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산업 >

'콘텐츠 공룡' 美 넷플릭스, 한국시장 찔러보기 속내는?

(서울=뉴스1) 맹하경 기자 | 2015-11-17 15:35 송고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는 북미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올 9월 기준으로는 전세계 50여개국에서 약 7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는 북미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올 9월 기준으로는 전세계 50여개국에서 약 7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는 '하우스 오브 카드' 등 막강한 자체제작 시리즈물로 '콘텐츠 공룡'이란 별칭을 얻었다. 그런 넷플릭스가 지난 9월 아시아 시장에선 처음으로 일본에 진출했고 내년초 한국에 들어온다. 이미 북미 시장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까지 파고드는 속내는 뭘까.

국내 유료방송시장에 문을 두드리고 있는 넷플릭스는 "한국에 우리 콘텐츠를 원하는 고객이 많다"고 말한다. 지난달 열린 국내 진출 관련 미디어데이에서도 "올해 넷플릭스 제작 시리즈물 중 11개가 에미상 39개 후보로 선정됐다"며 자체 콘텐츠 우수성을 줄곧 강조했다.

언뜻 넷플릭스가 콘텐츠로 한국 가입자를 사로잡아 월정액 상품 등으로 수익을 올리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유료방송업계에 몸담고 있는 전문가들은 넷플릭스의 궁극적 목표는 국내 가입자 확보가 아니라 한국의 뛰어난 콘텐츠라고 말한다. 국내 넷플릭스 선호층은 소수에 불과해 수익창출에 한계가 있고, 우선 시장에 자리잡은 뒤부터는 콘텐츠 수급에 몰두할 것이란 분석이다.

넷플릭스가 국내 서비스를 위해 협력사 선정에 골몰인 것도 그 일환이다. 넷플릭스는 일본에선 소프트뱅크와 제휴해 인터넷(IP)TV로 콘텐츠를 제공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IPTV 업체와 협력할 것으로 보인다. SK브로드밴드와 KT 중 독점계약을 체결하거나, IPTV 3사 모두를 통해 서비스를 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가입자 저변을 빠르게 넓히려면 시장 영향력이 큰 사업자나 공동 출시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으려면 가입자 확보가 급선무고, 이를 위해서는 가입자가 자사 서비스로 다가올 수 있는 진입장벽이 낮아야 한다"고 말한다.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1위인 KT와 손잡으면 가입자 확보가 쉽다. CJ헬로비전과의 합병을 앞둬 강자로 떠오르는 SK브로드밴드와는 결합상품 등 공격적 마케팅이 가능하다. 아니면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 3사를 통해 공동 출시해도 이용자 기반 확대에 유리하다.

일단 제휴에 성공하면 넷플릭스는 한국 가입자를 데려오는 플랫폼을 손에 넣는 셈이다. 플랫폼으로 가입자를 많이 확보할수록 국내 시장 내 넷플릭스의 구매력은 올라간다. 콘텐츠를 파는 넷플릭스가 콘텐츠를 만드는 사업자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협상력을 높여 한국의 우수 콘텐츠를 수급한 다음 한국 콘텐츠 수요가 높은 아시아 시장에 이를 판매하면서 수익창출 꿈꾼다는 전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유료방송사 한 관계자는 "글로벌 업체인 넷플릭스가 한국에 들어와 자사 콘텐츠를 팔아 국내에서 수익을 내겠다는 건 포장일 뿐"이라며 "넷플릭스의 인기가 높아도 국내에서 이를 돈주고 살 소비자는 매우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앞서 진출한 일본에서도 현지 이용자 반응은 미온적이다. 일본 소비자들은 자국 콘텐츠 의존도가 높은데다, 넷플릭스의 일본 현지 콘텐츠 비중도 15%에 그쳐 만족감이 낮은 상태다.

그는 "넷플릭스에게 국내 제휴처는 현지 플랫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며 "일단 들어와 '바잉파워'(구매력)를 높이면 CJ E&M, 지상파 등의 질높은 콘텐츠를 사들이는 협상력도 자연히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전세계적 공급처로 좋은 조건에 팔아주겠다고 다가가면 마다할 사업자가 없다"며 "넷플릭스는 특히 이를 아시아 시장에 대량 제공할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넷플릭스는 한국에 이어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으로 시장을 넓힐 계획이다.  

한국의 우수 제작 인력에게 공동제작을 제안하는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이미 넷플릭스는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 '옥자'에 5000만달러(약 578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단점은 투자 기반이 약하다는 점"이라며 "넷플릭스 같은 공룡이 공동투자를 제안하면 너도나도 다 들러붙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넷플릭스는 싼값에 저작권을 손에 쥘 수 있고 이렇게 제작된 우수한 콘텐츠를 아시아 등 시장에 팔면서 엄청난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 대만의 우수 인력들이 중국 자본에 휩쓸려 빠져나가는 것처럼 국내 우수 인력이 창출하는 가치를 넷플릭스가 삼키는 일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hkmaeng@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