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가짜뉴스판별]'유머짤'이 '촛불집회 중국인 용병설'로 둔갑

세월호 1주기 집회 당시 사진 합성해 가짜뉴스 소재로

(서울=뉴스1) 차윤주 기자, 김다혜 기자 | 2017-02-22 06:00 송고 | 2017-02-22 08:59 최종수정
편집자주 최근 미국 대선에서 '가짜뉴스'가 선거 판도를 흔들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국내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으로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면서 '가짜뉴스'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사실 앞에 겸손한 뉴스'를 표방하는 뉴스1이 '가짜뉴스 판별단'을 가동해 가짜와 진짜를 구별해 드립니다.
극우 사이트에 퍼진 게시글. 2015년4월 세월호 참사 1주기에 앞서 광화문광장 집회에 참석했던 이들의 합성사진을 악용했다. '혜' '진' 등 팻말 아랫 부분을 보면 합성한 티가 역력히 난다. 당초 한 네티즌이 웃자고 만든 '유머 짤방'이었다.(사진:대한민국 박사모 게시판 캡처)© News1
극우 사이트에 퍼진 게시글. 2015년4월 세월호 참사 1주기에 앞서 광화문광장 집회에 참석했던 이들의 합성사진을 악용했다. '혜' '진' 등 팻말 아랫 부분을 보면 합성한 티가 역력히 난다. 당초 한 네티즌이 웃자고 만든 '유머 짤방'이었다.(사진:대한민국 박사모 게시판 캡처)© News1

이른바 '태극기 집회'에 열렬히 나서는 이들 사이에선 '촛불집회 중국인 용병설'이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촛불집회 주최 측이 참가인원을 부풀리기 위해 중국인 유학생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촛불집회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대한민국 체제 전복' 또는 '공산화' 시도로 보는 극우단체들은 중국 정부가 유학생들을 촛불집회에 '급파'했다는 주장도 한다.
 
올해 1월 일베·박사모 등에서 '중국 유학생 6만 동원설'이 급속히 확산됐다. "중국이 유학생들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위한 촛불시위에 몰래 참여시켰다. 시위 때 입을 다물고 있으면 이들과 우리 대학생들을 구분하기 어렵다. 중국 정보기관은 박 대통령을 밀어내는 공작을 벌이고 있다" 등 허무맹랑한 내용이다.
 
이정훈 동아일보 출판국 편집위원이 처음 자신의 블로그에 주장한 이 내용은 마치 동아일보의 기사인 양 극우 사이트에 인용돼 가짜뉴스로 퍼졌다. 
 
최근 박사모 등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세력이 주장하는 중국인 용병설의 근거 사진은 세월호 참사 1주기 당시 집회 사진을 합성한 가짜다. 
네티즌들이 웃자고 만들었던 과거 합성 '유머짤방'(인터넷에서 웃긴 사진을 부르는 말)이 극우단체들이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의 순수성을 폄훼하는 근거로 둔갑한 것이다.
 
지난 14일 대한민국 박사모 다음카페에는 '2월 좃불도 중국인 용병'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조회수가 9만회에 육박하는 이 글은 "한글을 잘 모르니… 더러운 놈들"이라며 '박혜진 퇴근'이라는 팻말을 든 사람들의 사진을 게시했다. 

팻말의 순서가 '박근혜 퇴진'이어야 하는데 동원된 중국인들이 한글을 몰라 '박혜진 퇴근'으로 잘못 들었다고 비꼰 것이다. 

이는 일간베스트(일베)에 올라온 글을 공유한 것으로 "널리 퍼뜨려달라"는 당부도 본문에 담겨 있다. 

해당 글엔 "충격적이다" "이제 짱깨까지 끌어들이는 종북좌파들" "혹시 일당이 얼마인지 아나" "촛불 모집책들이 얼마씩 준 것인가" "주동자를 법정에 세워야 한다" 등 조롱과 비난의 댓글이 폭주했다. 
 
그러나 이는 2005년4월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광화문광장에서 있었던 '데모당'의 집회 사진을 합성한 것이다.
일베, 박사모에 올라온 사진의 원본. 중국인들이 한국어를 몰라 '박혜진 퇴근'으로 피켓을 든 것이 아니라 네티즌들의 유머를 유발하기 위해 이 사진을 재치있게 합성한 것이다. (출처:트위터 이용자 'moija***' 캡처)© News1
일베, 박사모에 올라온 사진의 원본. 중국인들이 한국어를 몰라 '박혜진 퇴근'으로 피켓을 든 것이 아니라 네티즌들의 유머를 유발하기 위해 이 사진을 재치있게 합성한 것이다. (출처:트위터 이용자 'moija***' 캡처)© News1

데모당은 페이스북을 근거로 활동하는 모임으로,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기 전부터 '박근혜 퇴진' 피켓을 들고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다수 열었다. 

당시 한 네티즌이 재치있게 이 사진을 '박혜진 퇴근'으로 합성해 유머사이트 등에 올려 화제가 됐었다.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들이 들고 있는 팻말의 순서를 바꾸면서 다리의 위치 등이 부자연스럽고, 조악한 수준이라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일부러 만든 '유머짤'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네티즌들에게 웃음을 줬던 이 사진은 박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일베·박사모 등의 가짜뉴스 소재로 이용되고 있다. 

촛불집회가 열리는 광화문광장에서 찍힌 사진이라는 점, 이에 앞서 극우 사이트에 '중국 유학생 6만 동원설' 등이 널리 퍼져 태극기 세력들이 '믿고 싶은 뉴스'를 그럴듯하게 꾸며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김진태 의원이 지난 19일 강원도 춘천시 거두 사거리에서 열린 춘천 애국시민 탄핵기각 태극기 집회에서 비상한 표정을 보이고 있다. 2017.2.19/뉴스1 © News1 박하림 기자
김진태 의원이 지난 19일 강원도 춘천시 거두 사거리에서 열린 춘천 애국시민 탄핵기각 태극기 집회에서 비상한 표정을 보이고 있다. 2017.2.19/뉴스1 © News1 박하림 기자



chacha@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