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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세금이 필리핀에서 낭비되고 있습니다"

필리핀 선주민들 한국 방문해 "댐 건설 막아달라"
한국 공적개발원조(ODA) 되레 현지 주민 괴롭혀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2018-04-06 07:00 송고
기업인권네트와크와 iCOOP 생협,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5일 오후 시청역 스페이스노아 커넥트홀에서 '한국 ODA는 왜 필리핀 주민을 울리는가?'를 주제로 공개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 News1

"한국 국민들은 대통령을 쫓아낼 정도로 힘을 가진분들이십니다. 여러분의 세금이 이상한 곳에 쓰이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 주세요"

한국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지원을 받는 댐 건설로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놓인 필리핀 선주민이 한국 시민들에게 관심을 호소했다. 

기업인권네트와크와 iCOOP 생협, 참여연대는 5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스페이스노아 커넥트홀에서 '한국 ODA는 왜 필리핀 주민을 울리는가?'를 주제로 공개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서는 2012년 한국수출입은행이 필리핀 재무부에 2500억원의 유상차관을 약속한 '필리핀 할라우강 다목적 사업(2단계)'이 선주민들의 삶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현지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할라우강은 필리핀 중부 파나이섬에서 2번째로 큰 강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파나이섬 선주민 레미아 카스트로(50)는"할라우강은 선주민들에게는 어획을 통한 생계의 원천이자 식수의 수원지며, 주변에는 조상들의 묘지가 있는 거룩한 장소"라며 "댐 건설 프로젝트 때문에 선주민들의 문화가 파괴되고 삶의 터전에서 내몰릴 것 같아 댐 건설에 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레미아와 함께 한국을 방문한 신시아 디두로 파나이·기마라스 선주민 네트워크 사무총장(66)은 정부가 댐 건설을 통해 관개용수와 식수 확보, 전력생산, 일자리 창출, 홍수 예방 등이 가능하다고 선전하지만 과장되거나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어 신시아 사무총장은 댐 건설 프로젝트가 법을 위반한 채 진행된다고 지적했다. 필리핀의 선주민권리법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 선주민들을 대상으로 '자유의사에 따른 사전인지동의'를 받아야 했지만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다. 

선주민들의 동의 없이 필리핀 정부가 댐 프로젝트를 위한 준비 작업을 강행하면서 인권침해가 곳곳에서 발생했다. 

존 알렌시아가 할라우강을 위한 민중행동 활동가(30)에 따르면 레미아의 사촌은 메인 저수지 공사를 위한 도로 건설로 1㏊(1헥타르, 3025평)에 이르는 땅을 정부에 넘겨줘야 했지만 보상으로는 1800페소(약 3만6000원) 밖에 받지 못했다. 

또 그는 댐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정부기관 등에게 괴롭힘이나 위협을 당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군까지 동원돼 공포 분위기가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댐 건설을 반대하는 선주민들은 정부 기관과 관계자들이 댐 건설을 위해 들여오는 차관에서 이득을 얻기 위해 선주민들을 희생시키려고 한다고 본다. 

한편 한국수출입은행과 필리핀 정부는 차관계약을 맺고 할라우강에 3개의 댐을 짓는 프로젝트를 2016년까지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한국과 필리핀 시민단체, 선주민들의 반대로 현재까지 공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공사를 시작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5일 레미아 등을 만난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아직 공사 시작 시점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영아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는 "대부분의 시민들은 ODA는 그냥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지원을 받는 국가의 시민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도움이 되는지는 무관심하다"라며 "앞으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otg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