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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정 추기경 "태아도 온전한 생명"…낙태죄 폐지 반대

'생명존중' 강조한 '2017 성탄메시지' 발표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7-12-15 10:48 송고
지난해  12월2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예수 성탄 대축일 교중미사를 집전 중인 염수정 추기경./뉴스1 DB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주님 성탄 대축일’(25일)을 맞아 발표한 성탄메시지에서 "인간 배아도 온전한 생명"이라면서 최근의 '낙태죄 폐지' 움직임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염 추기경은 15일 발표한 '2017년 성탄 메시지'에서"어떠한 경우에도 교회는 잉태된 생명, 즉 인간배아도 온전한 인간이며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약하고 힘없는 생명을 마음대로 없앨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분명하게 가르치고 있다"며 "스스로를 보호할 힘이 없는 태아는 우리가 돌봐야 할 가장 약한 존재이며 또한 가장 소중한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에는 전쟁과 테러와 살생, 폭력의 위협이 줄지 않고 있다. 또한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이 심화되고, 집단 이기주의와 각종 차별이 끊이지 않는다"며 "이 모든 것은 사람을 수단으로 생각하고 경제적 가치가 다른 모든 가치를 우선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 지도자들에게 "공동선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정치인들은 부디 행복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근본 토대가 ‘생명 존중’임을 잊지 말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히는 등 메시지 전반에서 '생명존중'과 '낙태죄 폐지 반대' 입장을 강조했다. 

염 추기경은 오는 24일 밤 12시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주님 성탄 대축일 밤 미사’를 25일 낮 12시에는 명동대성당에서 ‘주님 성탄 대축일 낮 미사’를 집전한다.

성탄에 앞서 염 추기경은 오는 23일 오후 3시 마리아수녀회가 운영하는 청소년 생활시설 서울특별시 꿈나무마을(서울 은평구 소재)에서 시설 청소년 및 봉사자들과 함께 다가올 성탄을 기다리며 그 의미를 되새길 예정이다.

다음은 2017년 성탄 메시지 전문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 대한 당신의 사랑을 증명해 주셨습니다.”(로마 5,8)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어두운 세상에 구원의 빛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맞아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하느님의 축복이 충만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특별히 소외되고 가난하고 병든 이들과 북녘의 동포들에게도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은총이 충만하게 내리시기를 기원합니다.

세상을 구원하실 구세주의 탄생은 우리 인간의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이뤄졌습니다. 2000여 년 전 마리아와 요셉이라는 젊고 가난한 부부가 유다 지방의 작은 시골 마을 베들레헴에서 아기를 낳았습니다. 가난한 아기의 어머니는 마구간에서 몸을 풀어야 했고, 포대기에 싸인 아기를 구유에 뉘었습니다.(루카 2,1-7 참조)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가장 초라하고 가난한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우리는 우리 앞에 연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누워계신 예수님의 모습에서 예외 없이 모든 이들, 특히 연약한 이들을 따뜻하게 품어주시는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느낍니다.

연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인간 역사에 들어오신 그리스도를 보며 작고 약한 존재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돌아봅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에는 전쟁과 테러와 살생, 폭력의 위협이 줄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이 심화되고, 집단 이기주의와 각종 차별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러한 불평등 구조는 가난, 실업, 착취의 악순환을 가져옵니다. 이 모든 것은 사람을 수단으로 생각하고 경제적 가치가 다른 모든 가치를 우선하기 때문입니다. 인간 생명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이 없는 사회는 상대적 박탈감과 불신, 분열을 초래하게 됩니다. 우리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회는 겸손한 자세로 다른 이를 먼저 배려하고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모든 살아있는 가치를 존중하는 마음을 지닐 때 가능합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경제발전이란 명분하에 정부가 강력하게 주도한 산아 제한 정책과 산업화, 도시화로 인한 급격한 사회 변화 현상으로 인해 현재 세계에서 손꼽히는 저출산국이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낙태죄 폐지 관련 사회적 논의도 활발합니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교회는 잉태된 생명, 즉 인간배아도 온전한 인간이며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약하고 힘없는 생명을 마음대로 없앨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분명하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간배아를 보호하지 않는다면, 우리 주변에 존재하면서 때로는 성가시거나 귀찮게 하는 약한 존재를 받아들이라고 가르치는 것은 불가능하다”(「찬미받으소서」 120항)고 언급하셨습니다. 스스로를 보호할 힘이 없는 태아는 우리가 돌봐야 할 가장 약한 존재이며 또한 가장 소중한 생명입니다.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경제력이 없고 비생산적이고 무력한 사람, 병들고 노쇠한 사람은 사회에서 제거되어도 무방하다는 주장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우리를 사랑하셔서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어 가장 약한 모습으로 오신 구세주 성탄의 신비를 묵상하며, 우리 구원에 필요한 덕인 겸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겸손한 마음은 나 아닌 다른 생명을 존중할 줄 알고, 주변의 아픔과 고통에 귀 기울이고 공감할 줄 아는 마음입니다. 이 겸손한 마음은 일치와 친교의 출발점입니다. 이를 위해 특별히 지도자들의 책임이 더 막중하다고 생각합니다. 공동선과 국민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정치인들은 부디 행복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근본 토대가 ‘생명 존중’임을 잊지 말기를 부탁드립니다.

우리 교회도 예수님의 겸손을 본받아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길을 좀 더 확신 있게 걸어가야 하겠습니다. 힘없고 가난한 노인들, 기댈 곳 없는 이민자들, 열악한 환경에 놓여 생명마저 위협받는 노동자들, 폭력에 내몰린 아동들과 여성들, 일자리가 없어 희망마저 잃어버린 청년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이 앞장서서 주변의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돌보고, 그들의 손을 잡아주어야 합니다.

평신도 희년 중에 있는 우리 한국교회가 생명 보호와 사랑 실천을 촉구하는 데에 평신도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합니다. 우리의 작은 걸음 하나하나가 주님께서 탄생의 신비로써 전하신 세상의 작고 약한 것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실현토록 할 것입니다. 특별히 2018년도 사목교서 주제인 “사랑으로 열매 맺는 신앙”을 기억하며 우리 각자의 삶에서 좋은 사랑의 열매를 풍성하게 맺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우리 교회는 성탄의 신비가 이끄는 신앙의 기쁨과 희망을 지키고 용기 있게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여러 현실의 유혹에도 굳건하게 참 생명을 수호해야 할 것입니다. 그럴 때 성탄이 우리들만의 축제가 아니라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웃과 함께하는 진정한 우리 모두의 성탄축제가 될 것입니다.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다시 한 번 기뻐하며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이 이 시대 모든 사람들에게 충만히 내리시기를 기도합니다. 또한 우리 민족을 축복해주시고, 남북이 진정으로 화해를 이루어 하루빨리 한반도에 평화의 날이 올 수 있도록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의 전구를 청합니다.

2017년 12월25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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