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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회 넘는 여진 '비정상'일까…전문가들 "그렇진 않아"

"규모 5.8로 치면 지극히 정상적인 자연현상"
"여진 꼭 나쁜 것은 아니다…지진은 항상 있어"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16-09-21 21:59 송고
12일 규모 5.8의 경주 강진 이후로 여진 횟수가 400회를 넘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21일 오후 7시 기준으로 여진은 413회 이어졌다. 규모 1.5~3.0이 396회, 규모 3.1~4.0 15회, 규모 4.1~5.0 2회 순으로 발생했다.

이러한 여진 횟수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지진 396회를 뛰어넘는 수치로, 향후 여진이 계속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수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봤을 때 여진이 너무 과하다고 인식할 수 있다. 전문가들도 이 부분을 인정했지만 "규모 5.8의 지진의 크기상 지극히 자연스러운 자연현상"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다만 주목할 점은 이번 경주 지진이 발생한 단층대다. 앞선 지진보다 여진이 유독 발생하는 것은 큰 규모도 작용하지만, 비교적 나이가 어린 양산단층의 활동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발생한 경주 강진. © News1 

◇앞선 지진보다 여진 월등히 많아…규모 고려하면 '일반적'

우리가 최근 기억하는 지진은 지난 7월5일에 발생한 규모 5.0의 울산지진이다. 당시 울산 동구 동쪽 해역 52km 지점에서 일어나 울산과 부산, 경상도 등 많은 지역에서 지진동이 감지됐다.

당시 여진은 얼마나 발생했을까. 기상청에 따르면 규모 2.0 이상의 여진은 단 '2회'에 불과했다. 5일 오후 8시36분쯤 규모 5.0의 본진이 발생한 이후 인근 해역에서 오후 9시26분쯤 규모 2.6의 여진이 이어졌고, 9일 오전 4시47분쯤 규모 2.3의 여진이 발생했다.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경주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지만 여진의 차이가 극과 극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울산 지진은 해안에서 발생해 비교적 여진이 적게 이어졌고, 관측망이 해안까지 정교하게 미치지 않아 감지하지 못한 여진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렇다면 내륙 지진과 비교하면 어떨까. 가까운 예로 2007년 1월에 발생했던 규모 4.8의 오대산 지진을 들어보자. 당시 강원 평창군 북북동쪽 39km 지역에서 발생했는데 규모 2.0 미만의 소규모 여진이 당일 3회, 다음날 1회 발생하는데 그쳤다.

1996년 12월 강원 정선군 남남동쪽 23km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4.5의 영월지진도 규모 2.5 이상의 여진이 한달 동안 13회에 불과했다. 앞선 지진들과 비교하면 이번 경주 지진이 유독 여진 횟수가 많다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여진이 자주 발생하는 가장 기초적인 이유는 지진의 '규모' 차이다. 지진의 규모는 지진이 발생한 지점에서 방출된 지진 에너지의 양을 수치로 환산한 것이다. 통상 지진 규모가 1이 커지면 에너지는 30배 정도 증가한다. 규모 3의 지진은 규모 2의 지진보다 30배 에너지가 크고, 규모 1의 지진보다 900배 정도 큰 셈이다.

규모 5.0 정도의 지진은 폭탄으로 치자면 10kt(킬로톤) 정도의 화력을 나타낸다. 2차 세계대전을 종결시켰던 일본 히로시마 원폭은 15kt(킬로톤)를 기록한 바 있다. 그만큼 이번 경주 지진이 강했기 때문에 여진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이다.

외국 지진 사례와도 비교했을 때 경주 지진의 여진은 이상 현상은 아니다.

지난해 4월 네팔에서 일어난 규모 7.8의 대지진 당시에는 여진이 2만번 넘게 이어졌다. 이중에는 규모 7.3의 강한 여진도 발생하면서 피해는 심각했다. 올해 4월 일본 구마모토에서 발생한 규모 7.3의 지진 역시 여진이 1000번을 훌쩍 뛰어 넘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규모 5.8 정도의 지진으로 여진이 400회 이상 이어지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자연현상"이라며 "여진 빈도로 봤을 때도 극단적으로 자주 일어나는 것은 아니며 규모 2.0~3.0 정도의 여진은 몇주, 길게는 몇달 간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선창국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재해연구실장은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기상청의 지진 관측망이 많이 확충돼 앞선 지진보다 여진을 정교하게 잡아낼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12일 양산단층에서 발생한 경주 지진은 주향이동단층형 지진으로 분석되고 있다. © News1 

◇앳된 양산단층…"어린만큼 아프다"

다만 전문가들은 경주 지진이 대표적인 활성화 단층으로 꼽히는 양산단층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앞선 지진보다 여진이 많고 계속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경주 지진이 발생한 양산단층은 2300만년에 생성된 어린 단층으로 그만큼 지반이 불안정하고 약해 지진이 발생하면 활동성이 크다"라고 밝혔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양산단층은 2600만~700만년전인 신생대 제3기 시기 때 생성됐다. 통상 단층은 땅 속의 뜨거운 맨틀 물질이 땅을 갈라 위로 올라오면서 생성된다. 차가운 것은 아래로 내려오고 따뜻한 것은 위로 올라가는 '대류현상'이 땅에 작용해 단층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반도는 중생대(약 2억5000만~6500만년 전) 시기 낭림지괴(현재 북한 지역)와 경기지괴(현재 중부 지역), 영남지괴(현재 남부 지역) 등 3개의 땅덩어리가 합쳐져 생성됐다. 한반도 생성에 비하면 양산단층은 어린 아이에 불과한 셈이다.

2300만년 전에 생성된 양산단층은 1500만년 전에 또 변화를 겪는다. 그 전까지만 해도 붙어있던 한반도와 일본 대륙이 떨어지면서 그 사이에 동해가 메어지고, 대륙 사이 경계 부분에 있던 양산단층이 일본과 떨어져 한반도에 그대로 붙어 남은 것이다.

이 연구원은 "이 시기 변화를 겪으면서 어린 양산단층은 완전한 활성단층으로 거듭 났다"며 "역사적으로도 경주 지역에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여진의 계속되는 이유는 비단 양산단층 혼자만의 영향은 아니다. 양산단층 인근 서쪽으로는 밀양단층, 모량단층이 있고 동쪽으로는 울산단층이 존재한다. 이 연구원은 "단층이라는 것은 하나로 쭉 이어진 선이 아니라 그 안에도 덩어리들이 조각조각 나 있다"며 "양산단층 안에서도 활동을 하고 붙어 있는 다른 단층 식구들과 함께 서로 호응하며 여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진은 땅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려는 몸부림"

그렇다면 여진은 과연 나쁜 것일까. 의외로 전문가는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이 연구원은 "여진보다 더욱 안 좋은 것은 여진이 발생하지 않다가 갑자기 발생하는 대형지진이다"라고 경고했다.

땅은 지진이 한번 발생하면 응력이 생긴다. 응력은 물체가 외부 힘의 작용에 저항하여 원형을 지키려는 힘을 말한다. 단층과 비교하면 한번 지진으로 힘을 받은 단층이 원형을 지키기 위해 여진을 계속 일으킨다는 것이다.

여진은 불안한 에너지를 해소하는 땅의 몸부림이다. 이 연구원은 "스트레스를 조금씩 해소해야 사람이 살아가듯 땅도 마찬가지다"라며 "규모 5.8 정도의 지진으로 받은 스트레스를 조금씩 분출하지 않고 땅이 쌓아두면 언제 큰 지진이 발생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12일 경주 지진 이후 90% 이상을 차지하는 여진은 규모 1.5~3.0의 여진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규모의 지진은 우리가 평소 살아가는 한반도 전역에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규모 2.0이상 3.0미만의 지진은 39번, 규모 3.0이상 4.0미만의 지진은 5번 발생했다. 올해 상반기 역시 전국에서 규모 2.0이상 3.0미만의 지진이 26번, 규모 3.0이상 4.0미만의 지진이 8번 발생하기도 했다.  

김영희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우리가 느끼지 못하지만 지구는 항상 흔들리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지진이 없는 날은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활동성이 높은 단층대에서 여진이 계속해서 일어나 국민들의 불안감이 증폭하는 만큼 정부가 지진 대피 요령과 대처 방법들을 충분히 알려주고, 이번을 계기로 본격적인 지진 연구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 연구원은 "대자연의 현상을 사람이 완전히 파악하기는 한계가 있지만 국민들을 위해 자연재해에 대한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게 노력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라고 꼬집었다.

21일 오전 11시 53분쯤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10km 지역에서 3.5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자 경주여고 학생들이 신속히 교실을 빠져 나와 선생님 인솔에 따라 운동장에 대피하고 있다.2016.9.21/뉴스1 © News1 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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