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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에서 선체 찌그러지는 소리가? 궁금증 열가지

(제주=뉴스1) 홍기삼 기자 | 2017-09-17 12:20 송고 | 2017-09-17 13:49 최종수정
 
잠수함의 식당이다. 이런 좁은 공간에서 식사를 한다. 해군 제공. © News1
잠수함의 식당이다. 이런 좁은 공간에서 식사를 한다. 해군 제공. © News1

잠수함에서 샤워는 어떻게 할까. 정답은 바닷물이다. 해수를 정화한 물로 씻기 때문에 미끈미끈하고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찝찝하게 느낄 수 있다. 물을 아끼기 위해 샤워는 주 1회로 제한한다. 잠수함 승조원들은 평소 물티슈를 이용해 몸을 닦고 있다.    

환기는 스노클을 통해 실시한다. 스노클이란, 잠수함의 본체는 바다 속에 있는 상태에서 스노클 마스트만 수면 밖으로 내어 바깥 공기를 함 내부로 빨아들이고 들어온 공기는 함 내부에 있는 환풍기를 통해 함 전체로 전달한다. 식수는 조수기를 통해 해수를 정화하는 방식으로 마련하기 때문에 물맛이 밍밍하다.  
잠수함 내에서는 세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세탁물을 봉지에 밀봉해 놓는다. 입항 후 집으로 세탁더미를 가져가면 가족이 놀라곤 한다. 갈아입을 속옷은 넉넉하게 준비한다.

잠수함에서는 불을 쓸 수 없기 때문에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찌거나 삶는다. 그래서 잠수함만의 '찌는 스테이크'가 유명하다. 요즘은 맛있는 인스턴트식품도 많고 오븐도 있어 조리가 쉽지만, 조리장의 실력에 따라 맛의 편차가 크다. 이 때문에 조리장이 누구냐가 승조원들의 최대의 관심이다.

설거지의 경우 조리장 혼자서 다 못하기 때문에 승조원들이 돌아가면서 도와준다. 아무래도 장기보관이 가능한 육류 위주로 식사하기 때문에 자칫 변비에 걸릴 수 있다. 유산균이나 변비약 등을 챙기기도 한다.
잠수함 내부.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대부분 좁다. 해군 제공.© News1
잠수함 내부.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대부분 좁다. 해군 제공.© News1

잠수함 승조원들은 대부분 경조사에 참석이 어렵다. 입항하게 되면 못가서 미안하다고 전화하기 바쁘다. 지인의 경조사에 참석하고 싶지만 출동 중에는 갈 수 없어 미안한 마음이 많다. 이해해주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잠수함 생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많이 섭섭해 하기도 한다. 가족 경조사의 경우 전보를 통해 알 수 있으며, 긴급한 상황일 경우 고속정을 통해 긴급 후송하기도 한다.

잠수함 생활에 있어서 여러 어려움들이 있지만 승조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을 당연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다. 수십 여일간의 출동 중에 통화는 커녕 문자도 주고받을 수 없는 상황은 잠수원 승조원들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어려움이다.

수상함이라면 급한 일이 있는 경우에 위성전화를 이용해 직접 연락을 하거나 지통실을 경유하여 관련 사항을 확인할 수가 있다. 하지만 잠수함은 물속에서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연락은 물론이며 가족에게 위급한 일이 생겨도 바로 연락할 방법이 없다.   

쓰레기는 비닐봉지에 넣어 함 전반 곳곳 틈새에 모아둔다. 입항 후 처리하며 음식물 쓰레기 또한 냉동고에 얼려서 보관하다 입항 후 처리한다.

잠수함은 여유 공간이 없고 씻을 물도 부족하기 때문에 운동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몇 가지 운동기구(아령, 턱걸이, 윗몸일으키기 등)를 비치해 여유시간에 한다.

잠수함은 정숙성이 중요해 소음 유발 작업이나 행동이 제한돼 운동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운동 공간과 기구가 거의 없어서 승조원들의 하루 운동량은 몇 발자국에 지나지 않는다. 승조원들은 철봉을 설치해 턱걸이를 하거나 푸시업, 스트레칭 등 부족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운동을 하고 있다.

잠수함의 은밀성에 가장 큰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바로 '소리'다. 잠수함끼리 싸움에서 소리가 큰 놈이 먼저 들키기 때문에 '소리와의 싸움'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잠수함 내에서의 모든 소음들은 관리되고 통제된다. 이는 장비운용 뿐만 아니라 승조원들의 생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대화소리 작게, 그리고 발소리 작게'. 모두 출동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하지만 잠수함에선 결코 고성방가를 하거나 크게 소리내어 웃는 승조원은 없다. 각자가 모두 소음의 중요성을 알고서 은밀성 유지를 위해 애쓰는 것이다. 걸음걸이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잠수함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이런 10여미터의 수직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해군 제공. © News1
잠수함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이런 10여미터의 수직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해군 제공. © News1

'심도변경'은 잠수함 근무시 위험한 순간 중 하나다. 잠수함의 활동심도(깊이)를 얕은 곳에서 깊은 곳으로(또는 깊은 곳에서 얕은 곳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이는 잠수함에 미치는 수압의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더욱 경각심을 가지고 안전 위해사항이 없는지 철저하게 확인해야 한다.

잠수함 승조원들은 깊은 바다로 심도 변경시 압력선체(외부격벽)가 찌그러지는 소리를 직접 경험한다. 활동심도가 깊어지자 외부수압이 높아져서 일어나는 현상인데, 두꺼운 쇳덩이가 높은 압력에 줄어들면서 '끼기기긱'하는 소리를 내는 것이다. 잠수함 승조원들에게는 익숙한 상황이지만 잠수함을 처음 타는 신입 승조원들에게는 다소 무서운 상황일 수 있다.

잠수함은 따뜻한 햇빛이 닿지 않는 깊은 바다, 암흑 속에서 임무를 수행한다. 외부와 철저하게 단절된 공간이기 때문에 정전이 되면 완전한 암흑이 된다. 이것이 모든 승조원이 개인 랜턴을 지참하고 있는 이유이다.

함내에 있는 모든 조명은 축전지로부터 생성된 전류로 작동하는 인공조명이다. 비상상황으로 전력이 차단되면 함내는 칠흑같은 어둠에 휩싸이게 된다. 물론 이를 대비해 함내 곳곳에 비상등이 설치돼 있지만 모든 승조원은 개인 임무 완수를 위해 개인랜턴을 지참하고 있다.

잠수함 화장실은 두 곳 뿐이다. 변기는 일반 변기처럼 물을 내리지 않는다. 용변을 보기 전 샤워기 같은 세척건으로 물을 조금 채우고 다시 변기 아래의 개폐구 장치를 페달을 밟듯 눌러 물과 함께 버린다.

잠수함은 여성 근무가 가장 마지막으로 허가된 군함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여군이 잠수함에 승조할 수 있는 국가는 스웨덴·노르웨이·호주·미국 등 9개국에 불과하다. 한국도 아직이다. 여성 승조원 복무 허용 국가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잠수함은 외부와 단절된 밀폐된 공간에서 생활함에 따라 장기간 햇빛을 보지 못해 구루병과 골연화증의 원인이 되는 비타민D의 인체내 생성이 제한된다. 또한, 함 내부의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는 승조원들을 졸립게 하는 주된 원인이 되고 인체에 크게 해롭지 않다고는 하지만 사고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폐쇄된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느끼는 스트레스는 경험하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심연의 물속에서 오직 소리에만 의존하여 어둠속에서 항해해야 된다는 부담감과 외부의 수압에 대한 두려움,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등 수많은 스트레스 발생 요인들이 존재한다.

뉴스1 기자가 잠수함 탑승을 마치고 해치를 열고 밖으로 나오고 있다. 해군 제공. © News1
뉴스1 기자가 잠수함 탑승을 마치고 해치를 열고 밖으로 나오고 있다. 해군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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