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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개헌안쟁점① 토지공개념은 사회주의 제도인가?

시장실패 국가개입 위한 수정자본주의 개념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8-03-27 06:00 송고 | 2018-03-28 10:10 최종수정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0일 서울 청와대 춘추관에서 김형연 법무비서관,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과 함께 대통령 개헌안 중 헌법 전문과 기본권 부분의 내용과 조문 배경을 발표 하고 있다. 2018.3.2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국무회의가 의결한 헌법개정안의 국회 발의를 전자결재로 재가했다. 청와대는 지난 20일부터 사흘에 걸쳐 정부개헌안을 발표했다. 개헌안 발표 첫날부터 내용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이 발의한 정부개헌안에 담긴 내용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조항으로 '토지공개념'을 꼽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토지공개념'이 사회주의적 제도라며 사유재산제와 충돌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국민은 물론 기업, 건설업계 등은 토지공개념에 대해 제각각의 의견을 내고 있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토지공개념이 이번 정부개헌안 경제조항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셈이다.

특히 일각에서 토지공개념이 사회주의 정책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어 개헌 논의가 이념 공방으로 이어질 개연성도 높은 상황이다.

◇토지공개념은 토지 국공유화와는 다른 개념

토지공개념이라는 용어는 지난 1978년 박정희정권 당시 건설교통부 장관이 토지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언급한 이후 공식화된 용어다. 이후 공법학자들이 ‘토지공개념’을 검토해 1980년대 후반 부동산 관련 3법(△택지소유상한법 △개발이익환수법 △토지초과이득세)제정의 근거개념이 되면서 법적 의미를 갖게 됐다.

토지공개념이 사회주의 제도라는 오해는 토지 '공개념'이라는 용어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사회에서 '공(公)'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어 온 용례에 비춰 공공에 의한 토지 소유 또는 점유를 확대하는 '국공유화'와 유사한 제도로 잘못 이해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토지공개념에 따라 부동산 규제 등을 하던 역대 정부 역시 직접적으로 토지공개념이라는 용어 사용을 의식적으로 자제해 왔던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토지공개념을 최초로 법제화한 노태우정부도 △택지소유상한법 △토지초과이득세법 △개발이익환수법 등 소위 부동산 3법을 제정하면서도 ‘토지공개념’이라는 용어를 명시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참여정부도 부동산 투기근절을 위해 2003년 단행한 10·29 부동산 대책과 2005년 8·31 부동산 대책을 앞세워 토지공개념을 강화하면서도 토지공개념이라는 용어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두 정부 모두 토지공개념에 대한 기업과 부동산 소유자들의 심리적 저항을 억제하고 관련 논란을 의식해 토지공개념 언급을 회피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토지공개념은 토지 재산권 국가규제 강화 논리에 불과

새 헌법에 토지공개념 명시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세계 어느 국가도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토지의 사회적 공공성을 제도화하고 있다. 토지가 공적 성격을 갖는다는 것은 이미 100여년 전인 1919년 독일의 바이마르 헌법에서 성문화된 바 있다.

이종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공성이 인정되는 재산권에 대한 제한은 독일은 물론 오스트리아 등 서유럽 국가의 헌법상 재산권 조항에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지공개념은 토지가 개인의 사유재산이라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사유재산제를 인정하는 만큼 당연히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부정하는 개념도 아니다. 다만 토지공개념은 다른 재산권에 비해 토지재산권 행사에 국가가 좀 더 강한 규제를 가할 수 있다는 논리를 담고 있을 뿐이다.

즉 부동산 투기와 이에 따른 서민 주거 불안정을 일종의 '시장실패(market failure)'로 보고 국가가 규제 등을 통해 시장에 개입할 근거가 되는 이론이 토지공개념이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토지공개념은 사회주의 제도라기보다는 시장실패에 대한 정부개입을 인정하는 수정자본주의 이념을 담고 있다고 볼수 있다. 

정부개헌안이 현행 헌법에도 담겨 있는 토지공개념을 한층 강화한 것 역시 부동산 규제에 대한 헌법적 근거 마련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현행 헌법도 토지공개념을 담고 있지만 간접적 근거 규정만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노태우정부 당시 국회에서 만든 택지소유상한법과 토지초과이득세에 대해 각각 위헌과 헌법불합치 결정이 선고됐다.

정부개헌안에 따라 토지공개념이 좀 더 명확히 규정되면 개인의 토지 재산권을 공공의 필요를 위해 부득이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헌법적 근거로 작동하기 때문에 관련 입법 등을 통해 부동산 규제를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된다.

공공자원인 토지의 효율적 이용과 시장실패에 따른 국가개입 논리에 따라 토지보유로 인해 발생한 '이득'에 대해 '공평과세'를 하는 방식으로 구체화된다.  

현재까지 역대 정부가 토지공개념을 바탕으로 시행한 부동산 세제정책이 종합부동산세, 종합토지세, 기업의 비업무용토지에 대한 지방세 규제 등이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헌법에 '토지공개념'이 명확히 도입된다고 해서 곧 바로 강한 부동산 규제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토지공개념을 구체화해 규제 강화와 보유세 강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관련 법률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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