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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非범죄' 서명한 푸틴…"40분에 1명씩 죽는데"

'가정은 신성한것' 전통신념 따라 처벌 크게 완화
여성계 '발칵'…"사회가 가정폭력 문제 괄시해"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2017-02-08 16:01 송고 | 2017-02-08 17:44 최종수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AFP=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가정폭력을 '비범죄화'하는 법안에 끝내 서명하면서 전 세계 여성계가 발칵 뒤집혔다.

가정폭력은 러시아에서 극심한 사회문제다. 이 나라에서는 가족 간 학대로 인해 40분마다 여성 1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7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된 개정법은 가정폭력에 대한 처벌을 크게 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제부터 아내 또는 자녀에 대한 폭력 행사는 골절·뇌진탕 등의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피해를 남겨야만 형사 처분이 가능해진다. 찰과상·멍·단순출혈을 일으켰다면 벌금을 내거나 15일 정도의 유치장 신세를 지내면 된다. 기존 형벌은 징역 최대 2년이었으나 개정 뒤에는 경범죄처럼 취급되는 셈이다.

물론 동일인이 1년에 한 번 이상 가족을 폭행한다면 피해 정도와 상관없이 형사 처분할 수 있다. 그러나 개정법은 국가가 한 해에 한 번 배우자나 자녀를 '가볍게' 때리도록 용인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렇다면 러시아 의회와 푸틴 대통령은 이러한 법안을 왜 통과시켰을까.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해당 법안이 논란거리로 떠오르자 "볼기를 살짝 때리는 것과 매질 사이에는 다른 점이 거의 없다"며 '폭력은 아예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정에 대한 격식없는 간섭은 용납할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가정은 '신성하다'는 러시아 정교회 전통을 수호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개정법은 러시아 정교회로부터 환영받고 있다. 정교회에서 가정 문제에 관한 가부장제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드미트리 스미노프 사제는 이 문제와 관련해 국가가 가족문제에 사사건건 개입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은 서방의 가치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전까지 가족 구성원끼리 범한 폭행이 낯선 사람이 저지른 경우보다 더 가혹하게 처벌되는 허점이 있었다는 설명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여성계와 시민단체는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시민운동가 알레나 포포바는 이번 개정법과 함께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 제도 등이 포함된 가정폭력 완화 법안도 통과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법안은 현재 의회에 계류 중이며 통과될 기미가 없어 보인다고 포포바 운동가는 꼬집었다. 그는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 집계에 따르면 전체 중범죄의 40%가 가족 간에 발생한다. 매일 남편에게 맞는 여성은 3만6000명에 달하며, 한 러시아 시민단체는 매년 1만4000여명의 여성들이 남편의 폭력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고 발표했다.

16세기 한 러시아 수도승이 만든 가정규범(Domostroy)에는 "그가 당신을 때린다면, 그는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다"라는 문구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낡고 잘못된 관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icef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