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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원 잃고 불법 도박사이트 종업원으로 대박 꿈 꿨지만…

(인천=뉴스1) 주영민 기자 | 2016-10-26 18:14 송고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취업준비생 A씨(30)는 4년 전 우연히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에 접속했다가 헤어날 수 없는 구렁텅이에 빠지고 말았다.

처음 몇 번은 돈을 땄지만 따게 되면 그 맛에, 잃게 되면 본전 생각에 점점 인터넷 도박사이트에 빠진 A씨는 결국 2년여 만에 빈털터리가 됐다.

A씨가 2년여 동안 도박사이트에 쏟아부은 돈은 3억원이다. A씨는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했다. 심지어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고 대출도 받았다.

그러던 지난해 A씨는 자신에게 돈을 빌려 준 친구 중에 불법 도박사이트 사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친구는 A씨에게 “나도 돈이 없었는데 우연히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일을 하다가 인정받아 1년여 만에 사장까지 승진했다”며 “여기서 열심히 일해 돈을 갚으라”고 제안했다.

A씨는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도박사이트에 취업했다. 도박사이트는 근무지는 필리핀이고 숙식제공은 물론 월 급여 200만원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나아가 실적이 좋으면 인센티브도 주겠다고 했다.

이를 믿은 A씨는 경기 성남시에 있는 직원교육장에서 경기등록 및 회원 상담 방법 등의 교육을 받은 뒤 근무지인 필리핀 마닐라로 보내졌다.

A씨는 필리핀에 도착하자마자 여권을 빼앗기고 휴대전화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사실상 감금생활을 했지만 빚을 갚고 친구처럼 성공할 수 있을 거란 희망에 열심히 일을 했다.

도박을 통해 회원들이 돈을 잃으면 그 돈은 A씨에게 추가수당이 돼 돌아왔다. 때때로 자신처럼 도박중독에 빠져 빈털터리가 된 회원을 상담하기도 했지만 A씨는 그에 대한 걱정보다는 자신의 성공에 집중했다. 언젠가는 친구처럼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의 눈에 띄어 사장이 되겠다는 희망을 키웠다.

하지만 A씨의 희망은 몇 달 만에 끝났다. 지난 7월 마닐라 숙소로 경찰이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A씨를 포함한 모든 도박사이트 직원들이 경찰 조사를 받았다. A씨는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인천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 혐의로 불법 도박사이트 사장 김모씨(44) 등 16명을 구속하고 같은 혐의로 종업원 등 12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은 2014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외국 축구·야구·농구 경기를 중계하는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개설, 운영하면서 14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철저하게 회원제로 운영했으며, 회원들은 한 번에 최소 5000원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베팅했다. 이들이 만든 8개 불법 도박사이트에 가입한 회원은 무려 20만명에 이른다.


ym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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