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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 신생아는 안전할까…'관리 사각지대' 감염 급증

조리원 감염 4년 만에 9배 늘어…감염병 발생해도 원인 파악 부실
복지부 "산후조리원 감염 관리 강화할 것"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2018-04-24 06:30 송고 | 2018-04-25 12:16 최종수정
뉴스1 DB(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 News1
뉴스1 DB(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 News1

서울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의 원인이 의료진의 총체적인 감염관리 부실로 밝혀지면서 보건당국이 규제 강화에 나섰지만 산후조리원은 여전히 감염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산후조리원이 크게 늘어나면서 조리원 내 신생아 감염도 해마다 늘어 4년 만에 9배 가까이 급증했지만, 의료기관이 아니어서 보건당국의 통제가 느슨한 탓이다.

특히 산후조리원 내 신생아에게 이상증세가 나타나면 모자보건법과 질병관리본부 지침에 따라 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서야 하지만 보건소가 이를 준수하지 않더라도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

의료진에게 고도의 감염 관리 의무를 지우는 병원과 달리 과태료 등 행정처분에 그치거나 아예 제재가 불가능한 '솜방망이' 규제가 산후조리원의 부실한 신생아 감염 관리를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신생아 '로타바이러스' 확진에도…산후조리원 유선보고만 받은 보건소

지난 3월 아들 A군을 출산한 직후 경기도 성남의 한 산후조리원에 입소한 김모씨(37·여)는 입소 12일 만에 열이 펄펄 끓는 아들을 품에 안고 대학병원으로 달려갔다.

3일 동안의 치료 끝에 A군은 건강을 회복했지만 6일 뒤 병원으로부터 '로타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로타바이러스는 주로 영유아나 아동이 자주 감염되는 질환이지만 면역력이 약한 미숙아나 노인에게 전염되면 치명적일 수 있다.

김씨는 로타바이러스 잠복 기간(24~72시간) 내에 A군이 산후조리원에서 지냈던 점을 토대로 "조리원의 평소 위생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A군의 발열을 확인하고도 하루 뒤에야 이 사실을 부모에게 알렸다"고 주장하며 지역 보건소에 민원을 제기했다.

민원을 접수한 지역 보건소는 개별 역학조사에 나섰지만 해당 산후조리원의 방역 상태와 근무자 위생상태 확인에 그쳤다. 산후조리원으로부터 A군의 이송 및 퇴원 사실을 보고받았지만 정작 '로타바이러스 확진서'는 직접 확인하지 않았다.

지역 보건소 관계자는 "산후조리원으로부터 몇 차례 경과보고를 유선으로 받았고, 로타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말을 전해들었다"며 "A군에게 발열 증세가 나타나기 3일 전에서 6일 후까지 모니터링한 결과 추가 감염이 발생하지 않아 집단 역학조사는 진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산후조리원은 'A군의 로타바이러스 감염을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산후조리원 관계자는 "김씨에게 로타바이러스 확진 판정이 나왔다는 말을 전해 들었을 뿐 우리가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보건소의 불시검문과 점검 결과 산후조리원의 과실은 없다고 나왔지만 산모에게 수 차례 사과를 드렸다"고 전했다.

김씨는 "산후조리원이 로타바이러스 확진 명세를 요청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확진 명세를 내밀었다. 김씨는 산후조리원이 제안한 '전액환불'을 거절하고 추가 배·보상을 요구한 상태다.

신생아 집단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 News1 구윤성 기자
신생아 집단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 News1 구윤성 기자

◇보건소가 신생아 병명 확인해야 하지만…안 해도 처벌 못해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지침은 산후조리원에서 감염병이 발생하면 지역 보건소에서 역학조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생아 2명 이상에게 같은 감염증세가 나타나면 해당 신생아와 접촉한 근무자와 방문객 전부를 상대로 '집단 역학조사'가 이뤄진다.

신생아 1명 이하에게만 감염병이 발병하면 해당 신생아의 증세와 치료 경과, 감염병 병명 확인 등만 확인하는 '개별 역학조사'가 진행된다.

문제는 이 같은 '지침' 형태의 규정이 갖는 한계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 지침이라고 하더라도 법에 근거를 둔 것은 아니다"라며 "사실상 보건소가 신생아의 병명을 직접 확인하지 않더라도 이를 제재하거나 처벌할 법적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산후조리원 감염 관리 전반을 규정하는 모자보건법에서도 '적절한 인력을 갖추어야 한다',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 정도의 포괄적인 내용만 규정돼 있을 뿐 구체적인 관리기준이나 제재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침은 산후조리원만 보고 의무를 지우고 있고, 이를 어겨도 제재가 어려워 (보고가) 누락되는 경우가 많다"며 "보건소가 반드시 현장 점검을 해야 한다는 강제규정도 없다"고 말했다. 

그사이 산후조리원에서 발생한 신생아 감염 사례는 최근 4년 만에 9배 가까이 급증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송석준 자유한국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56건이었던 산후조리원 내 감염 발생 건수는 지난해 494건으로 8.82배 증가했다.

질환별로 살펴보면 지난해에는 로타바이러스 감염이 145건(29.3%)으로 가장 많았고 △RS 바이러스 감염(27.9%) △감기(21.4%)가 뒤를 이었다.

이중 로타바이러스는 2016년 138건(24.54%)에 이어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호흡곤란이나 청색증, 폐기종을 유발하는 RS바이러스가 감기를 제치고 신생아 감염병 2위에 올랐다.

실제로 지난 3월 경북 포항시 북구의 한 산후조리원에서는 생후 1개월 미만의 영아 9명이 집단으로 세포융합바이러스(RSV)에 감염됐다. 또 부산 소재 산후조리원 3곳에서도 27명의 신생아가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돼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감염 사각지대 놓인 산후조리원…"규제 강화하겠다"

산후조리원이 '의료기관'으로 분류되지 않는 현실이 감염 사각지대를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후조리원은 엄연히 신생아실을 운영하면서 산모와 영유아를 유치하고 있지만 업종은 '다중이용시설'로 분류된다. 대부분 민간업체가 시설을 지은 뒤 보건당국에 신고만 하면 영업이 가능한 '신고제'를 채택하고 있다.

민간 영역에서 수요에 의해 제공되는 서비스라는 성격이 강조되다 보니 보건당국의 감염 관리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못해 온 것이다.  

보건당국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산후조리원에 대한 감염 관리 강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산후조리업자를 대상으로만 실시했던 감염관리 교육을 모든 종사자에게 확대할 방침"이라며 "6월부터는 지침 위반이나 감염 사례가 있던 산후조리원에 대해 산모들이 이를 알 수 있도록 공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현재까지 병원에 이송된 신생아의 감염병 종류를 산후조리원이 확인하지 않더라도 이를 처벌할 규정이 없었다"며 "행동 지침을 법으로 가져와 산후조리원의 감염 관리를 강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dongchoi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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