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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성추행 사건에도…법무부 '너무나 가벼운' 처신

전문가들 "개인이 조직과 싸워야 하는 전형적 사례"
文대통령 "성희롱·성추행 발생 않는 문화 만들어야"

(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2018-01-31 05:17 송고 | 2018-01-31 07:19 최종수정
박상기 법무부 장관. /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박상기 법무부 장관. /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8년 전 법무부 간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이 조직적으로 은폐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조직 내 성추행 사건을 마주한 법무부가 사안의 위중함에 비해 초기 인식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법 집행기관인 법무부가 서 검사의 폭로에 사회적 논란이 불붙자 처음 '시간이 경과해 조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진상을 파악하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따가운 비판이 쏟아진다. 

통상 직장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나 법원의 판결에 비해 너무 안이한 인식이었다는 지적이다. 또는 법무부 내 기득권 세력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된다. 

법무부는 서 검사의 글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지 약 8시간 후인 29일 오후 6시30분쯤 처음 입장을 내놓았다.

법무부는 "지난해 말 당사자의 인사불이익 주장에 따라 2015년 인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충분히 살펴보았으나, 아무런 문제점을 기록상 발견하지 못했다"며 "참고로 대상자는 근속기간이 경과되지 않아 금번 상반기 평검사 인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밖에 성추행과 관련된 주장은 8년에 가까운 시일의 경과, 문제 된 당사자들의 퇴직으로 인해 경위 파악에 어려움이 있음을 설명드린다"고 덧붙였다.

즉 지난 해 말부터 문제가 불거지기까지 약 한 달간 당시 인사 과정에 대해 들여다봤으나 '기록상' 아무 문제점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검찰 인사를 맡은 법무부의 책임 소지가 없다는 해명이 우선이었다.

또 성추행 사실과 관련해서는 오랜 시간이 흘렀고 가해자라고 지목된 이들이 현재 법무부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경위 파악이 어렵다고 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사건 당시 법무부 간부였기 때문에 법무부의 이런 해명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서 검사가 29일 직접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조직 내 또다른 성폭행 사건 등에 대해서도 밝히는 등 사회적 파장이 일자 법무부는 30일 오전 또다시 설명문을 배포했다. 톤은 전날과는 사뭇 달랐다. 

법무부는 "먼저 성추행 부분과 관련해 오늘 대검찰청에 2010년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성추행 여부 등 서 검사가 제기한 문제 전반에 대해 철저히 진상을 조사해 엄정히 처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서 검사가 제기한 인사불이익 문제와 관련해서도 2015년 8월 당시 서 검사의 인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다시 한 번 철저히 살펴보도록 하겠다"면서 "법무·검찰의 직장내 성희롱 등 또 다른 성범죄가 없는지 확인해 엄정하게 처리하도록 하고 앞으로 이런 문제의 재발방지를 위한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인사상 불이익은 '기록상'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고 다시 '철저히' 살핀다며 스스로 말을 바꿨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에 대한 진상 조사는 대검으로 공을 넘겼다. 이미 대검이 하루 앞선 29일 대검 감찰위원회에서 진상을 조사하겠다고 밝히고, 문무일 검찰총장이 30일 오전 결과에 따라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강한 수습 대책을 내놓은 뒤였다.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이사 등으로 활동하는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대표변호사는 조직이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면 문제에 대한 개선도 어렵다고 법무부의 안이한 대응을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당시 대검에서 근무했던 사람들 등 조사하려면 연결고리에 있는 사람은 많이 있다"며 "가해 당사자만을 지목해 소극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추가조사가 어렵다고 대응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이야기할 때는 피해자를 진지하게 사건 내용에 대한 것을 파악하고, 피해자가 이 사건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이유들을 이야기하면 그에 대한 적극적인 조사로 의혹은 없는지 등을 밝혀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 차원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하게 되면 피해자 개인은 조직하고 싸워야 하는 문제가 돼 용기를 잃을 수밖에 없다"며 "이번 케이스도 그런 것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에 대해 피해자가 문제제기 했을 때 조직이 적극적으로 진상을 파악하고 조취를 취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법무부가 사내 성폭력 사건에 대해 민간 기업보다도 못한 대응을 했다는 쓰디 쓴 지적이다. 

그러면서 "어떤 것이 문제인지 정확하게 짚어주고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개선을 할 수 있을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30일 문재인 대통령도 "아직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사실이라면, 가장 그렇지 않을 것 같은 검찰 내에도 성희롱이 만연하고 2차 피해가 두려워 참고 견딘다는 것"이라며 "성희롱·성추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문화를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상당히 완화된 비판이긴 해도 법무부로선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법무부가 조직 내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건을 바라보는 인식과 앞으로의 대응과 조치에 전국민의 따가운 시선이 쏠리고 있다. 행정안전부장관과 경찰청장 그리고 검찰총장에게 인권영화 ‘1987’을 함께 관람하자던 그 법무부다.


silver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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