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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서 있는 사람? 평창 성패에 열쇠가 될 자원봉사자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8-01-05 11:44 송고
평창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 발대식 모습. 자원봉사자들이 대회 성패의 키를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News1
평창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 발대식 모습. 자원봉사자들이 대회 성패의 키를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News1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대규모 이벤트는 결코 조직위원회 사람들이나 관계 부처 직원들의 힘으로 운영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수많은 선수들과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팬들을 맞이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엄청난 인력이 동원되는데, 어느 나라든 높은 비율을 '자원봉사자'들에게 맡기고 있다.
이들의 손이 가지 않는 곳이 거의 없기에, 자원봉사자들을 가리켜 '숨은 일꾼' '보이지 않는 곳의 조력자'라 표현한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 자원봉사자들의 비중은 점점 더 커지고 있으며 심지어 그들의 수준이 대회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여름 한국에서 펼쳐진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운영을 총괄했던 곽영진 2017피파20세월드컵조직위원회 상근 부위원장은 "대회는 누군가가 만드는 게 아니다. 관계된 모든 이들이 '내가 만드는 대회'라는 주인의식을 가져야한다"면서 "단순히 조직위 사람들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자원봉사자들도 책임감으로 뛰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곽 부위원장은 대회를 준비하며 가장 신경을 썼던 것, 동시에 가장 걱정이 됐던 게 자원봉사자였다 고백했다. 지금껏 한국에서 여러 이벤트를 소화하면서 노하우는 축적됐으나 모든 이들에게 사명감이나 프로의식까지 주입시키기는 쉽지 않았던 까닭이다.

그는 "과거 대회를 보면 무책임한 이들이 다수였다. 봉사자로 신청은 해놓고 정작 현장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출입구가 어디냐는 질문에도 그냥 서서 모른다고 답하는 '허수'들도 적잖았다"고 말한 뒤 "계속해서 수준을 강조하고 교육시키려 했던 것은, 그들이 바로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의 '직접적인 인상'이 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미지는 거창한 것에서 머리에 새겨지는 게 아니다. 외국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 어떤 형태로든 찾아오는 두려움과 불편함 속에서 누군가 친절하게 안내해줬을 때의 편안함과 안도감은 접해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일이다. 입장권에 적혀 있는 숫자만 가지고 좌석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할 때 봉사자의 밝은 미소는 그 자체로 행복감을 안긴다.

그 작고도 큰 인상을 전해주기 위해 자원봉사자의 자세는 무척이나 중요하다. 정부나 조직위도 시작부터, 소소한 것부터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대회는 누군가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만드는 것이다. 참가하는 이들의 책임의식, 주인의식이 필요하다. © News1
대회는 누군가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만드는 것이다. 참가하는 이들의 책임의식, 주인의식이 필요하다. © News1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모든 이들이 다 그렇다. 낯선 타지에서는 모국어 비슷한 소리만 들려도 반가운 법"이라면서 "공항에서부터 다양한 외국어 구사가 가능한 자원봉사자를 배치해 우리나라에 오는 외국인 선수들과 관광객들이 편안하게 한국과 올림픽을 즐길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전했다.

평창 동계올리픽 조직위원회는 지난해 7월부터 신청을 받은 뒤 요건과 면접심사, 외국어 테스트, 두 차례의 기본교육 등 1년여의 긴 여정을 통해 자원봉사자들을 선발했다.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총 2만4000명 이상의 봉사자들이 선수들과 함께 뛸 예정인데 이들은 대회안내, 운영지원, 미디어, 기술, 의전 및 언어, 경기, 의무 등 7개 분야 17개 직종에서 손과 발 역할을 할 계획이다.

이미 자원봉사자들의 올림픽은 시작됐다. 공식 업무는 2018년의 시작부터 최대 59일, 패럴림픽 봉사자들은 2월19일부터 시작해 최대 31일 간 각자 맡은 분야에서 한국과 평창을 빛낼 예정이다.

이희범 조직위원장은 "평창이 성공한 올림픽으로 기억되기 위해서는 이 대회를 준비하고 참여하는 모든 분들이 '하나 된 열정'으로 참여해야 한다"면서 "따뜻한 말 한마디, 밝은 웃음으로 대한민국은 물론 올림픽 역사에 길이 남을 수 있는 대회를 만들자"고 당부했다.

이 위원장의 말처럼, 적어도 직접 현장을 방문한 이들의 머리에 가장 많이 남는 것은 마주한 이들의 고운 말 한 마디와 환한 미소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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