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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기술③] 기억의 비밀을 푼다…국내 연구진의 담대한 도전

박혜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연구팀
기억형성 관여물질 아크 mRNA 이동경로 파악에 중점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 2016-12-26 06:10 송고 | 2017-01-30 15:13 최종수정
편집자주 기초 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국은 기초 과학 분야에서 선진국에 비해 뒤처진다는 평가가 있으나 우수 인재들은 곳곳에서 뛰어난 아이디어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은 주요 대학 및 연구소의 우수 연구 과제를 선정해 미래기술로 육성하고 있다. 상용화되기까진 10년이 걸릴지, 100년이 걸릴지 모를 과제들이지만 인류 미래를 책임질 과제들이다. 백년을 이어갈 미래 기술을 소개한다.
 
뇌 과학은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가장 진입장벽이 높은 학문으로 꼽힌다. 뇌의 구조, 역할, 원리 등에 대해선 아직도 밝혀내지 못한 게 많다. 

사람은 어떻게 기억을 뇌 속에서 저장할까. 기억세포는 어디에 위치하고 어떻게 작동할까.

이런 원리를 정확히 알 수 있다면 치매 등 뇌와 관련한 질병을 해결할 수 있다. 머지않아 많은 공부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기억력을 높일 수 있는 꿈같은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살아있는 생명체의 뇌를 직접 관찰해 연구한다는 것은 난관이 많다.

그 연구에 한국 연구진이 뛰어들었다. 박혜윤 서울대학교 교수(40·사진)는 물리학과 소속이지만 박사 과정에서 연구해온 ‘이광자 현미경(two photon microscope)’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연구에 뛰어들었다.  현재 연구는 시작단계에 있다. 이광자 현미경은 파장이 두배 긴 광자 2개를 이용해 빛의 산란을 줄임으로써 표적물을 보다 선명하게 볼수 있게 한 것이다.

◇ 기억형성의 열쇠 쥔 Arc mRNA…국내 연구진 규명 착수

박혜윤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 News1 
박혜윤 교수는 뇌속에 존재하면서 기억 형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 물질인 아크(Arc) mRNA의 이동경로를 이광자 현미경을 통해 관찰하면 기억형성 메커니즘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박 교수에 따르면 Arc mRNA에 형광단백질을 붙인후 이광자현미경을 통해 보면 Arc mRNA 물질이 뇌세포 어느 위치로 이동하는 지와 얼마나 많은 양이 발현되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이는 사람의 기억이 뇌세포 어느 부위에 저장되는지 등을 알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mRNA는 사람의 기본 유전자인 DNA가 인체조직을 구성하기 위해 단백질을 합성할때 등장하는 중간단계 물질이다. 체내 각 세포마다 존재하는 DNA의 이중나선 구조가 풀어져 mRNA가 새로 전사되어 나타나고 이것이 단백질로 바뀌게 된다.

인체내에 존재하는 DNA는 약 2만개다. 그중 Arc라는 특정 DNA는 오로지 뇌신경세포(뉴런)만 발현하는 유전자다. Arc DNA도 마찬가지로 세포의 신호에 따라 Arc mRNA로 전사되고 그 뒤엔 Arc 단백질로 전환된다. 이 Arc 단백질이 최종적으로 기억형성을 위한 작용을 한다.

◇ "Arc mRNA’에 형광물질 달아 이동경로 파악"

Arc 단백질은 기억형성에 어떻게 관여할까. 현재까지 과학자들이 밝힌 내용을 살펴보자.

보통 신경과학자들은 한 뇌신경세포와 다른 뇌신경세포를 잇는 밀접부위인 ‘시냅스’가 사람의 기억저장소라고 한다. 시냅스는 세포의 전기적, 화학적 신호가 전달되는 부위다. 

Arc 단백질이 되기 직전의 물질 Arc mRNA는 학습 등 자극을 받으면 뇌신경세포의 특정 시냅스 쪽으로 이동한 뒤 시냅스로부터 신호를 받아 Arc 단백질로 바뀐다. 

Arc 단백질은 또 이 시냅스의 신호를 약하게도 만들고 강하게도 한다. 사람의 기억 저장 여부는 이 총체적인 시냅스의 신호 강약에 따라 결정된다. 이렇게 Arc mRNA가 존재하는 뇌 신경세포들의 집합을 기억흔적 세포라고도 부른다.

한 연구에서 Arc 단백질을 형성하는 기초 유전자인 Arc DNA를 망가뜨린 쥐가 단기기억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기억을 못 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 이러한 이론을 뒷받침 한다.

그렇다면 어느 뇌신경세포 시냅스 부위에서 실제 이런 작용이 일어나는지 눈으로 확인해야 기억 형성 역할에 중요한 뇌신경세포 부위를 규명할 수 있다.

박 교수팀의 연구는 그 해결책으로 Arc mRNA에 형광단백질을 붙이는 기술을 적용했다. 

연구는 살아있는 실험쥐를 통해 시행할 계획이다. 뇌신경세포에 있는 Arc DNA가 Arc mRNA로 만들어지면 초록색 형광빛이 밝게 나오도록 하는 유전자 조작 쥐를 만든다. 기존에는 쥐를 죽인 뒤 뇌를 꺼내 특수처리를 한 뒤 Arc mRNA를 봐야만 했기 때문에 ‘학습-기억’의 실시간 연관성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 형광불빛은 실험실 이광자현미경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실험쥐 두개골에 아주 작은 구멍을 뚫어 이광자현미경으로 보면 형광불빛이 나는 Arc mRNA의 이동경로와 상대적인 발현량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실험쥐 통해 Arc mRNA 발현양상 파악

Arc mRNA는 보통 학습할 때 뇌세포에서 만들어지고 잠을 잘 때도 해당 Arc mRNA가 뇌세포에서 다시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실제 이번 연구를 위해선 일단 실험쥐가 실제 학습과 잠을 잘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박 교수는 “예컨대 복잡한 미로를 통과한 실험쥐가 오랫동안 학습내용을 기억하고 있는 지 확인하기 위해선 하루 정도 뒤 다시 미로에 넣어 길을 찾을 수 있는지 여부를 보는 방법 등이 있다”고 제시했다. 

이 경우 학습할 때와 그 뒤 잠잘 때, 실험쥐 Arc mRNA의 뇌 속 이동경로가 각각 서로 얼마나 일치하는 지 그리고 발현량은 어떤지를 봐야 한다. 특히 이동경로가 일치한다면  공통적으로 Arc mRNA의 도달 뇌신경세포 시냅스 부위가 기억형성 역할을 하는 곳일 확률이 매우 크다.

박 교수는 "잠을 자는 동안과 학습할 때, 똑같은 신경세포로 Arc mRNA가 이동하는지와 발현량 등을 연구하고 싶다. 그러면서 그 기억이 오래 남아있다면 해당 신경세포 시냅스가 기억형성에 중요한 위치가 되는 것이다. 이를 포함해 다방면으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팀은 올 12월부터 3년간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으로부터 연구지원을 받는다. 연구 중간평가에 따라 추가적으로 2년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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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