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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픽 하마' 넷플릭스로 '망중립성' 논란 재점화되나

(서울=뉴스1) 맹하경 기자 | 2016-01-26 11:56 송고 | 2016-01-26 16:34 최종수정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NETFLIX) 기자간담회에서 관계자 및 취재진들이 넷플릭스 서비스 시연을 하고 있다.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NETFLIX) 기자간담회에서 관계자 및 취재진들이 넷플릭스 서비스 시연을 하고 있다. © News1 안은나 기자


지난 7일부터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로 인해 국내에서 '망중립성' 논란이 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통신사들은 최근들어 늘어나는 넷플릭스 가입자들의 민원으로 속을 끓이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제공하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끊김현상'에 대한 불만을 통신사쪽으로 터트리고 있어서다.

현재 국내에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3곳이다. 이들의 유선망을 이용하려면 한달에 월정액을 내고 가입해야 한다. 이렇게 가입한 유선망을 통하면 동영상 콘텐츠와 게임, 포털, 쇼핑몰 등 각종 사이트에 접속해 원하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그러나 동영상 콘텐츠에 대한 소비가 갈수록 증가하면서 통신사들은 유선망의 과부하를 겪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처럼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업체들의 경우는 통신망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동시접속자가 폭주하면 망이 느려지거나 끊기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 가입자들이 통신사에 민원을 제기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통신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서비스에 상관없이 동등하게 통신망을 제공해야 한다'는 망중립성 원칙 때문에 문제를 제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원칙 때문에 망부하를 초래하는 특정사이트를 차단하거나 데이터 전송속도를 조절할 수도 없어, 넷플릭스로 인한 민원이 고스란히 통신사들의 몫이 되고 있다.

통신사가 투자해 구축한 통신망 덕에 버젓이 콘텐츠 수익을 올리고 있음에도 트래픽 폭증 부담은 오롯이 통신사에만 전가되다보니 망중립성 원칙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생길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가 2007년 가장 먼저 서비스를 개시한 미국에서도 일찌감치 논란이 불거졌다.

미국 최대 통신사 AT&T는 2014년 넷플릭스로 인한 네트워크 부담이 커 넷플릭스가 추가로 망 사용대가를 지불해야 하며, 늘어나는 비용부담은 넷플릭스 서비스 가격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가없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공짜 점심'을 먹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는 망중립성 원칙을 내세우며 별도 비용을 추가로 지불할 수 없다며 맞받아쳤다.

망중립성에 대한 개념과 범위가 해외 사례마다 다른 점도 난제다. 갈등이 깊어지자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지난해 3월 망중립성에 대한 새 원칙을 공개했는데, 망중립성 원칙 유지에 중심을 뒀다. 통신망은 부가서비스 제공보다는 단순 '전송기능'이 더 중요하고 속도나 품질이 좋은 통신사는 이를 마케팅 포인트로 부각하고 있으므로 망중립성을 해쳐선 안된다는 걸 공고히 했다.    

반면 유럽연합 의회는 지난해 10월 의료 등에 데이터 우선권을 주는 등 예외사항을 인정했다. 큰 틀에서 추가 비용을 받고 더 좋은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건 금지했지만 특별 서비스에는 일부 차별을 허용하는 쪽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즉 데이터 과부하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무조건 돈을 받고 더 빠른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건 안되지만, 혁신서비스를 위해 고속 인터넷 접속을 지원하는 등은 일부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국내에서도 2011년 방송통신위원회가 수립한 망중립성 원칙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사실상 실효성이 적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가이드라인보다는 사업자들끼리 자율 협의로 해결해 왔다. 2012년 삼성 스마트TV가 인터넷망을 무단으로 사용해 트래픽 급증을 유발한다며 KT가 접속 제한한 바 있다. 당시 방통위가 중재에 나서긴 했으나 결국 삼성전자와 KT가 자율로 협의체를 만들어 일단락시켰다.

여전히 실효성 있는 가이드라인이 없어 추후 문제 발생시 해결책을 찾기 힘들 것이란 우려도 높아진다. 넷플릭스와 국내 통신사들이 망중립성을 두고 대립하더라도 효과적으로 해결할 기준이 없다는 얘기다. 방통위는 국제적 공조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해외지역과의 협의체 구성을 준비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 가입자가 빠르게 늘어나면 망중립성 논의가 또 불거질 수밖에 없다"며 "넷플릭스로 인한 트래픽 급증으로 다른 가입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은 넷플릭스 서비스 개시 초기라 지켜보고 있는 중이지만 망중립성과 관련한 정확한 가이드라인 없이는 충돌이 불가피해 논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는 "아직 넷플릭스 초기 단계인데도 고용량 콘텐츠가 많아 인터넷이 끊긴다는 문의 전화가 크게 늘었다"며 "유료 가입자 기반이 마련되면 넷플릭스는 수익을 늘려나갈 것이고 대가 없이 트래픽 과부하를 감당해야 하는 통신업계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hkma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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