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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독립구단 연천 미라클, 최초 독립리그 '기적' 꿈꾼다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2015-12-31 18:00 송고
대한민국 유일의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 (연천 미라클 구단 제공)© News1

"한국에서도 독립리그가 만들어지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지난해 9월, 대한민국 최초의 독립 야구단 고양 원더스가 해체를 선언했다. 야구 발전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고양 원더스가 사라지면서, 한국 독립야구의 불씨는 꺼지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3월, 또 하나의 독립 야구단이 생겼다. 스포츠비즈니스 전문 기업 ㈜인터내셔널스포츠그룹(이하 ISG)이 독립구단 '미라클'을 창단한 것이다. 이어 경기도 연천군과 타이틀스폰서 계약을 맺으면서 '연천 미라클'이 탄생했다.

연천 미라클은 올 3월부터 8개월동안 28명의 선수로 한 시즌을 치렀다. 경기는 프로야구 육성군(3군)팀,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등 대학 팀들과 펼쳤다. 정규 편성되지 않고 연습경기 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일정은 들쑥날쑥했다. 그래도 4월24일 고양 다이노스(NC 2군)에게 창단 첫승을 거두는 등 첫해 22경기에서 7승2무13패(0.350)로 선전했다.

'프로진출'이라는 성과도 있었다. 지난 8월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에서 재미교포 투수 이케빈(23)이 삼성 라이온즈의 지명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시즌이 끝난 후 이강혁(24)과 김원석(26)이 각각 NC와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됐다. 선수들에게는 '꿈'과도 같던 프로진출이고, 연천 미라클에게도 창단 첫 해 거둔 의미있는 성과였다.

호서대학교 교수이자 ISG 대표이사로 연천 미라클의 창단을 주도한 박정근(60) 구단주를 만났다. 박 구단주는 "올해는 독립구단이 성공할 수 있는 지렛대를 만든 한 해였다. 내년 시즌 준비를 하고 있지만 벌써부터 지원자가 끊이지 않는다"며 밝게 웃었다.

'독립야구단'은 박 구단주가 애초에 구상한 그림은 아니었다. 재직 중인 호서대학교에 '아카데미'를 표방하는 야구팀을 만들어 학생들의 지도와 더불어 선수 출신 야구선수들의 꿈을 이뤄준다는 계획이었다.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연천미라클 사무실에서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의 박정근 구단주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News1 임경호 기자

그런데 막상 지원자를 받아보니 대부분이 선수 경험이 있는 야구선수들이었다. 박 구단주는 "전부 다 프로 진출을 희망하는 선수들이더라. 이렇게 되다보니 아예 독립 야구단으로 방향을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천 미라클은 그렇게 탄생했다. 고양 원더스 해체 이후 갈 곳을 잃은 선수들과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 이후 프로팀의 선택을 받지 못한 선수, 프로에 입단했지만 방출의 설움을 겪은 선수 등 28명이 모였다.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녹록지는 않았다. 역시나 재정이 가장 큰 문제였다. 연천군의 지원을 받기는 하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어쩔 수 없이 선수들에게 월 70만원의 회비를 받아야 했다. 이 돈의 대부분은 식비와 숙소비로 사용됐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구단을 운영한다면서 선수들에게 돈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박 구단주는 "우리를 고양 원더스와 비교할 수는 없다. 원더스는 한 해 운영비로 40억원 이상 들어갔지만 우리는 10분의 1도 안 된다"면서 "모든 지출내역은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인식 감독의 월급은 고등학교 감독 때 받던 것의 절반 정도 밖에 안 된다. 선수들도 김밥을 먹고 운동하고, 원정경기에 나설 때는 김 감독이 직접 선수단 버스를 운전한다"면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주변의 온정을 느낀 첫 시즌이기도 했다. 알음알음 연천 미라클의 사정을 아는 지인들이 적게나마 후원금을 쾌척했고, 기사 등을 통해 알게된 일반인들의 소액 후원도 이어졌다.

박 구단주는 "후원금을 낸 일반인 중에는 첫 봉급을 받아 100만원을 전달한 분도 계셨다. 어렵게 연락이 닿았는데, 한국 야구를 위해 좋은 일을 한다는 생각에 꼭 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하더라"는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2016년 2년차를 맞는 미라클은 한 걸음 더 나아갈 꿈을 꾸고 있다. 올해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경기를 유치해 실전 경험을 쌓고, 선수들이 스카우터들에게 노출될 기회를 늘리겠다는 것이 1차 목표다.

연천 미라클의 '기적'은 일어날까. (연천 미라클 구단 제공)© News1

박 구단주는 "어쨌든 선수들은 프로 진출을 원하고 있다. 그러려면 프로 선수들과 경기를 하면서 실력을 키워야 하고 실력에 대해 입소문도 나야하지 않겠나"면서 "프로팀의 입장에서도 플러스요인이다. 올해 우리에게 졌던 프로팀(육성군)은 이후 큰 자극을 받아 죽기살기로 하더라"고 말했다.

올해 한 번도 활용하지 못했던 홈구장 연천 베이스볼 파크도 내년에는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대학교 팀들의 경우 연습경기를 할 때 연천으로 불러들이고, 프로팀들과도 공조를 통해 홈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연천' 미라클인만큼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얻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연천 미라클 뿐 아니라 다른 독립구단도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대구 지역에 위치한 사회인 야구 연합팀이 내년 연천 미라클과 정기적으로 경기를 치른다. 이 팀 역시 연천 미라클과 마찬가지로 선수 출신들이 대부분이다.

박 구단주는 "이 팀과 함께 또 다른 팀과도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우리팀과 대구팀 둘 뿐이지만, 조금씩은 발전할 기미를 보이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야구 최초의 독립리그를 목표로 한다고 했다. 박 구단주는 "매년 800명이 야구를 할 곳이 없어서 실업자가 된다. 이런 선수들이 마지막으로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독립야구단 4팀만 있으면 독자적인 리그를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렇게 토양을 마련해놓으면 점점 재정적인 부분도 나아질 것이고, 그러다보면 선수들에게 봉급도 주는 '프로 독립야구팀'이 되지 않겠나"고 기대했다.

더 큰 꿈도 있었다. 박 구단주는 "독립리그가 활성화되고 선수들이 많아진다면, 언젠가는 독립리그 출신의 메이저리거가 나오는 것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팀명처럼 그런 '기적'이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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