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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속 유령'을 강제해산? 오늘 앰네스티 '유령집회'

영상 속 집회도 규제 대상? 경찰 "집회로 변질시 강제해산"
"집단 의사 표현은 구호 성격 VS 과잉 해석"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2016-02-24 05:00 송고
'유령집회' 3D 홀로그램의 시연 장면. © News1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2조 2항>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도로, 광장, 공원 등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

법률에 나온 집회 및 시위에 대한 정의다. 즉 집회는 '여러 사람' 모여야 한다는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그런데 실제 사람이 아닌 '홀로그램 영상 속 사람'이 모여 '집회 및 시위에 대한 자유를 보장하라'는 하나의 목적으로 구호를 외친다면 이를 법률 상의 집회·시위로 봐야할까?

◇"유령 집회도 집회" VS "영상 상영일뿐"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3년을 하루 앞둔 24일 오후 8시30분 서울 종로 광화문광장 북측 광장에서 이러한 홀로그램 형식의 '2·24 앰네스티 유령 집회'를 연다고 23일 밝혔다.

이 홀로그램 집회는 지난해 4월 스페인에서 '홀로그램 포 프리덤'이 시도한 이후 전 세계에서 두번째로 열리는 것이다.

시민 120여명이 참여해 만든 '유령 집회' 홀로그램 영상에서는 참가자들이 가로 10미터, 세로 3미터 크기의 홀로그램 스크린에 등장해 실제 집회와 같이 대열을 이루며 구호를 외치고 행진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스크린 속 참가자가 구호 제창 등 집단 의사를 표시하는 등 집회·시위 형식을 보이면 이를 규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상원 서울지방경찰청장은 23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순수 문화제 형식으로 할 경우 문제가 안 되지만 그걸 넘어서 구호 제창 등의 집단 의사를 표현하면 그 자체를 집회·시위로 보고 제재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홀로그램에 목소리를 입힌다면 이를 구호의 성격을 띤 것으로 보고 저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경찰의 대응 방침에 앰네스티 측은 "결국 '유령 집회'는 영상 상영인데 '영상 내용'을 규제하는 것은 집시법을 떠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앰네스티 측은 "'유령 집회'는 어떤 물리적 충돌을 유발하거나 무기를 소지한 것도 아닌 평화 집회"라며 "집회 참가자를 보호해야 할 경찰이 집회를 단지 규제의 대상으로만 보다보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스페인 '홀로그램 포 프리덤' 홀로그램 시위 영상.(유튜브 화면 캡처).© News1

◇"집회냐 아니냐" 그것이 문제로다

만일 경찰의 해석대로 '앰네스티 유령 집회'가 진짜로 집회로 간주될 경우 여러 가지 논란을 낳게 된다.

경찰이 '강제 해산' 등의 조치를 취하더라도 적용 대상이 불명확하고 실체가 없어 '누구'를 규제할지 특정하지 못한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회의 기준은 '사람이 모이는 것'"이라며 "영상 속 사람들이 집회를 한다고 해서 규제를 하는 것은 광화문 사옥 전광판에 사람이 많이 모였다고 이를 집회로 보는 것과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또 "영상을 쏜 사람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광화문광장에서 쏠지 어디서 쏠지 모르는거 아니냐"며 "결국 사람이 모여있는 그림을 규제 대상을 삼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일에 집회를 할 수 없다는 광화문광장의 사용 규칙을 무시한 채 이를 허가한 서울시의 입장도 난처해진다.

집회및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1조 4호에 따르면 주요 국가기관 반경 100m 안에서는 집회나 시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주변에 대사관이나 대사관저가 많은 광화문광장 역시 이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사실상 집회를 불허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유령 집회'는 진짜 집회가 아닌 문화제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앰네스티 측의 '유령 집회'는 기자간담회와 영상 상영으로 이뤄진 엄연한 문화제"라며 "광화문광장은 문화제가 아닌 '집회'를 못 하게 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y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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