. AI와 홀로그램이 더 발전한다면 각자의 언어로는 소통할 수 없던 '인간'과 '인간'이 자국민을 대하듯 소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네이버는 연내 동시통역 이어피스 '마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마스는 파파고 서비스를 기반으로 통역 기능을 제공하는 기기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른 두 사람이 이어피스를 한쪽씩 나눠 끼고 대화하면 자동으로 번역해준다.

채용시장에도 AI가 등장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지난해부터 AI를 채용 과정에 도입했다. 올해는 '삿포로 맥주'가 신입사원 서류전형을 AI에 맡겼다. 국내에서는 SK C&C가 AI '에이브릴 HR'을 적용한 자기소개서 분석 솔루션을 채용대행 기업인 스카우트에 제공했다. 지금으로써는 서류에서 거짓 항목이 있는지, 다른 사람의 글을 차용한 건 아닌지 등을 가려낸다면 앞으로는 AI와 마주앉아 면접을 진행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 대기업 채용담당자는 "면접관들도 인간이다 보니 10명만 면접을 해도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AI가 면접을 하면 면접자를 더 자세히 볼 수 있고 채용비리도 근절할 수 있어 기업들이 도입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산업에서 발휘하는 AI의 능력은 '신세계'에 가깝다. 미국 신약개발 AI 스타트업인 '아톰와이즈'는 지난해 인공지능을 적용해 수년이 걸리던 에볼라 치료약 후보군을 하루만에 발굴했다. 제약업계는 연구자 한 명이 1년 동안 들여다볼 수 있는 자료가 200~300건이라면, AI는 같은 기간 2500만건의 논문초록과 100만건 이상의 논문, 환자 400만명의 임상자료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인간의 생활 깊숙이 파고든 인공지능은 어디까지 진화할까. 전문가들은 모든 사물에 센서가 장착돼 한 인간의 행동 하나하나를 '데이터'로 추출한 후 이를 공유해 궁극적으로 어디를 가더라도 따라다니는 '개인비서'가 되리라고 본다.

실제 AI 연구의 선구자인 구글은 '구글 I/O 2018'에서 사람과 똑같은 자연스러운 어투로 직접 미용실과 식당에 전화해 예약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더욱 자연스러운 자연어 처리 과정을 넘어 실제 인간과의 대화에서도 막힘 없고 감정까지 읽는, 영화 '허'(HER)의 사만다처럼 연애도 가능한 시대가 수년 내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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