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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여성을 인격체로 묘사하는 데 서툴지만 악의는 없다"

'남한산성' 100쇄 기념 아트에디션 출간 간담회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7-06-07 14:37 송고 | 2017-06-07 17:21 최종수정
소설가 김훈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문학도서관에서 열린 소설 남한산성 100쇄 기념 아트에디션 출간 간담회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아트 에디션에는 한국화가 문봉선의 그림 27점과 김훈이 쓴 후기 '못다 한 말'이 수록됐다. '남한산성'은 1636년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 대군을 피해 인조와 신하들이 남한산성에 머문 47일을 그린 작품으로, 지난 2007년 출간 이후 10년여 만에 100쇄를 넘어섰다. 2017.6.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내 소설에는 여성이 거의 안 나오거나 나오더라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아요. 여자가 나오면 쓸 수가 없어요. 너무 어려워요. 여자를 생명체로 묘사하는 것은 할 수 있지만 어떤 역할과 기능을 가진 인격체로 묘사하는데 나는 매우 서툴러요. 내 미숙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자에 대한 편견이나 악의를 가진 것은 아닙니다."

소설가 김훈(69)이 7일 오전 서울 청운동 청운문학도서관에서 열린 자신의 역사소설 '남한산성'(학고재) 100쇄 기념 '아트에디션' 출간을 알리는 간담회에서 "소설에서 여성을 묘사하기가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남한산성 아트에디션은 김훈의 작품에 문봉선 화백의 그림(수묵화)이 곁들여진 특별판으로, 손철주 미술평론가가 기획했고, 홍성택 홍디자인 대표가 디자인을 맡아 이날 선보였다. 남한산성은 현재까지 99쇄 59만부가 판매됐다. 100쇄를 기념한 이번 아트에디션은 5000부 인쇄했고 김훈의 원고지 120매 분량의 '못다 한 말을 덧붙였다.  

김훈 작가는 최근 단편 '언니의 폐경'과 장편 '공터에서'의 일부 내용에 대해 "여성의 몸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사물화'(무생물적 대상화)한다"는 페미니즘 쪽의 비판이 있다고 하자 "내 (역사)소설에서는 주로 남자들만 치고받고 싸운다. '칼의 노래' 경우도 앞에 여성이 나오지만 곧 죽고 그 후에는 여자가 안나온다"면서 "악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남한산성에 대해서는 "주로 '말'과 '길'에 대한 이야기"라면서 "이 소설에서 '역사 담론'을 만들어낼 생각은 전혀 없었다.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데 등장인물을 평가하려는 시도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인간을 둘러싼 조건들인 시대, 말, 관념, 야만성 등과 인간의 관계, 인간의 삶이 벌어지는 풍경을 묘사하려는 것이 목표였고 그 풍경을 요약한 게 '말과 길'이라는 것이다.

김 작가가 말하는 '말'은 작품 속에서 '충절의 아이콘'이라고 할 삼학사나 최명길·김상헌 등의 이념, 청에 굴복하느냐 마느냐로 벌어진 중신들간의 관념적인 논쟁으로 대표된다. 작품은 '정복자의 칼 앞에서 정의롭고 문명한 말을 격렬하게 토해내다 죽음을 맞는' 이들의 찬란하면서도 허무하고 비극적인 말을 다루면서 동시에 역사 속에서 가고 싶지 않지만 죽음을 선택해 가야만 했던 이들 신하들의 '길'이나 민중들의 '길'을 담았다는 평가다.

그는 또 "소설에서 나를 괴롭혔던 것은 언어와 관념의 문제인데 이는 조선시대뿐 아니라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다"면서 "장관 후보들을 데려다가 '북한이 주적이냐 아니냐' '북한이 국가나 아니냐'는 썩어빠진 관념에 빠진 질문을 던진다"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엄연히 북한은 군사력을 갖고 있고 주민들을 장악한 실체다. 대화의 상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데도 주적이냐, 국가냐 아니냐 따지는 것은 (조선 조정이) 청나라를 대할 때와 같은 몽롱하고 무지한 말이다. 이런 말을 추방해야 현실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역사적인 사실을 크게 오도하거나 거꾸로 써놓지 않는 한 나한테는 역사적인 사실이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다"면서 "실록은 많이 남아 있어 그 시대를 바라보는데 도움은 되지만 내게 절실한 것은 '백성들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고, 임금을 어떻게 욕하고 있었는지' 등의 역사책에 안 나와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 작가는 "내 작품 '칼의 노래'에서 '먹을 게 없어서 옥수수를 삶아먹였다'는 부분이 있었는데 한 역사 교수가 '옥수수는 임진왜란 이후 들어왔다'고 지적했다"면서 "그런데 옥수수가 바람이 들면 서로 이파리를 부딪치며 슬픈 소리를 내는데 그것은 옥수수가 아니면 안 되어서 고치지 않았고 그래서 지금도 옥수수"라고 설명했다.

"70세를 앞두고 있는데 소설을 언제까지 쓰고 싶냐"는 물음에 김 작가는 "서너 편만 쓰면 자연사하거나 일하지 못할 나이가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면서 "잘 해야 두세 편을 더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역사나 시대의 하중에서 벗어나 마음대로 쓰는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판타지나 상상의 세계로 끝없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것을 쓰고 싶은데 소망대로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건강을 유지해서 조금씩 쓰다가 가려고 합니다." 

소설가 김훈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문학도서관에서 열린 소설 남한산성 100쇄 기념 아트에디션 출간 간담회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17.6.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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