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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찾은 한강 밤섬 실향민들 "2세대들도 함께 잘 지내기를"

1968년 여의도 개발로 섬 폭파되면서 주민들 떠나
매년 1차례 추석 앞두고 '고향방문' 행사서 재회

(서울=뉴스1) 이후민 기자 | 2016-09-03 14:52 송고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앞둔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밤섬에서 밤섬 실향민들이 귀향제를 올리고 있다. 밤섬은 1968년 여의도 개발 때 윤중제 공사에 쓸 모래·자갈 채취로 폭파되기 전까지 62가구 443명의 주민들이 살았다. 2016.9.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앞둔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밤섬에서 밤섬 실향민들이 귀향제를 올리고 있다. 밤섬은 1968년 여의도 개발 때 윤중제 공사에 쓸 모래·자갈 채취로 폭파되기 전까지 62가구 443명의 주민들이 살았다. 2016.9.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고향방문 행사가 뿔뿔이 흩어진 밤섬 사람들을 하나로 엮는 끈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2주가량 앞두고 밤섬 실향민들이 옛 삶터를 찾아 돌아보는 '밤섬 실향민 고향방문' 행사가 3일 오전 10시30분쯤 서울 마포구 밤섬에서 열렸다.
마포문화원이 주최하고 밤섬보존회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한강 개발, 여의도 건설로 1968년 밤섬이 폭파되면서 밤섬 밖으로 이주했던 실향민들이 고향 땅을 찾아 향수를 달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밤섬에 거주했던 주민 등 30여명과 행사 참여를 신청한 시민 등 총 2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주민들이 조상에게 제례를 올리는 귀향제와 섬 주민들이 마을의 안녕과 화합을 기원하면서 올렸던 전통 굿인 '부군당 도당굿'을 진행하는 순서로 이어졌다. 섬을 찾은 밤섬 실향민들은 굿을 지켜보며 추억에 젖기도 하고 섬에서 사람이 살았음을 표시해 둔 표지석을 찾아보고 돌아오기도 했다.

유덕문 밤섬보존회 회장(77)은 "주민들이 밤섬에 살 때는 한강을 건너다니면서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다"며 "부군당 도당굿은 밤섬 사람들의 안녕과 건강, 무사를 기원하며 지낸 굿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회장 역시 밤섬 실향민으로 1940년 밤섬에서 태어나 1968년 이주 전까지 밤섬에서 자랐다. 유 회장은 밤섬을 나와 마포구 창천동으로 이주한 뒤에도 부친이 밤섬에서의 이야기를 하며 밤섬을 많이 그리워했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밤섬 사람들은 창천동으로 집을 옮긴 뒤에도 재개발이다 뭐다 해서 뿔뿔이 흩어지고 힘들게 살았다"며 "밤섬이 기억에서 잊혀져가는 것이 아쉽고 실향민 2세대들에게도 이런 행사가 이어져서 서로 함께 잘 지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밤섬 실향민들이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귀향제를 올리기 위해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밤섬에 들어서고 있다. 2016.9.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밤섬 실향민들이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귀향제를 올리기 위해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밤섬에 들어서고 있다. 2016.9.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밤섬 실향민 마용배씨(72)는 "형제들도 생전에 먼저 떠나고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나서 여기 혼자 와서 고향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감회가 남다르다"며 "이미 옛 모습은 없고 표석만 남아있어 아쉽다"고 소감을 말했다.

밤 모양을 닮아 이름붙은 '밤섬'은 맑은 모래가 널리 펼쳐진 섬의 풍광(율도명사·栗島明沙)이 옛 문헌에서 마포팔경의 하나로 꼽힐 만큼 경치가 뛰어났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한강 개발과 여의도 건설로 섬이 폭파되면서 1960년대 후반 62가구 443명의 주민들이 마포구 창천동 와우산 기슭으로 이주했다.

밤섬은 폭파 이후 일부만 남아 한강 상류 퇴적물이 쌓이면서 현재의 모습이 됐고, 현재 밤섬의 면적은 24만1000㎟(7만3100평)에 달한다. 밤섬에서는 버드나무, 갯버들 등의 식물과 흰뺨검둥오리, 해오라기, 민물가마우지, 쇠백로, 고방오리 등 새들이 서식하고 매년 철새 5000여 마리가 찾아온다

2012년에는 야생동식물의 서식지로 보전가치를 인정받아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면서 출입이 금지되어 있으나, 매년 한차례씩 실향민 고향방문 행사가 열려 옛 주민들이 밤섬을 찾고 있다.


hm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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