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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국산의료기①]외형 커졌지만 안방서 여전히 '찬밥'

대학병원 사용률 10% 미만…내실없는 저가품 위주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2017-10-09 08:05 송고
국산 의료기기 시장규모가 2015년 사상 첫 5조원을 넘어섰지만 외형적인 성장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사진은 '바이오&메디칼코리아' 행사장 모습)/뉴스1
국산 의료기기 시장규모가 2015년 사상 첫 5조원을 넘어섰지만 외형적인 성장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사진은 '바이오&메디칼코리아' 행사장 모습)/뉴스1


"신제품을 만들어도 최종소비자인 의사들 반응이 좋지 않아요. 병원에 제품을 납품하려면 품질보다 가격경쟁력을 높여야 살아남는 구조여서 의료기기업체들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죠."

국내 중소의료기기업체 마케팅본부장으로 일하는 한 임원은 국산 의료기기의 현주소를 한마디로 '안방에서 찬밥신세'라고 했다. 그는 "풍부한 임상데이터로 무장한 외국업체에 비해 국산 의료기기의 신뢰성이 낮은 건 인정한다"면서도 "의사들을 만나다 보면 국산품에 대한 일종의 편견이 있는 것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체외진단업체 김모 대표는 "국내에서 의료기기 허가기준을 체계적으로 정비한 게 2012년으로 불과 5년밖에 되지 않는다"며 "의료기기업체들이 제약사와 비교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하고 경쟁력이 뒤처진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1990년대부터 병원 내 의료기기가 자동화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외국업체들이 시장지배력을 더 강화했다"며 "의사들이 국산품을 사용할 기회가 없다보니 신뢰도가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한국 의료기기 시장규모는 2011년부터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5.2%에 달해 2015년 사상 첫 5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의료기기 생산액도 2016년 기준 5조6025억원으로 세계 9위권을 기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허가를 받은 의료기기는 총 8236개였다. 그중 국내업체가 만든 의료기기가 42%(3467개)로 사상 첫 40%를 돌파했다. 각종 지표를 통해 외형적인 성장세가 뚜렷해졌지만 국내 업체들이 체감하는 시장상황은 정반대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의 국산 의료기기 사용률은 각각 8.2%, 19.9%였다. 또 대형병원에서 사용한 국산 의료기기는 가격이 1000만원 미만인 저가품이 대부분이었다. 올해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실제 주요 대학병원들이 선택하는 의료기기는 전국 의료기관의 제품 구매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의사들은 대학병원에서 검증된 의료기기를 사용하려는 경향이 짙고 최근엔 환자들까지 치료과정에서 외국산 고가 장비를 사용해달라는 요구가 많아졌다.

'국산품은 싸고 일회용'이라는 의사들 인식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오승준 서울대병원 의료기기혁신센터장이 지난 6월 '대한의료기기임상시험연구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국산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이유로 '가격이 저렴해서'라는 대답이 32%로 가장 많았다.

국산 의료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과거부터 외국산을 사용해왔다'는 대답이 54%로 절반을 넘었다. 이어 '국산제품의 브랜드 인지도 부족' 18%, '디자인이나 사용편의성 부족' 7% 등의 순이었다. 오승준 교수는 "국산 의료기기는 품질이나 성능보다는 가격이 사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브랜드 인지도 역시 외국산에 비해 훨씬 낮아 경쟁력이 뒤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삼성메디슨 관계자는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이 해외수출에 큰 비중을 두고 있지만 국내시장에서 사랑받지 못하면 절반의 성공에 그친다"며 "국내 의료기관으로부터 선택을 받는 건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선경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은 "의료기기를 포함한 헬스케어산업이 발전하려면 결국 의사들이 국산품을 선택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지만 여전히 국내상황은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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