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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로 번진 문화계 성추행 파문…홍대 미대생들 폭로 잇따라

SNS서 촉발돼 가해자 사과까지 이어져
대학별 성추행 제보 계정 등장…확산 움직임

(서울=뉴스1) 김태헌 기자 | 2016-10-29 07:00 송고 | 2016-10-29 18:23 최종수정
지난 23일 함영준 일민미술관 책임큐레이터 성추행 피해자들이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 앞에서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2016.10.23/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지난 23일 함영준 일민미술관 책임큐레이터 성추행 피해자들이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 앞에서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2016.10.23/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최근 소설가 박범신과 박진성 시인, 함영준 일민미술관 큐레이터, 웹툰계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잇따라 성추행 파문에 휩싸인 가운데 성추문 폭로 현상이 대학가로 번지고 있어 논란이 확대될 전망이다.
28일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학생 등에 따르면 이 학과 재학생·졸업생 다수는 지난 25일부터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성추행·성폭력 경험 고발 글을 게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5일 가장 먼저 글을 올린 졸업생 A씨는 2013년 자신이 겪은 성폭행 사실을 고발했다. 당시 A씨는 술을 마시던 중 복학생 선배 B씨의 권유로 B씨 집에서 술을 더 마시게 됐고 잠이 들었다. 이후 정신을 차린 A씨는 B씨가 자신에게 입맞춤을 하고 몸을 더듬는 것을 발견했다. 이윽고 B씨는 성관계까지 요구했지만 A씨는 이를 거절하고 자리를 피했다.

사건 이후 A씨는 이 일이 학교에 알려지는 게 두려워 '비밀로 해 달라'고 B씨에 말했다고 한다. A씨는 "이를 가슴에 묻고 지금까지 지내왔지만 이제라도 알려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가해학생 B씨도 사과문에서 "저의 부족함으로 빚어진 모든 일들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졸업생인 B씨는 "오는 11월과 다음해 1월 예정이던 전시를 철회하고 지금까지 진행한 여성관련 작업과 텍스트 모두를 폐기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피해학생들의 증언도 이어지면서 가해 학생들에 대한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총학생회 차원의 재발방지 움직임은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없다. 류종욱 홍익대 학생회장은 "학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격리시키는 일은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면서도 "피해자 보호가 가장 우선시되는 재발방지 대책을 학생회 차원에서 논의 중이다. 조만간 구체적 계획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최근 트위터에 생긴 대학별 성추행 아카이브. (트위터 계정 캡처) © News1
최근 트위터에 생긴 대학별 성추행 아카이브. (트위터 계정 캡처) © News1

이같은 움직임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대학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트위터에 관련 제보를 받는 '홍익미대 성폭력 아카이브'라는 계정이 생겼고, '서울대' '건국대' '미술계' 등 계정이 연쇄적으로 만들어졌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내 성추행 폭로는 홍익대 사례보다 먼저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한예종 출신 현역 미술업 종사자들로부터 권력관계에 의한 성추행 증언과 사과문 게재가 잇따르고 있다. 문화예술계 대학 내 성폭력 논란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까닭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문자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최근 페미니즘이 성장하면서 성폭력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고 있다"며 "단순한 사과에서 그칠 게 아니라 2차 피해 방지와 가해자 처벌까지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 공동대표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용기를 낸 피해학생들을 2차 피해로부터 방어하는 일"이라며 "기성세대와 시민단체들이 이 일에 함께 나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solidarite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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