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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앨러간 합병 후폭풍…美정계 '조세회피' 질타

트럼프 "역겹다"·힐러리 "공정 세금 회피" 꼼수 비난
재무부 단속에도 화이자 본사 이전 규제 못해

(워싱턴 로이터=뉴스1) 신기림 기자 | 2015-11-24 13:47 송고 | 2015-11-24 16:09 최종수정
23일 (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 있는 미국 제약업체 화이자 본사 앞을 한 여인이 지나가고 있다. 화이자는 보톡스로 유명한 아일랜드 앨러간과 1600억 달러(약 180조원) 규모의 합병으로 세계 최대 제약업체가 되었다. 그러나 양사는 세금을 절감하기위해 앨러간이 자신보다 덩치가 큰 화이자를 사들이는 ‘세금 바꿔치기(Tax inversion)’ 형태로 합병해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 로이터=뉴스1 
23일 (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 있는 미국 제약업체 화이자 본사 앞을 한 여인이 지나가고 있다. 화이자는 보톡스로 유명한 아일랜드 앨러간과 1600억 달러(약 180조원) 규모의 합병으로 세계 최대 제약업체가 되었다. 그러나 양사는 세금을 절감하기위해 앨러간이 자신보다 덩치가 큰 화이자를 사들이는 ‘세금 바꿔치기(Tax inversion)’ 형태로 합병해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 로이터=뉴스1 


미국의 대선주자들이 23일(현지시간) 화이자와 앨러간의 인수합병(M&A)에 대해 또 다른 대형 조세 회피라며 공분했지만 양사의 M&A는 별다른 제재 없이 무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양사의 M&A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는 "역겹다"고 표현했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는 "미국의 납세자들이 책임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는 화이자가 이번 합병으로 본사를 미국에서 아일랜드로 옮기는 것에 대해 "막대한 고용 손실을 끼치면서 미국을 떠난다"며 "역겹다"고 말했다.

클린턴 후보는 화이자가 미국법의 허술한 구멍을 악용해 "공정한" 세금을 회피했다며 "미국 납세자들이 책임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후보는 그러면서 이번 합병과 같은 기업의 조세 회피가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안을 마련할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클린턴과 경쟁하는 버니 샌더스 민주당 대선 후보 역시 "또 다른 미국 대기업이 해외 수익을 숨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미 정치권의 비난을 예견한 듯 이안 리드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23일 주요 상원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글로벌 운영본부는 뉴욕에 그대로 둔다"고 강조했다. 리드 화이자 CEO는 "이번 합의가 마무리되면 전미 25개주에서 고용된 직원은 4만명이 넘게될 것"이라며 "미국에서 대규모 투자를 계속하도록 더 많은 인력과 재원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치인들의 공분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 세법상 당장 조세회피 목적으로 추정되는 합병을 규제할 근거가 없어 이번 거래는 큰 무리 없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세금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이번 합병은 1600억달러 규모로 올해 기업간 M&A 가운데 최대 규모이며 지난 1999년 영국 통신사 보다폰과 독일 철강업체 마네스만의 합병에 뒤를 이어 역대 2번째로 큰 거래다. 앨러간 주식 1주당 화이자 주식 11.3주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대부분 주식 교환이며 현금 지불은 거의 없다. 따라서 화이자는 이번 합병으로 사실상 본사 주소만 미국에서 아일랜드로 옮겨 법인세율을 25%에서 20%로 낮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평균 법인세율은 35%인 반면 아일랜드는 세계 최저 수준인 12.5%에 불과하다.

미 의회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미 기업이 이러한 형태로 세금을 회피한 경우는 50건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앞으로 10년 동안 세금 200억달러(약 23조1000억원)를 걷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화이자와 앨러간의 M&A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주 미 재무부는 기업의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단속 조치를 마련했다.

하지만 세금 전문가들은 재무부가 지난 2014년 9월에 이어 이번에도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하겠지만 기존의 세법을 소폭 개정하는 것에 불과해 이번 합병을 지연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톰 프라이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재무부 규제가 기업의 근본적 조세 회피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법을 대폭 개정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회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초당적으로 합의된 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의회는 이미 다수의 쟁점을 놓고 새해 예산안도 제때 승인하지 못해 연방정부는 잠정합의안으로 예산을 꾸리고 있다. 화이자가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연간 740억달러로 추정된다.


kirimi9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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