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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동영상 찍힌 746명 두번 울린 가짜 美보안업체(종합)

"삭제해주겠다" 속여 4억여원 가로채…알고보니 허무맹랑한 기술력

(부산ㆍ경남=뉴스1) 조아현 기자 | 2016-10-27 11:47 송고
부산지방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팀은 27일 음란동영상을 삭제해주겠다고 피해자들을 속여 4억여원을 가로챈 사기조직 일당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피의자들이 보안전문업체를 사칭해 피해자와 상담하는 SMS 내용.(부산지방경찰청 제공)© News1

미국 보안업체를 사칭하면서 피해자가 찍힌 음란동영상을 모두 삭제해주겠다고 속여 746명을 상대로 4억원을 뜯어간 사기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경찰에서도 메신저로 악성코드를 심어 원격 접속하면 피해 동영상을 삭제할 수 있다고 시치미를 떼면서 '시연'까지 보였으나 실제로는 아무런 기술도 적용되지 않았다.  

부산지방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팀은 27일 사기, 정보통신망 침입 등의 혐의로 범행 기획을 총괄한 김모씨(20)을 구속했다.

또 업체 블로그에서 피해자들이 올린 댓글 등의 모니터링을 담당한 권모군(18)과 피해자와 상담 업무를 맡은 김모씨(20·여)등 공범 5명을 함께 입건했다고 밝혔다.

피의자들이 만들어 낸 'CISA' 가짜 보안업체 로고. © News1

김씨 등은 지난 2014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가짜 미국 보안업체 'CISA(Cyber Intelligence Seurity Agency)' 한국지부를 사칭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피해자가 촬영된 음란동영상 유포를 막아주겠다고 속여 피해자 746명으로부터 의뢰금 4억 1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마치 과학수사대 'CSI'와 이름이 유사한 가짜 미국 보안업체 'CISA'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실제로는 서버를 해킹할 능력이 없는데도 '몸캠(피싱)구제 동영상 및 연락처 삭제'라는 문구를 내걸어 음란동영상이 찍힌 피해자의 절박함을 이용해 끌어 들였다.

'몸캠피싱'은 동영상으로 채팅하다 악성코드를 감염시켜 주소록을 빼돌린 뒤 그동안 찍힌 음란(나체)동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해 금품을 빼앗는 사이버 범죄 유형이다.

경찰은 김씨 등이 피해자 전용 상담 블로그를 개설하고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업자까지 고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음란동영상 협박범의 PC에 침투해서 유출된 동영상을 삭제해주고 APK 파일을 설치해 탈취된 연락처를 삭제처리 해준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돈을 입금받은 뒤에는 '동영상 데이터 삭제' 허위 보고서를 만들어 피해자들에게 보여줬다. 

또 동영상을 삭제해주는 능력에 의심을 가진 댓글이 올라오면 곧바로 삭제하거나 반박하는 내용으로 다시 댓글을 달아 의뢰인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조사 결과 지난 해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1년 동안 가짜 미국보안업체 블로그에 상담 댓글을 올린 사람이 3200여명에 달하지만 실제 피의자에게 동영상 삭제 의뢰를 목적으로 돈을 보낸 사람은 746명으로 집계됐다.

김씨 등은 상담과정에서 의심을 제기하는 사람과는 연락을 끊어버렸고 '동영상을 유포하게 내버려 두겠다'는 말 한마디에 피해자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 돈을 입금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특히 범행을 주도한 김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다른 조직원 3명과 함께 일본에 도피했다가 유흥비로 가로챈 돈을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경찰에 1차 조사를 받은 김씨는 구속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나머지 조직원들을 다시 국내에 입국시켰다가 잇따라 검거됐다. 

방원범 부산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팀은 "피의자들은 악성코드를 넣으면 실행이 가능한 기술이라고 끝까지 주장하면서 말만 되풀이하는 상황이었으나 대질조사를 통해 거짓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채팅할 때 출처를 알 수 없는 애플리케이션은 절대 설치하지 말고 몸캠피싱과 같은 피해를 입었을 때는 즉시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경찰은 해당 블로그를 폐쇄조치하고 유사한 수법으로 몸캠피싱 피해자를 두번 울리는 사례와 관련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choah45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