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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작가 "부산 영도의 비린내에서 '정서의 원형' 찾았죠"

진화랑서 개인전…낡은 생선상자 등으로 대규모 설치 프로젝트 진행

(서울=뉴스1) 김아미 기자 | 2017-07-18 15:31 송고 | 2017-07-18 15:36 최종수정
김도희_피 속의 파도_유광페인트, 생선상자, 경매시장 종소리_가변설치_2017 (진화랑 제공) © News1
김도희_피 속의 파도_유광페인트, 생선상자, 경매시장 종소리_가변설치_2017 (진화랑 제공) © News1

전시장 공간 가득 비린내와 지린내가 진동한다. 낡은 생선상자들의 파편으로 쌓은 조형물이 뿜어내는 냄새다. 여름날의 후끈한 열기에 감긴 '쪄든 냄새'들은 코 끝을 지나 폐부를 찌른다. 김도희 작가의 신작 '피 속의 파도'다. 

경험과 인식을 토대로 다양한 매체의 작업을 선보여 온 김도희 작가의 다섯번째 개인전이 '혀뿌리'라는 주제로 최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진화랑에서 개막했다. 크게 두 개의 공간 특정적 설치 신작으로 꾸려진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자신의 '정서적 원형'을 찾는 작업을 공개했다.

18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그동안 해 왔던 작업들을 돌아보며 '나는 왜 이렇게 생겨 먹었나'를 생각했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수년간 작가가 보여줬던 작업은 장지(壯紙)에 애기 오줌으로 반복적인 '드로잉'을 한 작품을 한겨울 난방이 '빵빵'한 미술관에 걸어 지린내를 진동시키거나('젊은 모색'전, 국립현대미술간 과천관, 2014),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88번지, 이른바 '미아리 텍사스촌'이라고 불리우는 집창촌에서 불에 타 전소된 성매매 업소의 벽과 바닥을 걸레로 닦는 작업을 영상으로 보여주는('알로호모라, 아파레시움!'전, 더텍사스프로젝트, 2015) 식이었다.  
김도희_살갗 아래의 해변_연마기로 갈아낸 벽_가변설치_2017 (진화랑 제공) © News1
김도희_살갗 아래의 해변_연마기로 갈아낸 벽_가변설치_2017 (진화랑 제공) © News1


김도희, 살갗 아래의 해변, 연마기로 갈아낸 벽, 가변설치, 세부 이미지, 2017 (진화랑 제공) © News1
김도희, 살갗 아래의 해변, 연마기로 갈아낸 벽, 가변설치, 세부 이미지, 2017 (진화랑 제공) © News1

김도희 작가는 "이번 전시는 그동안 경험에 기반했던 작업들이 어디에서부터 나온건지 그 '정서적 원형'을 찾는 작업을 시도한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원형은 부산 영도에서 조부모와 함께 했던 유년시절에서 찾았다. 전시장 초입에 거대한 나무 뿌리를 거꾸로 매달아 놓은 설치작업에서부터 원형, '뿌리'에 대한 주제의식을 직접적으로 말한다.

우리나라 최초로 근대적 조선소가 들어선 곳 영도에서의 기억을 바탕으로, 선박의 녹을 제거하는 노동을 재현한 작업은 전시장 1층 '살갗 아래의 해변'이라는 주제의 작품에 녹였다. 갤러리 벽 전체를 연마기로 갈아 마치 우주의 별자리를 펼쳐보인 듯한 시각적 경험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그동안 갤러리가 전시를 열 때마다 쌓아 올렸던 페인트들이 연마기로 갈려나간 흰색 페인트 벽 아래에서 붉은색, 분홍색, 검은색 등 제각각의 색과 형태로 '속살'을 드러냈다. 

전시장 2층에 설치된 '피 속의 파도'는 낡은 생선상자들의 파편을 쌓아 올린 가운데 벽면에는 사람의 심장 박동 흐름을 보여주는 듯한 형태로 나무 판자들을 이어 붙였다.

작가는 "영도에서의 유년시절은 거칠고 나쁜 기억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오래된 선박에 들러 붙은 타르 타는 냄새, 쇠가 타는 냄새들이 제겐 사람의 '피 냄새'로 느껴집니다." 전시는 8월20일까지.
김도희 작가. 2017.7.18/© News1 김아미 기자
김도희 작가. 2017.7.18/© News1 김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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