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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속 숨어있는 콘텐츠 개발해 도시에 향기를 입히는 스타트업 "

[미디어 판도 바꾸는 콘텐츠 스타트업]<9>어반플레이

(서울=뉴스1) 오승주 기자 | 2016-05-28 14:55 송고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 News1 손형주 기자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 News1 손형주 기자

최근 도시(지역) 콘텐츠에는 2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는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적 요소로 중요성이 옮겨갔다는 것. 과거에는 도시 홍보를 위해 커다란 상징물을 세우는 등 보여주기에 급급했다면, 이제는 지역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역만이 갖고 있는 콘텐츠는 지역 색깔을 더욱 또렷하게 만들고, 이는 곧 지역 상권 발전에도 보탬이 된다.

다른 하나는 골목의 새로운 발견이다. 일상이 된 스마트폰을 활용해 사람들은 정보만 있다면 어디든 찾아간다. 도시 속 보이지 않았던 골목 곳곳까지 이슈가 되는 세상. 그래서 기존에는 큰 도로변 건물의 임대료가 가장 비쌌다면, 지금은 반대현상도 일어난다. 경리단길의 장진우골목, 해방촌 같은 외진 장소가 이렇게 북적이게 될 줄 누가 예상했을까. 접근성이 굉장히 떨어지는 곳임에도 너도나도 이곳을 찾아가고, 아무도 관심주지 않던 골목의 원룸들은 카페로, 식당으로 간판을 갈아 끼우고 있다. 
그렇기에 지역 콘텐츠는 더욱 중요해졌다. 사람들은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유명 장소만 찾아가지 않는다. 흥미로운 콘텐츠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33)는 이러한 흐름을 남들보다 조금 빨리 내다보고 지역의 특별한 콘텐츠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도시문화콘텐츠 전문 스타트업 어반플레이(urbanplay.co.kr)를 설립했다. 도시문화를 다루는 스타트업는 어떤 작업을 하고 있을까. 홍 대표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홍 대표와의 일문일답.
―어반플레이 소개를 부탁한다.
▶도시의 즐거운 문화적 경험을 추구하며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다양한 도시문화콘텐츠를 창작하는 기업이다. 기획자·디자이너·개발자 등 10명이 함께 일한다. 도시·문화적 이슈를 도시 해프닝, 공간, 웹, 미디어 등의 영역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다.

회사 개념이 추상적으로 보일 수 있다.(웃음) '그래서 너희는 건축 회사냐, 광고 회사냐, 이벤트 회사냐'고 많이들 물어본다. 어반플레이는 도시 속 경험을 이끄는 콘텐츠를 만들고, 그 결과물은 때마다 다르다. 웹페이지, 오프라인 이벤트, 전시, 파티, 스마트폰 어플 등 다양한 형태로 결과물이 나온다. 우리가 하는 일은 지역에 어떠한 콘텐츠를 넣을 것인가, 즉 지역에서 실현가능함과 동시에 지역의 개성을 뚜렷이 드러낼 수 있는 콘텐츠를 발굴하는 작업이다.

'2016 연희, 걷다'' 행사 지도(어반플레이 제공) © News1
'2016 연희, 걷다'' 행사 지도(어반플레이 제공) © News1

―아직 모호하다. 대표적인 활동으로 자세히 소개해 달라.
▶4월 22일~5월 8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공방들을 모아 동네 곳곳에서 공예작품을 전시하고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지역 축제 '2016 연희, 걷다'를 열었다.

연희동 산책길을 따라 '전시 공간' 11곳,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콘텐츠 공간' 14곳, 축제를 후원하는 지역 상점 '로컬 공간' 4곳을 운영했다. 전시에는 작가 35명이 참여했으며 1000원인 전시통합권을 구입하면 모든 작품의 관람이 가능했다. 이처럼 소상공인, 예술가, 문화기획자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지역의 개성을 녹여낸 문화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마을 브랜드를 형성하고 상생 기반을 마련하는 취지의 행사를 연다. 2014년에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 일대에서 '숨은연남찾기'라는 주제로 마을 축제를 기획했다. 

기업과의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지난해 가을, 튀김소보로로 유명한 대전의 성심당 창업 60주년을 맞아 '나의 도시, 나의 성심당' 기획 전시를 열었다. 대전역 작은 찐빵 집으로 시작해 오늘의 성심당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전한 프로젝트로, 성심당 빵집 내 5개 섹션을 나눠 60년 역사의 흐름을 전했다. 성심당과의 프로젝트는 특별했다. 성심당 대표 및 관계자와 1년간 만남을 지속하며 성심당이 갖고 있는 이야기를 어떤 콘텐츠로 풀어낼 수 있을지 함께 고민했다. 기업이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 알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수밖에 없다. 

침체된 서울약령시(동대문구 제기동)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고 젊은 세대의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 '서울약령시 스토리 아카이브' 웹페이지(yakstory.com)도 만들었다. 서울약령시가 일반인이나 국내 관광객은 잘 찾지 않는 곳이지만, 외국인들은 이 공간을 굉장히 재미있어 한다. 약재 정보와 상인들의 에피소드를 영상과 글, 사진, 지도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했다.

'나의 도시, 나의 성심당' 기획전시(어반플레이 제공)© News1
'나의 도시, 나의 성심당' 기획전시(어반플레이 제공)© News1


 '서울약령시 스토리 아카이브' 웹페이지(어반플레이 제공)© News1
 '서울약령시 스토리 아카이브' 웹페이지(어반플레이 제공)© News1

―그 외 또 어떤 일들을 했나.
▶전시도 한다. 한글을 처음 접한 외국인에게 한글의 원리를 설명하는 '한글, 세계와 만나다'(2014), 이응노 선생의 문자추상 작품을 어린이 대상으로 친숙하게 풀어낸 '하나에서 만까지'(2015) 등의 전시를 기획했다.

웹사이트에서 아카이브를 쉽게 할 수 있는 툴킷(toolkit)도 만들었다. 지자체에서 동네를 알리는 웹사이트 수요가 많더라. 연희동(yeonhuidong.com)이 첫 사례인데, 다른 동네에서도 이 툴킷을 활용하면 연희동처럼 웹사이트 상에서 쉽게 아카이브를 할 수 있다. 이색적인 국내외 도시문화콘텐츠를 공유하는 웹진 '어반폴리'도 운영한다. 

―창업 계기는 무엇인가.
▶한양대 건축학과와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석사를 졸업했다. 학부서 건축을 공부할 때부터 건물이 예쁜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어떻게 사는지, 뭘 하고 싶은지 내부 콘텐츠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대학원에서 문화기획을 하면서 이러한 관심은 도시 콘텐츠로까지 확장됐다. 그런데 내 관심사를 바탕으로 다닐 수 있는 회사를 알아봤는데 마땅히 없더라. 처음부터 창업에 꿈이 있던 건 아니었다. 취직 전에 하고 싶은 걸 해볼까 해서 2013년 3월 개인 작업실처럼 시작했고 12월 법인을 설립, 지금껏 이어졌다.

―왜 도시, 지역 콘텐츠에 매력을 느꼈나.
▶도시에는 다양한 문제가 있다. 그런데 이걸 정치, 행정적으로 풀려면 굉장히 복잡해진다. 어반플레이가 사회적 이슈를 모두 해결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그냥 툭, 다른 이슈를 던져보는 거다. 마치 놀이처럼. 사회적인 이슈가 있을 때 문화 콘텐츠로도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젠트리피케이션, 즉 구도심이 활성화되어 고급 상업 및 주거지역이 새로 형성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이 요즘 사회적으로 골칫거리다. 해당 공간에서 콘텐츠를 만들어서 공간의 가치를 올려놨는데, 그 이익을 콘텐츠를 창작자가 아닌 건물주가 가져가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임대료를 올리지 못 하게 하는 정책적인 부분도 있어야겠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 콘텐츠 자체로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마케팅도 잘 이뤄질 수 있다면, 창작자들은 그 공간이 아니더라도 어디로 이동해도 콘텐츠를 팔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우리가 만드는 문화콘텐츠가 이러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예방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 콘텐츠 기반의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으면 외부에서 들어온 상업적인 콘텐츠에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다. 

―어반플레이가 지역 활성화를 도우면 젠트리피케이션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받을 텐데.
▶그렇다. 하지만 우리는 마을 커뮤니티의 결속과 마을 브랜딩 정립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지역 커뮤니티 발전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하고 있다. 콘텐츠의 가치가 부동산의 가치로 변질되는 것을 막고 스토리와 콘텐츠가 곧 새로운 가치로 여겨지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

예로 우리 지역축제에서 프랜차이즈는 참여 업체로 선정되지 않는다. 한곳에서 10년 이상 오래 운영하며 커뮤니티에 녹아든 업체는 가능하다. 오래된 기업이거나 자신들의 스토리를 갖고 스스로 문화기획을 만들어낼 수 있는 팀과 함께하고 있다. 상업화가 될까봐 두려워만 한다면 아무것도 못 하고 지역 상권은 다 죽지 않느냐. 그 수위 조절이 참 어렵다. 최소한 지금 지역에 있는 주민들이 자신들의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하는 일은 단순히 사람을 많이 모으기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게 아니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가지고 온 콘텐츠를 기록하고 이를 알리는 일에 집중한다. 그래서 설령 임대료가 뛰어 더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게 되더라도, 그 창작자의 콘텐츠가 기록으로 남아있다면 일반인에게 알려질 수 있다.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 News1 손형주 기자

―'마을 브랜딩'이 궁금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최근 진행한 연희동 마을 축제 '연희, 걷다'가 대표적인 사례다. 연희동만의 개성을 살리며 이곳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다. 외국에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자체를 박물관화하는 운동이 이미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지역마다 모두 가볼만한 관광 콘텐츠가 있는 것. 그런데 우리나라는 '요즘 경리단길이 뜬대'라고 하는데, 막상 가서는 밥 먹고 오는 것밖에 없다. 뭘 보고 와야 되는지 모르는 거다. 맛집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지역만의 콘텐츠를 경험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지역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그 안에 들어갈 콘텐츠를 짜 넣으면 이것이 하나의 지역 브랜딩이 될 수 있다. 마케팅 파워도 생기면 지자체나 기업의 후원도 붙을 수 있고, 지역 상점들과 연계해서 함께 수익구조를 만들 수도 있다. 이렇게 지역의 문화를 형성해가는 것이다.

'연희, 걷다' 행사는 올해부터 계절별로 치를 예정이다. 봄에는 '공예, 있다'라는 부제로 진행했고, 여름에는 여행 콘셉트로, 가을에는 창작 콘텐츠로 마을축제를 꾸미며 연희동만의 스토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지역 주민의 반응은 어땠나.
▶동네가 시끌벅적 해지는 걸 싫어하는 주민들도 분명 있다. 하지만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잘 모르고 살다가 이러한 계기로 주민끼리 서로 만나게 된 걸 반갑고 고마워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연희, 걷다' 행사 때 자신이 예쁘게 키운 꽃을 보고 가라고 집 마당을 공개해준 분도 있고, 사무실 앞집 주민은 오프닝 행사 때 타악기 연주도 해주고 집안도 구경시켜줬다.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행사가 더욱 꽉 찰 수 있었다.

―그럼 중요한 문제, 돈은 어떻게 버나.
▶기존에는 지자체 문화 사업으로 선정돼 예산을 받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제는 그러한 과정을 통해 포트폴리오가 어느 정도 쌓였다고 생각해 외부에서 돈을 받는 형식이 아닌 자체 콘텐츠를 만들어서 반대로 지자체나 기업에 제안하려 한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자체적으로 기획해서 지자체나 기업 문화마케팅 차원의 일로 팔아 수익을 내는 형태다. 당장은 이전보다 수익이 떨어질 수밖에 없겠지만, 더 큰 서비스 확장을 위한 투자 단계라고 생각한다. 

이응노미술관  '하나에서 만까지' 전시회(어반플레이 제공)© News1
이응노미술관  '하나에서 만까지' 전시회(어반플레이 제공)© News1

―관심 가는 다른 지역이 있나.
▶올해 안에 신촌에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으로, 서대문구와 함께 아카이브 작업을 시작했다. 신촌이 '차 없는 거리'를 만들었는데, 아직은 그 안에 큰 규모의 단발성 콘텐츠들로 주로 채워진다. 단발성 축제는 지역 상권에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한다. 큰 행사가 열린다고 하면 복잡하기 때문에 오히려 오던 사람도 안 오기 때문. 인근 편의점만 돈을 번다고 한다. 문화 실험의 장으로써 문화기획자와 디지털 노마드, 여행 업계를 접목시켜서 글로벌 관광·여행에 관련된 지속가능한 콘텐츠를 만들어보려 한다. 

서울 외 지역에서도 연락이 많이 온다. 지역 커뮤니티를 키우는 일은 결국 관광산업과 연결되기 때문에 이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연락이 많다. 지난해 진행한 성심당 프로젝트를 발전시켜 대전 원도심 활성화 프로젝트를 대전시와 함께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7월 강릉 테라로사 커피공장에 이색적인 문화공간이 만들어지는데, 이곳의 전시 미디어 기획 및 제작을 협업하고 있다. 

또한 이태원 경리단길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골목의 영상을 찍거나 페이스북 생중계를 하는 '해프닝TV'를 만들어볼까 한다. 올해는 다양한 문화기획자의 이야기를 담는 미디어 채널로서의 역할을 확장할 계획이다. 

―어반플레이를 어떤 기업으로 만들고 싶은지.
▶문화기획 일을 하면서 가장 아쉬운 건 똘똘한 문화기획자는 많은데 모두 20대 학생이라는 것이다. 함께 일할 파트너로서의 전문 문화기획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 분야에서는 돈을 벌기 힘들기 때문에 정작 사회인이 된 유능한 인재들은 모두 여기를 떠난다.

문화기획자들이 한발이라도 더 내딛어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고자 시작한 게 웹진 어반폴리다. 문화기획자가 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이들을 웹에서 소개해주고 서로를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문화 기획자가 설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나면 전 세계의 도시문화콘텐츠를 소개하겠다는 명목으로 회사 돈을 합법적으로 사용하며 세계여행을 떠나는 게 개인적인 목표다.(웃음)


s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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