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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네게 무슨짓을 했지?" 미국 뒤흔든 아동학대 사건

[새책]우리는 아이들을 믿는다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7-01-11 18:16 송고
© News1


1692년 미국 메사추세츠 주 세일럼에서 발생한 마녀재판은 환각증세를 일으키는 야생 버섯을 먹은 소녀들의 이상행동을 마녀의 행동으로 몰아 200명 가까운 무고한 이들을 법정에 세우고 19명을 처형한 사건이었다.

'집단적 광기'의 끝을 보여준 이 사건은 미국 역사의 치욕으로 남았지만 그와 유사한 사건이 1980년대 발생했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최근 출간된 '우리는 아이들을 믿는다'(나눔의집)는 1983년부터 캘리포니아와 뉴저지, 뉴욕, 미시건, 매사추세츠, 플로리다, 테네시, 텍사스, 오하이오 등지에서 들불처럼 번진 보육교사들의 아동성범죄 고발 사건들의 진실을 밝히는 책이다. 

사건의 시작은 1983년 여름, 주디 존슨이라는 캘리포니아 여성이 3살짜리 아들 매튜를 데리고 자택 근처의 병원으로 가서 아침에는 멀쩡했던 아들의 항문이 맥마틴 유치원에 다녀온 후로 붉어 보인다고 의사에게 말하며 시작되었다. 의사는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하고 이를 전해들은 경찰은 즉시 맥마틴 유치원 학부형들에게 학대범의 존재 가능성을 알렸다.

사회복지사와 검사들은 상상 못할 만큼 잔인한 학대가 몇 년 동안 은밀히 지속되었다고 의심해 조사에 착수한다. 물증이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사회복지사들은 집요한 인터뷰를 수차례 반복해 지친 원생들에게서 원하는 대답을 얻어냈다. 흥분한 부모들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말하하고 아이들을 추궁해 다양한 사례를 얻어냈다.

그 가운데는 '교사가 아이들을 배에 태워 상어 떼가 있는 바다에 던졌다' '교사가 칼로 말을 토막내는 장면을 억지로 지켜봐야 했다'는 황당한 증언들도 있었다. 그 결과 전국에서 보육기관에 종사하는 수백 명이 수사를 받았고, 그중 약 190명이 정식으로 기소되어 80명 이상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몇년 후 이들 중 많은 이들의 유죄판결이 뒤집혔다. 하지만 이미 수년간 이들이 억울한 옥살이를 한 후였다.   

저자인 미국의 잡지'n+1' 의 편집기자 리처드 벡은 방대한 기록을 조사하고 집단 히스테리의 핵심 인물 수십 명을 인터뷰함으로써, '아이들을 구한다'는 선의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언론인, 의사, 변호사, 부모들이 어떻게 사회적 재앙을 불러왔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사회복지사와 경찰들, 전국의 언론, 공을 세우려는 의욕이 넘치는 검사들이 힘을 합쳐 발생한 이 불행한 사건은 개인들의 불행에 그치지 않고 1960~70년대 활발했던 페미니즘 운동에 찬물을 끼얹고 여성, 아동, 성(性)을 둘러싼 논쟁의 판도를 뒤흔드는 결과를 낳았다고 본다. 

1980년대 보수성향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집권으로 복음주의 기독교가 득세한 시대적 배경에 대한 고찰과 더불어 저자는 너무나도 쉽게 속고 속이는 인간의 약한 본질까지 아프게 꼬집고 있다.(리처드 벡 지음·유혜인 옮김·나눔의집·1만7000원)


ungaung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