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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vs AI] 이세돌을 위한 변명, "알파고 대국은 불공정 게임"

(서울=뉴스1) 김지예 기자 | 2016-03-11 19:59 송고 | 2016-03-12 02:30 최종수정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제2국에서 이세돌 9단이 돌을 올리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2016.3.10/뉴스1 © News1 조현아 인턴기자

'인간 대표'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에게 2연패를 당해 인간 세상은 패닉에 빠졌다.

바둑계에서는 오만했다며 자기반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너무 위축될 필요는 없다. 이번 대국을 불공정계약으로 본 필패론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국은 이세돌 9단이 애당초 이길 수 없었다"며 계약의 불공정성까지 주장하고 있다.

알파고는 1202개의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와 176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이뤄져 있다.

구글은 알파고에 기보 3000만개를 입력시킨 뒤 이를 토대로 자체 대결을 펼쳐왔다.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대표는 "알파고는 4주에 100만 기보를 습득할 수 있는 학습 능력을 지녔다"고 설명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컴퓨터의 무한 자원을 활용해 정보 불균형이 이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성사된 이 대국 자체가 인간에게 불리할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IT 전문 변호사인 법무법인 한얼의 전석진 변호사는 무려 지난달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세돌 9단의 필패를 예상하며 '구글은 전세계 바둑인에게 사과하여야 한다'는 글을 게재한 바 있다.

전 변호사는 "광케이블로 인터넷에 연결시킨다는 것은 실시간 학습과 새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이미 훈련시킨 수십 수백 대의 알파고를 이세돌이 둔 수를 기초로 실시간으로 다시 학습시키며 동원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이세돌 9단 1명과 최소 2개의 프로그램이 대결하게 된다. 이는 훈수를 둬선 안 된다는 바둑의 일대일 대결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원 내 대표적인 IT 전문가로 꼽히는 강민구 부산지법원장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임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세돌 9단이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것에 한 표를 걸었다"며 "이번 계약은 엄격한 법적 의미의 사기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불공정하다. 마치 M60기관총을 가진 어른이 칼을 가진 어린이에게 결투를 하자고 요구한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강 법원장은 "다들 단순하게 기계 대 인간의 대결 구도로만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이런 판세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고 있을 뿐"이라며 "한 개인 천재가 다수의 천재 집단에 이긴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수의 집단지성이 한 개인의 두뇌 역량보다 훨씬 더 유리하다"고 짚었다.

구글 입장에서는 전혀 손해볼 것이 없는 대국이었다.

강 부산지법원장은 "구글이 이번 대국을 계기로 거둬들인 이미지 마케팅의 가치는 수조원이 넘을 것"이라며 "전문 법률가 집단과 IT 집단이 협업해 이 계약에 개입하여 적어도 한 회당 100억 이상 정도로 대국료를 산정하고, 성공 대국 보수 500억 이상을 요구했다 하더라도 구글은 응할 수 밖에 없는 계약"이라고 봤다.

이어 "우물안 개구리와 같은 식견으로 무조건 이긴다는 착각 아래 단돈 백만달러라는 헐값에 이세돌을 팔아넘긴 계약이다. 두 번 다시 이와 같은 실수를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 전산학 박사 1호인 문송천 카이스트 교수도 이번 대국이 불공평하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바둑의 경우의 수가 우주의 원자보다 많은 10의 170제곱에 달하지만 모든 수를 계산해낼 수 있는 인공지능에게는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더불어 "확신이 없었으면 구글은 애초에 도전장도 내밀지 않았을 것"이라며 "5대0 완승을 예측한 구글이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한 이벤트를 벌이는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같은 맥락으로 바둑계에서도 알파고의 기계성에 주목했다. 이희성 9단과 김성룡 9단은 "딱 이길만큼만 두는 기계라는 점이 무섭다. 안전하게 이기기 위해 계산된 실수를 한다"며 "현재 상황으로는 이세돌이 1승하는 것도 어려울 듯 하다"는 전망을 내놨다.


hyillil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