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홍범 작가 "유년시절 집에 대한 기억 왜 자꾸 꺼내냐고요?"

신생 문화공간 '파라다이스집'서 개인전 개최

(서울=뉴스1) 김아미 기자 | 2016-12-08 18:29 송고 | 2016-12-08 18:58 최종수정
홍범 작가의 드로잉 애니메이션 설치 전경. 어린 시절 살았던 집의 안방을 형상화한 작업이다.  (이하 파라다이스집 제공) © News1
홍범 작가의 드로잉 애니메이션 설치 전경. 어린 시절 살았던 집의 안방을 형상화한 작업이다.  (이하 파라다이스집 제공) © News1


"어린 시절의 기억이 새로운 공간에 어떻게 투영되는지 보고 싶었습니다."

지난 9월 서울 중구 장충동에 새로 들어선 복합문화공간 '파라다이스집'(Paradise ZIP)에서 개인전을 연 홍범 작가가 8일 기자와 만나 "공간을 가려 작품을 드러내려 하기보다, 공간을 드러내며 작업을 얹히는 방식으로 '교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공간마다 기억이 투영되는 방식이 다르다"며 "낯선 공간이 내 기억과의 교류를 통해 또 다른 나만의 공간으로 전환됐다"고 했다.

홍범 작가가 8일부터 '홍범.ZIP-오래된 외면'이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열었다. 유년 시절 기억 속 '집'이라는 공간을 작가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10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80여년 된 주택을 개조해 온통 하얀색으로 칠을 한 전시공간 곳곳을 마치 누군가의 집처럼 드로잉, 영상, 설치작품으로 채워놨다.

전시장 1층 벽면 여러 곳에 설치된 드로잉을 기반으로 한 '3D 애니메이션' 영상이 전시의 주제를 말해준다. 어린 시절 작가가 느꼈던 집 안 여러 공간들에 대한 기억을 풀어놨다. 구체적 기억이라기 보다 '잔상'에 가깝다.

"중학교 때 처음으로 제 방을 갖게 됐는데 문이 열리면 새로운 공간으로 연결되는 복도가 나타난다던지, 다른 세계로 빠져 들어가는 듯한 망상에 빠질 때가 많았어요. 2층 다락방엘 가면 갑자기 공간이 확장되면서 깊은 나락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도 들었고요."

특히 어린 시절의 작가에게 안방은 '수많은 기억들이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화면 속 기둥 사이를 왔다갔다 움직이는 다섯 개의 기하학적 오브제들은 작가의 가족을 상징한다. "저희집 안방은 수많은 손님들과의 교류가 일어났던 곳이었어요.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있었겠어요. 움직이는 책장은 그런 내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죠."

작품 설치 전경. © News1
작품 설치 전경. © News1


작가가 '집'을 소재로 작업하게 된 건 어린 시절 여러 집을 이사다니며 살았던 기억 때문이다.

"어머니가 집을 만들고 리모델링하는 일을 하셨어요. 그 덕분에 온 가족이 함께 이사를 많이 다녔어요. 당시 짓고 있거나 고치고 있던 집에서 살다가 그 집이 완성되면 또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야 했거든요. 어느 날은 지하에서, 어느 날은 옥상에서, 또 심지어는 정신병원 옆에서 살기도 했죠."

홍범 작가는 "'이사가 아니라 여행이다'라는 어머니의 말이 어린 마음에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공간을 구경하러 다니는 걸 오히려 즐기게 됐다"고 했다.

'기억 구조'를 만든 후 도형의 꼭지점들에 구멍을 내 수동 오르골 장치에 연결한 작품. © News1
'기억 구조'를 만든 후 도형의 꼭지점들에 구멍을 내 수동 오르골 장치에 연결한 작품. © News1


전시장에는 '기억 구조'를 상징하는 도형들을 연결한 후 각 꼭지점들에 구멍을 내 수동 오르골 장치에 연결한 작품도 있다. 직접 손으로 돌려보면 오르골 소리와 함께 어린 시절 아련한 추억이 재생되는 듯 하다.

식물 모양의 조각들은 전시장 2층 안팎에 설치됐다. 아크릴에 무지개색 시트를 입혀 만든 이 식물 군집은 시선의 각도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기억의 잡초'라고 명명된 이 설치물들 역시 작가의 기억들을 형상화 한 작업이다. 작가는 "성난 기억을 재생할 땐 잡초의 끝이 뾰족하게 날이 서게 된다"고 했다.

작품 설치 전경. © News1
작품 설치 전경. © News1


작품 설치 전경. © News1
작품 설치 전경. © News1


작가가 끊임없이 유년 시절 '집'에 대한 기억을 재생하는 이유는 뭘까.

"강남 세곡동에 1980년대 지어진 슬라브 양옥집이 제 유년시절 마지막 집이었어요. 지금은 헐렸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는 너무 익숙해서 '외면'하는 것들이 많아요. 집이라는 '외면'(표피)을 통해 우리들이 '외면'하고 살아가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전시 주제인 '오래된 외면'에 담긴 뜻이다.  

전시는 2017년 2월11일까지.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문의 (02)2278-9852

홍범 작가. © News1
홍범 작가. © News1



amigo@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