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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모은 1000만원 부산대 기부…기초수급 80대 할머니의 사연

부산대 졸업 앞두고 세상 떠난 딸 그리며 30여년간 생활비 모아
"집 전세금 남는다면 신세 진 동사무소 복지과에 기증하고 싶다"

(부산ㆍ경남=뉴스1) 조아현 기자 | 2015-12-21 10:55 송고 | 2015-12-21 12:13 최종수정
뉴스1 자료사진. 2015.8.19/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기초생활수급자로 어렵게 살아가는 한 80대 할머니가 30년 전 세상을 떠난 딸을 그리워 하며 모아둔 거금 '천 만원' 상당을 부산대학교 발전기금재단에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21일 부산대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9시께 80대 할머니 한 분이 부산대학교 대학본관 1층에 있는 발전기금재단 사무실을 찾았다.


지난 달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거동까지 불편한 상황이었지만 할머니는 이웃집 동 대표의 부축을 받으며 걸음을 옮겼다. 


할머니는 부산대학교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사용해달라며 자신이 가지고 온 작은 손가방에서 유언장과 구겨진 돈 뭉텅이를 꺼내 기부했다. 현금 1000만원이었다.
1000만원을 기부한 할머니가 남겨두고 간 종이봉투. (부산대 제공)© News1


금지옥엽 키워오던 부산대 80학번 외동 딸이 졸업 한 학기를 남겨두고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지 31년.

그 당시 할머니는 할아버지도 일찍 세상을 떠나고 친지도 거의 없어 딸 하나만을 바라보고 의지하며 살았었다고 한다. 팔순이 넘은 할머니는 딸이 못다 이루고 간 학업의 한(恨)을 대신 풀어주겠다는 마음으로 기부를 결심했다.  


지난 30여년 동안 파출부 생활과 기초생활수급으로 생활을 버티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할머니는 생활비와 용돈을 아껴 1000만원을 모았다. 그 거금을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한 것이다. 


이날 할머니는 "딸하고 살 때가 너무 행복했는데 아직도 갑작스럽게 떠나간 딸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고 내 탓인 것만 같다"면서 "딸의 학업에 대한 한을 이제 대신 풀어준 것 같아 다행이지만 액수가 적어 학교에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기부했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는 2년 전 자신이 손수 작성해 둔 유언장을 가져와 관계자에게 컴퓨터 글씨체로 다시 써달라는 부탁을 했다. 


종이에 적힌 유언장에는 "(만약 내가) 고칠 수 없는 병이라면 아무런 의료조치도 하지 말아주세요. 그냥 그대로 가게 해 주세요. 장례식은 연락할 사람도 올 사람도 없습니다. (생략) 집 전세금이 조금이라도 남는다면 내가 신세 진 동사무소 복지과에 기증하고 싶습니다. 내가 사랑하던 사람들 모두 감사합니다"라고 적혀있었다. 


부산대 발전기금재단 관계자는 "할머니께 학교에서 고마움을 담아 준비한 사은품과 여러가지 예우를 해드리려 했으나 한사코 마다하고 '알리지 말아달라'는 부탁만 되풀이 하고 갔다"면서 "할머니가 누구신지 밝힐 수는 없지만 애틋한 마음과 나눔 정신을 알려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훌륭한 귀감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안홍배 부산대 총장직무대리는 "할머니의 사연과 마음 씀씀이가 너무나도 애처롭고 감동적"이라며 "기초생활수급자로서 어려운 처지에도 30년이 넘게 딸과 부산대를 생각하며 모아오신 재산을 기부해주신 할머니의 마음을 부산대는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학발전과 학업매진으로 할머님과 딸에 대한 한(恨)을 조금이나마 풀어드리도록 노력하고 보답하겠다"고 덧붙였다. 



choah4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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