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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총궐기 불허에 "사실상 허가제…헌법위반"

경찰, 5일 3차 서울 도심집회 금지통고…주최측이 평화적 집회 양해각서 거절
법조계 "가능성만 갖고 집회 금지는 잘못된 판단" vs 경찰 "공공안녕 위한 조치"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2015-12-03 15:13 송고 | 2015-12-03 18:51 최종수정
지난달 14일 열린 1차 민중총궐기 투쟁대회 당시 세종대로의 모습.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지난달 14일 열린 1차 민중총궐기 투쟁대회 당시 세종대로의 모습. /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경찰이 5일로 예고된 서울도심에서의 3번째 대규모 집회신고를 불허하며 '불법·폭력 집회 원천 차단'과 같은 초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사전신고제인 집회를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3일 경찰은 490개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연대회의)가 5일 정오부터 오후 9시까지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대학로까지 행진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번 집회가 '공공의 안녕을 위협하고 주요 도로에서 이뤄져 교통소통에 방해된다'는 것이다.

경찰은 앞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과 '생명과 평화의 일꾼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백남기 대책위)의 집회신고 역시 같은 이유로 금지 통고했다.

이같은 경찰의 결정에 법조계는 '과도하다'는 의견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경찰의 3차례 집회금지 통고를 보면 사전신고제인 집회를 이제는 허가제로 운영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라며 "연속된 집회금지 통고는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는 어떠한 이유든 경찰이 원칙적으로 5일 집회를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사실상 허가제로 변질된 상황이고, 권위주의 체제로 돌아간 모습"이라며 "경찰은 법치를 말하면서 헌법이 어떤 영향을 하든지 자기들의 의지대로 밀어붙이는 가장 불법적인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 교수는 "이번 3차 집회는 시민사회의 일치된 목소리로 평화적인 집회를 하자고 했던 것"이라며 "하지만 경찰은 집회가 사회적인 불편함이나 공공의 질서를 해칠 가능성도 없는데 이를 불허하면서 집시법까지도 무시하겠다는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법조인들은 경찰이 집회신고 당일 목적이 상반되는 단체의 집회신고가 이미 접수돼 집회 방해 등이 우려된다는 금지 통고 근거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박주민 변호사는 "사실상 집회관리는 경찰이 하고 있고, 경찰은 중앙권력에 예속돼 있다. 경찰은 당연히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는 막고, 정권을 옹호하는 집회는 하게 해준다"라며 "이것이 바로 허가제처럼 운영된다는 표증이다. 집회목적과 내용, 방향성 등을 심사해 해주고 싶은 집회만 허가하는 조치는 경찰의 편향된 관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과 세종대로, 서울광장에서 53개 노동·농민·시민사회단체가 주최하는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과 세종대로, 서울광장에서 53개 노동·농민·시민사회단체가 주최하는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또한 효자동과 광화문, 남대문, 서울역 등 대규모 집회·시위가 열리는 장소가 포함된 '세종대로~한강대로'를 비롯해 총 16곳을 집회·시위를 제한할 수 있도록 주요도로로 관리되고 있는 것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박주민 변호사는 "서울은 고밀집도시로 집회를 할만한 공간이 별도 없다. 그런데 집시법 시행령에 보면 서울 시내 전역의 도로를 주요 도로로 지정해뒀다"며 "이는 경찰이 언제든지 집회를 금지할 수 있는 명분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주의는 집회 등을 통해 국민의 뜻을 모아가는 과정이며 집회는 시민들이 많이 다니는 도로나 공원, 광장 등에서 잘 하도록 해줘야 한다"며 "그러나 경찰은 '도로와 광장은 안 된다'며 막고만 있다. 이는 민주주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공적인 자원들이 집회에 사용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를 하지 말자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집회는 헌법상 신고제가 맞지만 장소와 시간, 행위에 따라 집회를 금지할 수 있는 유보조항을 두고 그만큼만 제한한다"고 반박했다.

집회가 금지되는 국회 또는 외국 대사관 앞이나 불법·폭력시위로 공공의 안녕질서가 명백하게 우려될 경우에만 금지한다는 것이다.

이어 "연간 실제 개최되는 5만여 건의 집회 중 경찰이 금지하는 집회는 100여 건이 채 안 된다"라며 "이처럼 집회시위의 자유는 충분히 보장되고 있고 헌법정신에 따라 일부 제한되는 것인데 이를 집회·시위 자유의 침해라고 하면 전체적인 법리를 잘못 이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상희 교수는 이에 대해 "이것 역시 경찰이 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공공안녕 위협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급박하고, 명백한 위법행위가 있을 때로 보고 있다"라며 "어떤 사유에 의해 어떤 공익이 손해가 가는지 경찰이 명백하게 밝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럴 가능성만 가지고 집회를 막는 것은 잘못"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경찰은 전날까지 집회신고 주체인 연대회의가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가입단체가 아니며 중심가인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행진으로 대학로 쪽으로 빠져나가는 점 등을 근거로 집회 개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다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금지통고 중 가장 큰 이유로 연대회의 측의 집회신고가 사실상 '차명'이라는 점을 꼽았다.

연대회의가 집회 신고 때 제출한 내용과 앞서 집회금지 통고한 백남기 대책위가 낸 내용을 비교했을 때 '집회준비물'과 '질서유지인 명단의 순서'가 일치해 사실상 '제2차 민중총궐기집회'의 차명집회로 보인다는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홍보 중인 2차 민중총궐기 집회의 시간과 장소, 행진코스가 연대회의의 신고내용과 같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민주노총·전농 등 11·14 폭력시위 주도 단체들이 '이제 전면전'·'더 많은 국민이 모여 끝장냅시다' 등 폭력시위를 선동하고 있어 5일 집회가 개최될 경우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히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신고된 5000명이 2개 차로를 이용, 서울대병원까지 행진할 경우 행진코스 상 주요 도로 뿐만 아니라 태평로·을지로·소공로·신문로 등 주변 교통소통에 심각한 장애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경찰은 연대회의 측에 평화적인 집회 개최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할 것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고도 전했다.


cho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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