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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열 작가 "포스트단색화가? 이것은 단색화가 아니다"

22일~3월26일 학고재갤러리서 9년만에 개인전

(서울=뉴스1) 김아미 기자 | 2017-02-19 10:23 송고 | 2017-02-19 18:50 최종수정
오세열 작가. (학고재갤러리 제공) © News1
오세열 작가. (학고재갤러리 제공) © News1


화업 40년에 작품 수는 100점 안팎, 100호 크기(1호가 우편엽서 약 2장) 작품 가격은 1억원 안팎이다. '포스트 단색화가'로 불리며 지난해부터 미술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오세열 작가(72)의 이야기다. '단색화' 혹은 '포스트 단색화'로 분류되는 1930~40년대생 '블루칩' 원로화가들이 수천 점의 '다작'(多作)을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세열 작가는 "이 정도면 작품이 많지 않느냐", "내 작품 값이 너무 비싸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오세열 작가의 국내 개인전이 2008년 샘터화랑 전시 이후 9년만에 열린다. '암시적 기호학'이라는 주제로 오는 22일부터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갤러리 전관에서 개최된다. 1960년대 구작부터 아직 물감도 채 마르지 않은 채로 갤러리에 도착한 2017년 신작까지, 작가의 40년 화업을 총망라하는 회화 50여 점을 선보인다.

1960년대 전형적인 정물화, 1970~80년대 추상적인 작업을 했던 작가는 1990년대 이후 1~10까지 아라비아 숫자를 새기는 '기호학적' 작업을 하고 있다. 칠판에 그린 낙서 혹은 암호같은 상징들이다.

캔버스에 기름기를 뺀 유화 물감을 7~8번 덧발라 두꺼운 질감을 만든 후, 붓 대신 면도칼이나 칼로 표면을 긁어내 이미지를 만들고, 그 위에 버려진 단추, 플라스틱 포크, 다 쓴 크레파스 조각, 치간 칫솔 등 일상 속 작은 오브제들을 덧붙이는 작업이다.

전시 서문을 쓴 이용우 상하이 히말라야미술관 관장의 표현을 빌자면 '느슨한 타입의 은유적 메시지'들이다. 다만 숫자에는 특별한 패턴이나 공식은 없다. 작가는 "사람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시작하는 낙서이자 공부가 숫자"라며 "물질적인 것에만 매달리는 현대사회에서 소멸해 가는 소중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세열 작가 (학고재갤러리 제공) © News1
오세열 작가 (학고재갤러리 제공) © News1


본관에는 근작, 신관에는 구작 위주로 전시됐다. 그런데 신작으로 갈수록 더 어린 아이의 그림처럼 변화한다. 숫자로 채워진 신작들의 화면은 아이의 사심없는 낙서처럼 자유분방하다.

작가는 "내 나이와 그림의 나이는 의도적으로 반비례한다"고 했다. "화가의 나이가 60을 넘으면 그림이 늙기 마련인데, 그게 싫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못 그리려고 애쓰는 화가"라며 "그래야만 나의 좋은 모습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림을 그릴 때마다 특정한 비율 없이 색을 섞고, 나이프로 수차례 덧발라 만든 화면에는 무수한 시간이 중첩돼 있다. 과작(寡作)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매 작품마다 드러난다. 작가는 "캔버스 맨 아래에 있는 색이 바깥으로 드러날 때 나의 본질적인 모습과 만나는 느낌"이라고 했다.

학고재갤러리 측에 따르면 여러 겹 쌓아 올린 단색조 화면 때문에 과거 전시 서문을 썼던 평론가들은 그를 단색화 계보를 잇는 포스트 단색화의 맥락으로 분류했다. 동화적인 감수성의 반구상적인 그의 작품은 스위스 출신의 현대 추상회화 거장 파울 클레(Paul Kleeㆍ1879-1940)와 비교되기도 했다.

그러나 오 작가는 "일부러 미술 잡지도 보지 않는다"고 할 만큼, 누군가를 추종하거나 특정 미술사적 맥락 속에 편승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단색화 혹은, 포스트 단색화로 분류되는 것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라면 "작가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까지 했다. 

"서 있는 줄 알 때 넘어질 것을 생각하라는 말이 있죠. 작가는 늘 긴장감을 갖고 자신을 냉혹하게 바라봐야 합니다. 작품에는 작가의 혼이 있어야 하고요."

우정우 학고재갤러리 실장은 오세열 작가의 작품에 대해 "미술 비전공자라도 폭넓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원로 작가들 작품의 경우 너무 어려워서 설명도 길어지는 일이 많은 데 오세열 작가의 작품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3월26일까지. 다음은 전시 작품들이다.

무제 Untitled, 1967~8, 혼합매체 Mixed media, 37.5x45.5cm © News1
무제 Untitled, 1967~8, 혼합매체 Mixed media, 37.5x45.5cm © News1


무제 Untitled, 1977, 혼합매체 Mixed media, 80x100cm © News1
무제 Untitled, 1977, 혼합매체 Mixed media, 80x100cm © News1


무제 Untitled, 1982, 혼합매체 Mixed media, 60x90cm © News1
무제 Untitled, 1982, 혼합매체 Mixed media, 60x90cm © News1


무제 Untitled, 1996, 혼합매체 Mixed media, 145x209cm © News1
무제 Untitled, 1996, 혼합매체 Mixed media, 145x209cm © News1


무제 Untitled, 2005, 혼합매체 Mixed media, 43.5x68cm © News1
무제 Untitled, 2005, 혼합매체 Mixed media, 43.5x68cm © News1


무제 Untitled, 2013, 혼합매체 Mixed media, 182x227cm © News1
무제 Untitled, 2013, 혼합매체 Mixed media, 182x227cm © News1


무제 Untitled, 2016, 혼합매체 Mixed media, 80x100cm © News1
무제 Untitled, 2016, 혼합매체 Mixed media, 80x100cm © News1


무제 Untitled, 2017, 혼합매체 Mixed media, 73x62cm © News1
무제 Untitled, 2017, 혼합매체 Mixed media, 73x62cm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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