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산업 >

"우리시장 들어오지마!"…기득세력과 정부·지자체 '짬짜미?'

[규제개혁 없이 혁신성장 없다③]'보호보다 공존을'

(서울=뉴스1) 차윤주 기자 | 2018-01-22 07:30 송고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우리나라는 왜 '스타트업 규제공화국'이 됐을까. 이는 '포지티브 규제(열거주의)' 방식에 새로운 벤처·스타트업을 끼워 맞추려는 규제 당국과 기득권 유지에 급급한 기존 산업 플레이어의 합작품에서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모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을 키우기보다 사고를 예방하는 게 우선목표다. 여기에 경쟁업체 출현을 막으려는 기존 산업 기득권자들의 이기심이 더해져 진입장벽을 계속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본력도 없고 경험도 부족한 스타트업에겐 이 장벽이 '철옹성'이다.
 
2009년 미국의 우버(UBER)를 시작으로 중국 디디추싱, 인도네시아 고젝, 싱가포르 그랩 등 각 나라마다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 '라이드 셰어링'(차량공유) 서비스가 등장했다.
 
전세계적 트렌드로 떠오른 공유경제, '온디맨드 모빌리티'의 상징 라이드 셰어링은 한국에서만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법)에 막혀있다. 2013년 한국에 진출한 우버는 규제당국의 철퇴를 맞고 사실상 사업을 접었다.
 
당시 여객법 단속권을 가진 서울시는 포상금을 내걸어 우버 운전자를 잡는 '우파라치'(우버와 파파라치의 합성어) 제도까지 도입했다. 서울시는 유상운송행위를 엄격히 규정한 여객법 아래 승객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입김이 센 택시업계의 눈치를 본 것이란 비판이 많았다.
 
4년이 지났는데 이 논란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카풀앱 '풀러스'와 '럭시', 심야 버스대절로 인기를 얻은 '콜버스' 등 분명한 수요와 반응을 확인한 차량공유 시장이 개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16년 4월 등장한 풀러스는 여객법이 카풀을 허용하는 출퇴근시간 일반택시보다 요금이 30~40%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10월 네이버 등으로부터 220억원 투자까지 유치했지만, 다음달 서울시는 풀러스를 여객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기존 출퇴근 시간(오전 5~11시, 오후 5시~이튿날 오전2시)을 유연근무제 등에 맞춰 24시간으로 확대하자 바로 제동에 나선 것이었다. 택시업계가 거세게 반발한 것도 이유가 됐다. 카풀앱 규제는 혁신창업 환경 조성을 약속한 문재인 정부 정책방향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당국의 규제 우선주의와 기존 산업의 이기주의가 맞물리면 없던 규제를 만들기도 한다. 헤이딜러 사례가 대표적이다. 역경매 방식 자동차 중고거래 플랫폼을 선보여 성장가도를 달리던 헤이딜러는 2015년 연말 '3300㎡ 이상 주차장, 200㎡ 이상 경매실, 50㎡ 차량성능검사 시설' 요건을 강제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한때 문을 닫았다.  
 
온라인 기반 중고차 플랫폼들이 급격히 성장하자 기존 오프라인 위주 중고차 관련 단체들이 나서 자신들이 유리한 법안 개정을 이끌어냈기 때문이었다. 이후 '스타트업 죽이기' 논란이 일자 정부는 이를 철회하고 중고차 성능상태점검보증 보험가입 의무화 등을 담아 지난해 9월 다시 법을 개정했다.
 
업계는 정부의 방임을 요구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네거티브(negative·금지하는 항목을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모든 것을 허용하는 방식) 규제로 방향을 바꾸되 재량권 안에서 '규제샌드박스(한시적으로 인허가·규제 등 적용을 면제하는 제도)' 등을 적극 활용하자는 것이다. 

입법에 상당한 시간이 걸려 당장 규제방향을 바꾸기는 어렵기 때문에 샌드박스, 한정인가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실제로 영국 등 선진국에선 융합 산업은 물론, 법과 제도가 기술을 따라가지 못해 규제 공백상태에 있는 스타트업들에 일정기간 규제를 유예해주는 경우가 많다. 

블록체인 기술 기반 해외송금 스타트업 '모인'은 규제 공백상태에서 활발히 서비스를 확장하다 지난해 7월 외환거래법이 개정되면서 문을 닫았다. 이달말 서비스 재개를 앞둔 서일석 모인 대표는 "스타트업들을 규제 틀에 가둘 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서비스라면 일정기간 규제를 유예해 규제에 대비할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스타트업이 가장 중요한 게 속도와 방향인데 영업 중단 기간 사업 속도가 많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영업중단 전까지만 해도 무주공산이던 아시아 해외송금 시장에 싱가포르 등 각국 스타트업이 치고 들어와 경쟁 상대가 늘었다"며 "규제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아시아, 글로벌 무대에서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의 경쟁력이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규제 필요성으로 늘 언급하는 이용자(투자자) 보호를 위해선 징벌적 손해배상, 집단소송제 등을 통해 사후규제를 강화하면 된다. 신산업 출현에 따른 피해를 입는 기존 산업은 맹목적인 보호보다 재교육 등을 지원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다.
 
일례로 미국 매사추세츠는 2016년 8월부터 우버서비스에 20% 판매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중 4분의 1은 택시기사의 직업교육 등 업계를 지원해 스타트업과 기존 산업의 공존을 모색하고 있다.


chacha@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