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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의 외국인 간호장교?…한국남성들 울린 국제사기단

(부산ㆍ경남=뉴스1) 조아현 기자 | 2016-10-25 16:28 송고 | 2016-10-25 16:49 최종수정
부산지방경찰청은 25일 미국인 또는 영국인 간호장교여성을 사칭하면서 한국 남성들에게 접근해 돈을 뜯어낸 국제사기단 일당 가운데 한명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사기 피의자가 피해남성들에게 보낸 사진과 위조한 신분증.(부산지방경찰청 제공)© News1
부산지방경찰청은 25일 미국인 또는 영국인 간호장교여성을 사칭하면서 한국 남성들에게 접근해 돈을 뜯어낸 국제사기단 일당 가운데 한명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사기 피의자가 피해남성들에게 보낸 사진과 위조한 신분증.(부산지방경찰청 제공)© News1

미모의 외국인 간호장교로 위장한 채 채팅앱으로 한국인 남성에게 접근해 마치 결혼할 사이처럼 대하며 1억 3000만원을 뜯어간 '블랙머니' 국제사기단이 경찰에 검거됐다.
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국제 사기단에서 국내 수금 역할을 담당한 카메룬 국적의 남성 M씨(45)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또 프랑스 외교관 역할을 하거나 영국 보안수송업체를 사칭한 피의자 4명 가운데 두 명은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추적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 4월부터 9월 20일까지 채팅앱 'BABOO' 또는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인 남성에게 영국인 또는 미국인 여성 간호장교인 척 접근해 '당신과 결혼해 한국에서 살겠다'고 환심을 산 뒤 피해자 4명으로부터 1억 3000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해외에서 이메일이나 인터넷 채팅으로 메시지를 보내 접근한 이들은 미모의 간호장교 여성 사진을 수차례 보내며 피해 남성들을 꾀어냈지만 실제 여성인지 남성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조사 결과 피의자 M씨 등은 피해 한국인 남성과 사귀는 여성 역할과 프랑스 또는 영국 외교관 역할, 영국 운송업체 직원 역할을 철저히 분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간호장교 여성 역할을 맡은 피의자들은 피해 남성들에게 자신을 '수잔 펄슨' 또는 '사라 알레나' 라고 소개하면서 미모의 간호장교 여성의 사진과 감쪽같이 위조한 신분증을 보냈다.

또 "부모님이 다 돌아가셔서 나는 외톨이"라며 "어디 갈 곳도 없고 당신은 내 이상형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당신과 결혼해 살겠다"고 환심을 샀다.  

피해 남성을 점차 꾀어낸 이들은 시리아에서 평화유지군으로 참전하게 됐는데 경비가 필요하다며 돈을 계좌로 송금받았다. 

이어 작전 도중 시리아의 한 동굴에서 발견한 미화 돈뭉치 가운데 자신에게 배당된 500만달러를 보내겠다며 항공료와 자금세탁 명목으로 수십차례 돈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돈을 한국으로 보내려면 영국계 수송업체 직원을 거쳐 항공료와 수송비를 건네야하고 자금 세탁을 도와줄 외교관을 만나 수화물 반출 명목으로 돈을 줘야 한다면서 치밀하게 피해자들을 속였다. 

 사기 피의자들이 시리아 내전에 평화유지군으로 참전했다가 발견했다고 속여 보낸 사진.(부산지방경찰청 제공)© News1
 사기 피의자들이 시리아 내전에 평화유지군으로 참전했다가 발견했다고 속여 보낸 사진.(부산지방경찰청 제공)© News1

실제로 피해 남성 A씨(40)는 검은색 가방 속에 포장된 금고를 배송받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장비로 금고를 열었다가 100달러짜리 지폐와 크기는 똑같지만 검은색 물감으로 덧칠해진 가짜 돈 이른바 '블랙머니' 1만 2000장을 발견했다. 

사기 피의자는 약품으로 검은색을 벗겨내면 100달러 짜리로 바뀐다 속이면서 약품처리비용으로 또다시 돈을 요구했지만 조악하게 꾸며진 블랙머니를 본 피해 남성은 그제야 의심이 들어 경찰에 신고했다.  

이 블랙머니는 마치 약품처리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흰색 가루가 뿌려져 있었으나 알고보니 유아용 베이비 파우더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피해자는 주로 30~50대 사이의 미혼 남성들로 회사원이나 인테리어, IT업계 종사자 등 직업군도 다양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돈을 계속 송금하는 동안 피해 남성들은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전화를 걸기도 했지만 사기 피의자는 '부대에서는 전화통화가 힘들다'는 이유를 대며 받지 않았다. 

피해 남성 가운데 한 명은 "처음에는 좋은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접근해 50차례에 걸쳐 사진과 이메일, 메시지를 주고받는 동안 서서히 믿게됐다"며 "처음에는 돈을 조금씩 요구해서 의심을 못했지만 항공료까지 보내고 도착한 금고 안에 검은색 돈을 보는 순간 사기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김병수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은 "국제사기단은 시중에 떠도는 개인정보를 토대로 이메일을 무작위로 뿌리거나 채팅으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을 집중해서 낚는다"며 "조금이라도 의심스럽다면 경찰에 곧바로 신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서아프리카 지역을 중점으로 국제 사기행각을 벌이는 전형적인 수법으로 보고 나머지 피의자를 추적하고 있다.


choah4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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