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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브리즈' 살균제 성분도 검증없이 유통…논란 키운 정부

페브리즈 성분 '제4기 암모늄클로라이드' 검증된 바 없어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2016-05-15 06:40 송고 | 2016-05-15 11:20 최종수정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옥시 가습기살균제 사건 여파로 공기로 흡입하는 방향제와 탈취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의 허술한 화학물질 관리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유해성 논란에 휩싸인 페브리즈 살균제 성분 '제4기 암모늄클로라이드'도 국내 검증 없이 유통되고 있어서다.

15일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는 방향제·탈취제 등 생활용품(공산품)은 흡입 시 폐에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성분이 포함돼 있어도 정부에 신고하거나 성분을 공개할 필요가 없었다.

임종한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제품 변질을 막는 살균제인 제4기 암모늄클로라이드는 폐 상피 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는 흡입독성 물질"이라며 "페브리즈를 분무한 후 흡입해 폐에 들어가면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된 보고서도 다수 나와 있다는 것.

그러나 한국P&G는 섬유탈취제 용도로 국내에서 추가 검증 절차 없이 페브리즈를 생산·유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4기 암모늄클로라이드는 정부가 지정한 유해화학물질이 아니어서 별도의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됐다.

정부는 2011년 가습기살균제 사태가 확대되자 뒤늦게 2013년 5월 '화학물질등록및평가등에관한법률'(화평법)을 제정했다. 당초 화평법은 연간 1톤 이상 제조·수입되는 기존 화학물질과 신규 화학물질에 대해 유해성 심사를 의무화해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과도한 규제로 인식한 정부와 재계가 반발하면서 화평법은 '누더기'가 됐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화평법에 대해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고 표현했다. 전경련이 제출한 의견서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통해 대부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사람에게 해를 끼친 성분은 유해화학물질로 지정·신고해야 한다는 핵심조항이 삭제됐다. 화평법은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에서 더 약화돼 처음 등록된 용도와 다르게 성분을 사용할 경우 다시 등록해야 한다는 핵심조항도 사라졌다. 또 기업의 정보제공 의무도 요청받은 경우로 축소됐고 과징금과 과태료도 낮아지거나 조항이 삭제됐다.

그 결과 생활용품을 유통하는 기업들은 환경부에 등록된 유해화학물질 및 국제적 CMR(발암성·생식독성·생식세포 변이원성) 물질이 포함됐을 경우에만 해당 성분을 표기하고 있다. 이마저도 기업이 자율적으로 신고하게 돼 있다. 한국P&G가 페브리즈의 전 성분을 공개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이유다.

뉴스1은 제4기 암모늄클로라이드 성분이 유해화학물질로 등록돼 있는지와 해당 물질을 한국P&G로부터 신고받은 적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환경과학원에 수차례 연락했지만, 연구원들은 답을 피했다.

현재 제4기 암모늄클로라이드는 유해화학물질로 등록돼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성분은 검증이 된 기존물질과 유해화학물질을 검색할 수 있는 '화학물질정보처리시스템'에서도 찾을 수 없다.

한국P&G 관계자는 "한국에서 섬유탈취제 용도로 별도의 검증을 받은 건 아니다"면서 "그러나 이 성분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미국 환경보호청(EPA) 등에서 인증받아 안전성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전체 성분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미국의 경우 기업들이 제품 성분을 공유하면서 기관에 함께 등록하기도 하지만, 국내는 사정이 다르다"며 "전 성분 공개는 기업의 기밀 사항인 기술력을 노출하는 것과 같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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