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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게이트'에 좌초된 노동개혁 "전면 재검토하자"

신뢰 잃은 노동개혁 재벌뒷거래 의혹 특검서 밝혀야
노동계 주도 새판짜기…재벌개혁이 먼저

(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 | 2016-11-23 11:22 송고
국회 정문 앞에서 '노동개악과 성과퇴출제 폐기' 촉구 기자회견 중인 양대노총과 시민사회단체. /뉴스1 DB
 
박근혜정부가 밀어붙인 노동개혁이 '최순실 게이트'나 재벌기업의 대가성 요구가 있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동개혁은 21일 시작한 국회 환경노동위원의 법안심사에서 이른바 '노동4법'을 제외하면서 사실상 물 건너갔다. 최순실 게이트가 여의도 정가를 집어삼킨 상황에서 정상 추진은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박근혜정부는 2013년 출범때부터 정규-비정규직, 원-하청 간 격차를 줄이고 장시간 근로 문제와 연공임금체계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명분으로 '노동시장 구조개선'이란 이름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했다.

미흡했던 추진동력은 2014년 하반기에 노·사·정이 모여 협상을 시작하면서 붙기 시작했다. 그러나 근로자 해고요건 완화 등의 내용이 노동계 반발을 일으키면서 합의에 실패, 물 건너가는 듯했다.

합의 실패 후 잠잠하던 노동개혁 논의는 지난해 8월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노사정 협상 재개를 요구하면서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이 시점은 박 대통령이 삼성 등 7대 재벌 총수를 독대하면서 미르·K스포츠 재단을 위한 불법적 모금에 나섰던 때와 일치한다.

우여곡절 끝에 노·사·정이 작년 9월15일 합의안을 도출하자, 이튿날 정부·여당은 파견근로자 범위 및 기간제 사용기한을 늘리는 내용 등을 담은 '노동개혁 관련 5개 법안'을 발의하기에 이른다.

발의 법안에 미합의 사항인 파견법이 포함되는 등 노동개혁이 정부와 재계의 입맛대로 흘러가자 한국노총은 올해 초 종전 노사정 합의를 파기하고, 유일한 공식 대화채널인 노사정위원회마저 탈퇴했다.

2016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모습. /뉴스1 DB
 
그러나 정부는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쉬운해고·성과연봉제 도입 등을 위한 이른바 '양대지침(저성과자해고·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기준 완화)'을 발표했다.

국회 환노위 소속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노사정 합의 명분만 쌓고 정부여당이 제멋대로 추진하는 행태를 당시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재계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헌납한 대가로 노동개혁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지금은 이해가 된다"고 꼬집었다.

한 의원은 이어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출연 과정에서 현대차와 암묵적인 무언가가 있었다는 게 검찰수사에서 나오고 있는데 파견법 개정안은 현대차가 그동안 시달려 온 불법파견 문제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기권 노동부 장관의 발언에서도 재계의 개입 정황이 포착된다. 이 장관은 기자들과 간담회와 식사를 종종 하면서 "사실 재계의 요구는 더 어마어마한데 내가 (그 요구를)온몸으로 막았다"라는 얘기를 해왔다.

이는 노동개혁 법안이 재계에 유리한 내용이 많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대한 언급이다. 재계의 더 큰 요구는 일반해고 요건을 정부지침이 아닌 법 개정으로 추진하자거나, 모든 업종에 파견을 확대하자는 내용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노동계는 여야에서 합의한 특검법에 '노동개혁법 통과 등을 대가로 출연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한 사건도 포함된 만큼 철저한 수사와 함께 정부나 재계 주도가 아닌 노동계 주도로 하는 노동개혁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박근혜정부의 노동개혁은 이미 신뢰를 상실해 더 이상 추진이 어렵다"면서도 "정규-비정규 격차, 하청근로자 산재문제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많은 만큼 노동개혁은 노동계가 중심이 되어 공정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학계 한 인사는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이 정경유착인데 애당초 개혁 대상인 재계가 협상주체로 참가한 노사정위원회에 개혁을 맡긴 것 자체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것과 다름없다"며 "노동개혁 전에 재벌개혁이 먼저다"고 말했다.


jep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